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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10월의 셋째주입니다. 가을인지, 여름인지... 바람은 선선한데 땀이 나네요.
진짜 가을은 언제올까요?
9시 15분,
오늘도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일자리하고 계시는 어르신. 지난주에 주문해주셨던 카스미니 2박스를 다시 말씀해주십니다.
그러곤,
"소세지도 있지? 것도 10개 넣어줘, 그리고 우리집에 락스 한통 갖다놔줘~"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일을 부탁하실 땐 품삭은 품삭대로 주시면서 선사를 추가로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간혹 받으시는분들이 당황하실 때도 있지만, 그것이 서로를 위한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어르신의 주문을 갖고 끝에 집으로 이동합니다. 아침에 따로 주문전화주신 TOP 커피와 그리고 카스미니 맥주.
어르신은 고추장을 따로 담그시려는지 조청 큰 말통 하나, 그리고 양조간장, 요리당, 미원, 다시다 등을 함께 주문하십니다.
돌아가는길, 늘 보이시던 어머님이 안보이셔서 어디가셨는지 여쭤보니,
"어~ 거기 놀러갔어~ 곧 온대~~" 하십니다.
주로 만났던 분들이 안보이면 늘 안부 확인이 필수입니다.
아침에 두 어르신 덕분에 큰 매출로 시작하니 기분좋게 시작합니다.
9시 35분,
오늘은 어르신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지난번에 안왔지?" 하시는 어르신.
지난번도 샀었음에도 어르신이 깜박하셨던것인지, 날짜 기억이 점점 가물가물해지십니다.
오늘은 평상시보다도 더 많이 사시는 어르신. 그리고 카스 캔맥주 한 박스를 산다고 하십니다. 평상시에 사지 않으시던 것이었는데, 어쩐일인지 싶더니 뒷집에 갖다 주신다고 합니다. 어르신이 어느집을 가르키는지 정확하지 않아 어르신께 따라간다고 하니, 앞장서서 가십니다.
본인 먹을 빵 4개 중에 2개, 마실 망고 2개중에 1개, 그리고 카스 캔맥주 1박스. 집 앞 토방에 올려둔것 확인하신곤 흐뭇하게 돌아가십니다.
9시 40분,
올라가는길 옆집 어르신이 붙잡습니다.
밀가루, 계란, 간장을 사시데 옆에 아까 그 집 어머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아랫집 어르신이 카스 한 박스 놓아달라고 하셔서 갖다놨어요~" 하니,
"아니.. 내가 이래서 뭘 못줘.. 거 고구마 좀 줬는데, 그걸 카스 한 박스로 주면 어째.. 에효..." 하십니다.
맘을 나눠주는 입장에 더 많은걸 받게 되면 부담이 되지만, 그것이 어르신의 마음이었겠지요. 그래도 동네 이웃집에서 살펴봐주시는 분들이 있고,
나눠먹고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관계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습니다.
9시 50분,
어르신께 불가리스 2줄을 갖다 드리고 가는 길,
"지난번에 불가리스는 맛이 좀 밍밍했어~ 날짜가 좀 됬었나봐~" 하십니다.
"내가 말 안하려고 했는데, 불가리스가 맛이 텁텁해야하는데, 그 때 그렇더라고~ 교환해달라는건 아니고, 그냥 이야기 해주려고~"
불가리스는 날짜와 유통이 매우 신경쓰이는 물건이라 수요일마다 받아가는데, 전주에 남았던것이 섞여있었나봅니다.
어르신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날짜에 더 신경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내려가는길, 아랫집 어르신도 사시려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휴, 내 이거 2줄은 있어야 1주일 먹어~" 하시며 자연스럽게 사십니다.
꾸준하게 산다고 약속하지 않아도, 중간중간 빼먹어도 꾸준하게 사고 있다고 기억하시는 어르신.
그런 어르신을 위해 여분으로 늘 더 갖고 다닙니다.
10시 10분,
오늘도 끝에 집에서 걸어오시는 중년의 어르신.
늘 사시던 대로 오늘도 물건 사십니다.
"삼양라면, 고등어 한 손, 댓병 2개"
그리고 오늘은 추가로 각티슈 하나, 콩나물 하나 더 사십니다.
혼자 사시는것 같은데, 중년 남성의 어르신은 스스로 요리하시며 드시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매일 인스턴트를 드시다 보면 몸이 상하기 마련인데, 재료를 산다는 것은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11시,
"자 왔소? 여기 카드에 있는거 한 번 싹 털어보쇼!"
시정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 늘 만날 때마다 카드를 털어달라고 합니다.
지역화폐카드 잔액 여부 확인부터 해보니, 남아있는 잔액은 3700원.
"어르신 3700원으로 콩나물 하나, 두부 하나 해드릴까요?" 라고 하니 어르신께선,
"그거 밖에 없어?! 잉? 어쩔수 없네. 그거라도 텁세." 하십니다.
돈이 크던 적던 가진돈을 다 써서 물건을 사주실려고하는 것, 그 맘이 중요하겠지요.
11시 20분,
잠시 지쳐서 조금 쉬던 찰나, 누군가 갑자기 창문을 훅 칩니다. 너무 놀랬습니다.
"놀라긴 왜 놀라요, 나 단골인디. " 하면서 게토레이 하나 챙겨가십니다.
'단골' 이라고 생각하시는 중년 남성분. 그분과 우리 점빵의 관계는 그러한가 싶었습니다.
11시 35분,
지난번 어르신께서 마당에 와달라고하셔서 차끌고 마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보리쌀 갖고 왔어?" 하시는 어르신.
보리쌀을 깜빡해서 이따 갖다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콩나물, 두유 하나 고르시는 어르신.
"이제 잔액 얼마나 남았어?" 하십니다.
면사무소에서 선결제 한 금액으로 생필품을 사시는 어르신.
아끼고 또 아끼십니다.
11시 45분,
어르신 댁 들렸다 나오니, 마을에 두 젊은 어머님들이 나오셔서 장 보십니다.
"콩나물, 두부, 빵, 그리고 짜파게티, 맛동산도 하나."
옆에 계신 어머님도 "나도 짜장라면 하나."
누가 옆에서 사면 같이 사고 싶은 마음이 드시나봅니다. 같이 하나씩 사시고 다시 일하시러 돌아가십니다.
13시 35분,
부녀회장님 남편분께서 손짓하고 뛰어나오십니다.
오늘도 술 한 박스, 그리고 계란 한 판 사십니다.
부녀회장님이 부탁하셨나봅니다. 고마워! 하시며 가시는 어르신. 술 한 박스 사실 떄마다 표정이 좋아보이십니다.
13시 40분,
시정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
"기다려봐, 저 집에서 돈 가질러 갔어." 하십니다.
일자리 참여하셨던 어르신, 10분쯤 지났을까요, 천천히 오십니다.
"아고. 내 다리가 말을 안들어. 점점 더 걷기 힘들어지네. 나 식초 하나랑 물엿하나 주쇼." 하십니다.
갈수록 더 힘들어보이시는 어르신입니다. 운동을 해야하는데, 운동대신 일을 더 하다보니 몸이 더 상하기 마련입니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은,
"말려도 안되, 어쩔수 없어." 하십니다.
그러곤, 저희 센터에 다시니는 어르신 안부를 여쭤봅니다. 센터에서 들었던 고구마 밭 걱정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안그래도, 내가 거 할매 아들하고 같이해서 두고랑 캐놨어." 하십니다.
자기 일이 아님에도, 이웃 생각해서 일도 조용히 도와주시고, 챙기시는 우리 어르신들의 마음과 행동에 배울점들이 많습니다.
13시 55분,
하우스 앞에서 물건을 갖고 계시는 아버님.
"어~ 오늘은 막걸리 두병만 주쇼. 막걸리 날짜 잘 봐서 줘~~지난번에 좀 밍밍했어~" 하시는 아버님.
아버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안주로 고르신 꽃게랑 과자는 그냥 드렸습니다.
한사코 안받으시겠다는것, 가슴에 꼭 안겨드렸습니다.
14시 10분,
회관에 계시는 어머님들,
"울 아저씨 나왔어요?" 부녀회장님이 물어보십니다. 계란도 샀다는 말에 흐뭇해하십니다.
이장님 사모님, 공병값 교체하러 나오십니다.
지난번 공병값만 다 해서 3만원 가까이됩니다.
"콩나물 두봉지, 육개장 6컵, 두부 3모, 간장 1개, 삼양라면, 신라면" 하고.. 2800원이 부족했습니다.
삼성페이로 결제하려던 찰나, 기기가 먹통이 되어서 외상으로 해둡니다.
"포인트에서 차감되면 외상도 지울께요~~"
포인트와 공병으로 생필품 바꾸는 모습을 본 부녀회장님,
"울 아저씨도 두홉짜리 먹으라 해야겠네요. 공병 쓰게."
14시 20분,
어르신 아드님 나오셔서 어머님 심부름합니다.
"락사스 하나랑, 두부 2개 두세요."
그러곤 잠깐 살펴보더니, 빵 2개, 꽁치 한통 추가로 더 삽니다.
오늘도 술을 드셨는지 냄새가 조금 나긴합니다. 컨디션은 오늘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14시 40분,
"어이~~ " 하시는 어르신.
시정에서 기다리고 계셨나봅니다.
"내가 지난번에 간장 하나 한거, 돈 안줬지~ 그거 줄께. 그리고 계란 한판 주쇼."
외상값 갚아주시려고 기다리셨던 어르신, 고맙습니다.
14시 45분,
도시락 가방 주시며 오늘도 물건 주문하십니다.
"두유랑, 불가리스 있지? 그거 일단 갖고와봐. 아 그리고 락스도 한통."
"그리고.. 이거 계산하고.. 코다리 2개, 콩나물 1개, 그.. 물 비누 있지? 그것도"
"내가 돈이 섞이면 안되니깐 이거 먼저 계산하고 그리고 이거."
저 멀리 계시는 뒷집 어르신 부탁이셨나봅니다.
다시 소통하고 왕래하시는 모습에 다행이었습니다.
잘 닿지 않는 곳에 사시는 어르신. 관계가 이어져있었습니다.
14시 50분,
지역에 작은 소매점이 있습니다. 어르신 댁에 들려서 지난번 수거 못한 밑반찬 가방 하나 수거해옵니다.
이 지역에 소매점을 이용하는 분이 계시는지는 모르겠으나, 늘 볼 때마다 물건이 있는듯 없는 듯.. 합니다.
어르신께서는 "계란은 요즘 얼마나 하는가?" 하시며 시세를 물어보시는것 같았습니다.
옛날에 동락점빵에서 계란을 사서 여기서 되파신적도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가게로 유지가 되는것인지는 의아하지만, 누군가는 이곳도 이용하고 있겠지요?
15시 10분,
어르신 댁에 가니 방문요양사는 안계시고, 어르신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르신 댁 마당에놓여져 있는 옹기들 사진 하나 남기고,
조용히 확인하고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계란 한 판 넘기고, 가려던 찰나,
"나 돈을 안갖고 왔는데, 물건 줄텨?" 하십니다.
"내가 헤프게 쓰나봐, 치킨타올이 자꾸 사라져."
어르신들은 키친타올을 치킨타올로 종종 이야기하시곤 합니다.
우리가 또 안드리면 1주일 뒤를 생각해야하니, 일단 드렸습니다. 어르신은 고맙다며 담주에 보자고 하십니다.
15시 30분,
어르신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손 짓하십니다.
"내 밭에 나오는라 돈도 없어. 안 갖고 나왔어. 일단 사이다 하나, 콩나물 하나, 댓병 하나 주쇼."
어르신들은 외상이 이제 익숙합니다.
일단 갖고가고, 다음번을 기약합니다. 어르신도 외상.
15시 40분,
지난 여름 때 외상했던 강아지 많던 분이 나오셨습니다.
"내가 두 번 갔다왔어."
를 항상 먼저 이야기하시는 중년 남성.
"내가 낼 월급이 나오는데, 강아지 사료도 사야하고.. "
외상을 다시 또 해달라는것이었습니다.
지난 외상을 갚지 않았기에, 조합원도 아니기에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필요하시면 낼 월급나오면 전화주세요. 낼 갖다드릴게요."
일단 알겠다고 하시며 주머니에 있었던 6천원으로 소주 한 병, 삼양라면 한 방 사시고 500원은 외상 갚습니다.
언제 받나, 언제 보나 싶었지만 근 4개월만에 본듯 싶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외상 26,000원 있는거 알아~" 하시는 말씀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좀 더 믿고 기다려보는 것으로.
15시 50분,
오늘도 어르신댁에 모여계시는 회장님, 총무님.
총무님 눈 한 쪽이 시퍼렇게 멍이들어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이마에 부딪힌게 아래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내가 말을 잘못해서, 울 아저씨한테 한대 줘맞았어" 라고 농담하시는 총무님.
다들 웃으시면서 넘어갑니다.
우리 어르신은 요구르트 3줄 사시더니, 오늘도 두줄은 내어주십니다.
옆에 계시던 아랫집 어르신.
"이 양반은 불가리스도 그렇고 소고기도 그렇고 다 고양이 줘. 나는 안줘~" 하십니다.
고양이 챙기다가 하루가 다간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고양이 덕분에 어르신 맘이 편안해지시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렇게 어르신들에게 물건 모두 다 드리고 오늘도 이동장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