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이 다 되로록 은은가 게시판을 비웠습니다.
사적인 장소인 은은가가
공적인 장소로서 역할을 하다보니 공적인 일들은 회원들과 공유했습니다.
지난 12월 25일부터 은은가가 사적인 공간으로 동면을 들어갔습니다.
저는 25일부터 1월 1일까지 부모님 집에서 지냈습니다.
아버지는 휠체어와 의족에 의존해 생활하고, 엄마는 중풍으로 13년을 자리하고 있다가
지난해 끝여름에 골절상을 입어
침대에서 누워만 있으면 욕창이 생길까 우려해 집 근처 요양원으로 옮겼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엄마 요양원을 드나들며 집에서 혼자 밥을 해드셔야 했습니다.
간병인이 한 끼는 챙겨 주지만 두 끼는 아버지 혼자 챙기는 것이 언제나 맘에 걸려
경기도에 올라가는 날이면 한끼 식사라도 챙겨드리려 집에 들르곤 했습니다.
밤 늦게 왔다가 아침에 식사 챙기고 가는 걸 때로는 '여관'처럼 여길까 싶고
부모가 늙으면 자식들을 항상 그리워한다는 걸 알아 매일 저녁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지만
도시의 연말에 아버지가 무척 외로울까 싶어 아버지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습죠.
도시의 연말, 파주 들녘출판사에 들러 출판 일정을 조율하고 아버지께 돌아와 곡성에서
사온 횟감과 술로 아버지와 성탄 만찬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과 술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11년도 아버지가 죽음 직전에서 깨어나신 뒤로 1년 정도 병원을 오가며 간병하면서
젊은 날, 아버지와 딸의 간극을 메웠습니다.
아버지는 딸의 삶을 이해했고, 나는 아버지의 삶을 이해했으니 더없는 부녀지간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처지가 비슷한 아파트 동료들과 일주일에 두 번, 주변 공원에서 모여 소주 한잔, 안주를 가져와서
이런저런 얘기하시는 모임을 하는데 아버지는 '병신들의 모임'이라고 명명 하십니다.
자식으로 그런 친구들이 있어 적잖이 위안이 됩니다.
그날도 회를 많이 가져간 터라 아버지와 매일 통화하는 모임 절친을 불러 함께 저녁 회식을
했습니다. 꽤 점잖은 그분도 아내가 내 엄마처럼 중풍으로 누워 서로 많이 통하는 분이었습니다.
요양원에 하루 한번 들러 엄마와 한 두시간 도란도란 지내고 아버지의 식사와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지내다가 원주에 지인을 이틀 찾아갔다가 감기몸살이 걸려 꼬박 누워버렸습니다.
숨가쁘게 지낸 1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지인이 감기몸살 치료를 해준 덕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 집에 돌아왔지만
몸만 움직였지 한기가 나가지 않은 상태로 1월 초순을 보냈습니다.
아버지 집에 있을 때, 흰그늘도 집에 놀러와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며 얘기꽃을 나누었습니다.
1월 1일, 아버지께 아침 떡국을 차려드리고 놀러온 막내동생 가족과 놀다가 곡성 집에 내려왔습니다.
"넌 곡성에 가면 감기몸살이 낫겠지?, 넌 시골이 제격이니까" 아버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일주일만에 돌아온 곡성집에서도 일주일 골골하면서 지냈습니다.
아직도 한기가 조금 남아 있어 코맹맹이 소리를 합니다. ㅎ
부모님집에 가 있는 동안 수연이는 곡성집에서 부모님 1박2일을 지내고 동생과 지냈습니다.
우리 둘의 동면은 각자 가족의 시간이었습니다.
동면을 끝내고 1월 3일부터 총회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수연이와 나는 컴퓨터 앞에서 때론 밤늦도록 앉아 있곤 합니다.
1월 7일 전주에서 총준위 회의 이후부터 더욱 바빠졌고, 많은 사람들과 통화도 오갑니다.
1월-2월은 총회준비만이 아니라 2020년 사업계획이 관계부처와 부지런히 오가는 나날입니다.
이번주에는 농진청 연구, 경기도 관련 행사를 비롯 보고서, 계획서만 3건.
틈틈히 총회 자료 준비하고, 계획이란 자판기 글쓰기로만 되는 게 아닌지라 이것저것 현황 파악하고
작성 중에 있습니다. 오늘 두 개의 사업계획서 초안을 완성했습니다.
사무국장 춘자는 "사업계획서를 샘만이 쓸 수 있으니까 건강해야 해요"라고 하는데...
생일 인사치곤 무시무시^^* 했습니다.
어제는 순천의 김해선님 집들이를 했습니다.
두번째 주부터 외부 약속이 부담되는 시간들이었지만 해선씨의 집들이는 특별한 날이라 수연이와 날라갔습니다.
요즘 우리집 개들이 발정 나서 쇠사슬도 끊고 암컷한테 달려가고 산돌이는 배를 물어뜯겨 앉아서 잠을 자는데
그날도 밤 사이 쇠사슬을 끊고 암컷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산이야' 집마당에서 목청껏 몇 번 부르면 산이는 돌아옵니다. 제 목청이 산을 울릴 정도니가요. ㅎㅎ
돌아온 산이를 붙들어 매고, 수연이가 사온 개사슬로 순이도 붙들어 매놓고 가느라
해선씨 음식준비에 손을 하나도 못보탰습니다.
씨앗모임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푸짐한 밥상을 함께 했습니다.
올해 계획해보려는 것도 순천팀과 의견을 나누었고, 순천채종포 관련한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채종증식포 운영을 맡고 있는 경숙씨는 운영 능력과 지식이 거듭 출중해지고 있습니다.
순천팀은 살림꾼들이라 집들이도 함께 준비하고, 모인 김에 필요한 회의도 해버립니다.
1타 다피가 제 방식이라 저도 좋았습니다.
집들이 날을 정할 때, 마침 다음날이 제 생일이라고 얘기했던 것을 잊지 않고 제 생일 잔치도 했습니다.
해선씨가 생전 처음 맛보는 생선미역국도 가마솥에 끓여서 용기에 담아주고 생일케익도 잘랐습니다.
모인 사람들 중에 용띠가 5명이나 되어 순천 용을 뽐냈습니다.
집들이에 수연이는 맷돌호박 두 개를 잡아 지금껏 제가 맛본 최고로 맛있는 호박죽을 했습니다.
모두 좋아했습니다. 수연이의 손맛은 어디까지 일까 싶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수연이가 생에 특별한 선물을 해주었고, 자상한 여동생한테 꽃다발도 받았습니다.
생일 전야를 톡톡하게 보냈습니다.
요즘엔 아침 늦게 -몸이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누워있습니다.
구들방 따뜻함이 식지 않는 한 뜨뜻한 방에서 뒹구는 것이 이 맘때만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늘어지게 자고 있는 사이 수연이는 곡성읍내 다녀온다고 나갔고, 나는 컴퓨터 자판기를 두들겼습니다.
수연이가 돌아와서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어제 받은 생일상이 있어 아무생각이 있었는데 말이죠.
잡채와 해선씨 미역국, 저녁에는 생선구이와 잡채를 먹었습니다.
점심밥을 먹고나서 이렇게 케잌을 잘랐습니다.
예쁜 케익을 잘라 수연이와 나, 순이. 산이. 산돌이 은은가 다섯 식구가 나눠 먹었습니다.
겨울 은은가에서는 매일 앞산을 한바퀴 돕니다.
밥을 먹고 발정난 숫컷 세 명을 묶어 놓고 수연이와 나만 산에 올랐습니다.
운동화를 신으면 순이와 산이는 우리가 산에 가는 것을 알고 꼬리를 치며 올라타곤 합니다.
오늘은 혹여나 암컷한테 달려갈까봐 (숫컷들이 모여 암컷 차지 싸움을 하기에)
'일주일만 참아라'하고 둘만 가니 순이는 열심히 짖습니다.
오후 3시가 넘으면 겨울 은은가는 햇볕이 사라지고 저녁 바람이 붑니다.
5시에서 6시 사이 아궁이에 불을 떼고, 저녁준비를 합니다.
늦어도 7시 이전에는 식사가 끝나고 설겆이까지 끝냅니다.
우리는 식사 시간에 테이블릿을 켜놓고 영화나 다큐 등을 봅니다.
오늘은 재밌는 미국 가족드라마를 봤습니다.
모던 패밀리, 참으로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이번 겨울 은은가 식사 시간에 본 것만 해도 꽤 됩니다.
연초에는 한국 드라마 동백이도 봤습니다.
주로 영화나 다큐를 보는데 이번 겨울에 본 것만 해도 10편 이상은 된 것 같습니다.
356일 금새 지나갑니다.
이번 겨울은 지난 겨울가뭄은 없지만 지난해보다 따뜻하여 올해 농사가 쉽지 않음을 예고합니다.
매화꽃 봉우리는 터질 듯하고 버들강아지꽃은 피었습니다.
날씨가 대만과 비슷해집니다.
몇년전부터 동면이 끝난 1-2월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입니다.
일을 줄이지는 못하고 올해는 화기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비법(^^*)을 종종 쓰고 있습니다만.
요즘 귀신 볼 정도로 몸이 예민해져 비법이 통하기도 하고
혹시 주화입마하거나 둘 중이 하나가 되겠지요.
(이건 순천팀과 수연이가 알지요.ㅎㅎ)
금새 봄이 되고, 가을 수확기가 되겠지요.
부모형제 외에 360일 밤낮으로 같이 하는 수연이, 떨어져 살지만 춘자.
일과 생활의 경계없이 절친이 있습니다.
흰그늘. 내비도. 길위에서, 불유구. 토농회, 육종학교. 경기도 몇 몇 사람들.
늘 현재의 삶을 사는지라 일과 생활의 구분없이 현재 토종씨앗 활동과 맺고 있는 이들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로 서로 물러주고 존중하며 일과 생활을 하는 훌륭한 친구들입니다.
얼마 전에 오래된 절친과 통화했습니다.
"너처럼 불성실한 친구가 없지. 늘 너는 현재의 삶을 사니까" 라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며 3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1년의 한 번 통화에도 이 말만은 합니다.
지금 나의 절친은 수연이와 춘자입니다.
일일이 열거를 않해도 셋은 환상적인 궁합이라고 여깁니다.
올해는 지혜도 합류합니다. 그녀 또한 환상적 궁합에 들어올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궁합이 환상적인 이유는 서로 보완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미애. 해선. 경숙. 연희샘은 서로 예의 지키며 소소한 정을 놓치지 않는 친구들이지요.
벌써 5년 전? 강의 두 시간 전에 만나자고 해서
순천 끝자락 바닷가까지 경숙이 차로 가서 그녀들이 싸온 도시락을 함께 먹었던 기억.
내가 그녀들에게 섭섭하게 했던 일도 한 차례 있었지만 그 일로 인해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지요.
술 힘을 빌지 않아도 술술 통하니까요. 어제는 해선씨 집에서 정말 약 먹은 것처럼 붕~있었어요.
(해선씨 꼭 차단 해요.ㅋㅋ)
암튼 오늘 56번째 생일 ...(맞나?)
용이 되려고 마지막 늦월을 탄 날.
각자 태어난 이유가 있으려니.
하늘의 뜻을 헤아려
한세상 살다가면 족하니
수억만년 생명의 응축으로 세상에 살 입고
많은 생명과 인연으로 씨앗으로 화하니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같이 자란 형제에게 감사하며.
세상의 모든 것이 나의 스승으로 감사하다.
지금-여기
씨앗으로 맺은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합니다.
* 오늘 구구절절 쓰지 못하면 또 언제 쓰랴 싶어
잠시 시간 내어 수다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이선희 -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그렇게 대단한 운명까진
바란적 없다 생각했는데
그대 하나 떠나간 내 하룬 이제
운명이 아님 채울 수 없소
별처럼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주는 것 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건 기적이었음을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한 내가 어제같은데
그대라는 인연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 어린아이가 됐소
별처럼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주는 것 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건 기적이었음을
나를 꽃처럼 불러주던 그대 입술에 핀 내 이름
이제 수많은 이름들 그 중에 하나되고
오~ 그대의 이유였던 나의 모든 것도 그저 그렇게
별처럼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첫댓글 天上再會하기를 기원합니다.
천상에서 형님이랑 같은 은하계에 있을까요? ㅋㅋ
생일 축하드립니다.새해엔 많이 줄여서 건강하세요.늘 곁에서 응원합니다.
농부운곡..닉네임이 낯설어서...지혜의숲...처음 닉네임을 봤을때 정말 좋았어요. 친근하고 소리도 괜찮았는데...농부운곡 언제 익숙해지려나... 늘 곁에서 응원합니다.라는 말이 감동스러워요.
생신 축하드려요.
늘 행복하소서~^^♡
샘을 만나게 된것이 저는 행운같습니다ㅎ
ㅎㅎ 나도요. 두 사람 보면 절로 평온해진다고 할까...^^*우랄라^^*.
12.17 生日 축하 드려요. 올해는 일 속도를 조금 줄여서 건강에 신경써야 됩니다. 일기변화가 심해서요.
권대식소래수산동. 가끔 닉네임을 보면서 궁금했어요. 시흥에 사시는거죠?
생신 축하드려요
토종씨앗 보존을 위해 애써 주심 감사드려요
건강 잘 챙기시는것 잊지 마세요
생일 축하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고....차례대로 수다떨다보니 .ㅋㅋ 님도 건강 잘 생기셔요.
축하드립니다~
오랫만에 만나도 늘편안함 우리모임의 자랑입니다
최경숙 화이팅, 근디 경숙씨 얘기할 게시판이 없어서..해선씨 게시판 만들지 말라고 해서 안했는데...해선씨 게시판 만들어서 경숙씨 얘기도 같이 들었으면 해요. 상의해보소.
해피버스데이 투유🎂🍸😊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겨울에는 땀 흘리지 마세요. 한기 들어요.
축~생일입니다.
소자농님. 경인토농회 응원해요. 올해는 수집도 많고. 평택행사도 있고..경인토농팀이 활약할 일이 많은데...물속 물위를 종횡무진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게다가 인어까지 말이죠.
생일 축하 드립니다~~^^
생일날 받은 꽃바구니랑 비슷해요. ㅎ 토농회에 가입하셨으면 했는데....글코...씨앗관련 쵸코볼에게 얘기들었고 또 제 생각을 얘기했습니다. 감동을 감동으로 표현할 길이 없어서......
이모티콘도 사용하시네요. ㅋ 저보다 디지털에 몇 백배 능하세요.
@단이 ^^
2019년 9수를 무사히 넘겼으니 앞으로 10년은 무탈하실겁니다~^^
형님 겨울에 살이 빠지면 ...음....그러게 9수 넘겼으니...10년...알겠삼. 오늘 형님 보니 살이 좀 빠지고 예뻐졌어요. ㅎㅎ
생일축하합니다.
늘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렇게 맑은 호박즙 처음...맑은 마음 맑은 호박즙.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