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사회사업가 고전 읽기.
<허클베리핀의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함께 모여 낭독하기로 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10시부터 5시까지.
한 장씩(대략 10여 쪽)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총 43장, 600쪽이 넘는 책이니
다섯 명이 이틀 온종일 읽으면 다 읽을 줄 알았습니다.
딱 절반 읽었습니다.
허크(허클베리핀)가 외딴 섬 오두막에 가둔 채 때리고 협박하는 아버지를 피하여 도망치고,
그 가운데 역시 도망친 노예 짐을 만나 미시시피강을 따라 뗏목과 카누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여행 가운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경험하는 고난과 성장.
흥미진진했습니다.
눈으로 읽고, 귀도 듣고. 내가 읽고 동료가 읽고...
책도 열심히 읽었지만
점심도 먹고, 일상도 나누고, 산책하고, 웃고 떠들고, 간식 먹고.
열심히 읽기도 하였으나 예상대로 다 읽기에는 이틀이 짧았습니다.
누군가 1박 2일 낭독 모임을 제안하였는데,
정말 그렇게 읽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바라는 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허크와 짐.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그 한 사람의 힘'이 놀랍다는 걸 다시 생각하였고,
나이나 세대, 인종을 넘어서는 우정을 보았습니다.
'친구'가 같은 나이를 뜻하는 게 아니고,
뜻을 함께하고 우정을 나누면 친구였습니다.
모험이 아이를 키우고, 도전이 아이를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집과 부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길 위에서 다양한 타인을 만나는 가운데 조금씩 자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넘어지면서 단단해지고, 구르면서 다듬어집니다.
다투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헤어지면서 슬픔을 이해합니다.
어느 대목은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나고,
<데미안>도 떠오르고, <자기 앞의 생>도 겹쳤습니다.
하나같이 주인공의 성장에는 누군가 흔드는 존재가 있었고,
그런 성찰이 대부분 길 위에서 이뤄졌습니다.
남은 절반은 각자 읽기로 했습니다.
잠시 구슬꿰는실 뗏목에서 미시시피강을 따라 함께 여행한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이제 각자 허크를 만나시고, 여유가 된다면 책을 덮고 난 뒤 여운을 조금 남겨주세요.
아...
짐과 허크처럼, 잠시 얼마간 강을 따라 흘러가듯 떠나가고 싶습니다.
...
우리는 낚싯줄을 드리웠지요.
그 다음 원기를 돋두고 몸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강 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을 쳤습습니다.
수영이 끝나면 이번에는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모래톱 바닥에 앉아서
먼동이 트는 것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마우 소리 하나 들여오지 않았습니다.
...
지윤주 선생님, 둘째 날 점심 대접, 고맙습니다.
고진실 선생님, 둘째 날 차 대접, 고맙습니다.
장경호 선생님, 첫날 성심당 빵 대접, 고맙습니다.
김혜지 선생님, 둘째 날 시원한 귤대접, 고맙습니다.
장경호 선생님 팀원 이지윤 선생님이
팀장님 응원한다며 첫날 대전에서 커피를 주문해 모두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책은 아마 <돈키호테>가 아닐까 합니다.
기대합니다.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랍니다.
첫댓글 졸린 눈 비비며 새벽녘에 서울행 기차를 탔습니다.
아침부터 다들 어디로 가는지 비장하고 분주해 보였습니다.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은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책방으로 향했습니다.
행여 길을 잃지 않을까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겼습니다.
겨울인데 왜 춥지 않은지 골목 언덕길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운 책방이 보였습니다. 이사 후 이곳은 처음입니다.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며 쉼 없이 흐르는 땀을 식히고 있을 무렵,
새롭고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보였습니다.
밥 잘 사주는 누나 서열 1위 지윤주 선생님, 속 깊고 따듯한 고진실 선생님,
미소가 아름다운 김혜지 선생님, 사회사업 동료이자 선배이며 스승이신 김세진 소장님!!
그렇게 우리는 이틀 동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떠났습니다.
카누와 뗏목이 흐를 때마다 웃음과 눈물,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으며,
함께 모여 읽는 재미와 인정도 넘쳐흘렀습니다.
책이 주는 기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함께해서 더욱 뜻깊고 즐거웠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회사업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문학, 음식, 인정, 지향을 나누니
사회사업 동기와 열정이 강해짐을 느낍니다.
자리 만들어 주신 소장님과 자리 빛내주신 선생님들,
멀리서 응원해 준 이지윤 선생님 고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인물 한 명 한 명 안타깝고 마음이 쓰입니다. 헉을 괴롭히던 아빠가, 헉을 정성으로 돌본 과부댁이,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던 짐이, 거짓으로 일상을 살아온 공작과 왕이..
개개인에게 그럴만한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웃음과 배울 점이 있습니다. 누구 하나 안 그런 인물이 없습니다.
우리 주변도, 우리 현장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들의 사연을 궁금해하며 공감하며 마음 쓰고 싶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일이 그분들에게 모험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같이 모험하며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일이 그분들에게 모험일 수 있겠습니다."
이 말씀이 와닿습니다...
책을 덮고는 순간 뭔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아마 나에게, 우리들에게, 지금의 아이들에게 모험을 시도해 볼 만한 자유로움과 도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것 같습니다.
모험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하게 하는지, 성장하게 하는지 깨닫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헉과 같은 모험의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와 가정이 답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으레 그렇겠다 생각한 나를 반성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해볼 만한 일들이 있는지 진짜 욕구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어쩌면 우리와의 만남이 모험이 되고, 새로운 활동과 관계가 모험이 될 수 있겠습니다.
또 나의 어렸을 적, 모험하지 못한 것을 후회로만 남겨두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작고 큰 모험을 찾고 시도해 보겠습니다.
이번 사회사업가 고전 읽기도 어찌 보면 저에게 모험이었을지 모릅니다. 함께 읽고 나누고 먹고 걸으며 즐거웠습니다. 선생님들의 실천이 진심으로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며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마냥 즐거운 줄 알았는데 그 안에서 성장했습니다. 헉을 통해, 헉을 계기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정신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에 어질어질했습니다.
엉뚱해서 황당하고 뻔뻔해서 기가 찬 모험기에 저도 함께 뗏목 타고 휩쓸리는 것 같았지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낭독했습니다.
짐의 사투리를 흉내낼 때는 조금 쑥스러웠고..연기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전에 낭독하는 맛,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리 내어 웃으며 읽었습니다.
장면마다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작가의 표현력이 놀라웠습니다.
몇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뗏목 위에서 헉이 짐에게 처음으로 사과했던 장면,
주인에게 도망친 짐이 자유롭게 되지만 오히려 헉은 도망자 짐을 신고해야 한다는 책임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면,
짐이 정체를 들킬 위기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존재를 숨겨주었던 장면..
인종 나이 계급을 떠나 인간으로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감동적입니다.
말씀처럼 저도 데미안, 혹은 콜필드가 떠올랐는데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혼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인간을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경험, 관계가 삶의 기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사업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일지.. 고전을 통해 성찰합니다.
출퇴근길에 마저 읽고 있습니다.
아주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