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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봉 오르는 중에 조망, 637.2m봉에서, 맨 뒤는 월악산 중봉과 영봉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 이문재, 「노독」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3월 10일(토), 흐림, 오전에는 간혹 분설(粉雪) 날림
▶ 산행인원 : 13명(버들, 자연, 달님, 드류, 대간거사, 사계, 도자, 백작, 제임스, 산소리, 가은,
승연, 신가이버)
▶ 산행시간 : 10시간 7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6.4㎞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름)
06 : 35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0 - 충주시 수안보면 사문리(寺門里), 대사교, 산행시작
09 : 21 - 시계(市界) 주능선 진입
11 : 07 - 북바위산(772.1m)
11 : 43 - 675m봉
11 : 54 - 652m봉
12 : 02 - 559m봉, 북바위
12 : 24 ~ 13 : 14 - 물레방아휴게소, 송계계곡, 와룡교 앞 주차장, 중식
14 : 21 - 592m봉
14 : 45 - 637.2m봉
15 : 22 - 715m봉
16 : 13 - 용암봉(895m)
16 : 41 - 만수봉(萬壽峰, 985m)
17 : 20 - △895.6m봉
18 : 07 - 시루봉(775m)
18 : 40 - △562.8m봉
18 : 57 -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月岳里) 음지말, 용하구곡, 산행종료
1. 만수봉 오르는 중 637.2m봉에서, 오른쪽부터 사계, 승연, 대간거사, 버들, 달님, 제임스,
가은, 그 앞은 도자, 앉은 이는 신가이버
▶ 북바위산(772.1m)
우리 오지산행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영희언니는 허리가 아파서, 감악산 님은 목이 아파서 산
행에 장기결근이다. 그 빈자리가 워낙 커서 아쉽고 우울한 중에 회원 몇몇의 분투는 유쾌할뿐
더러 사뭇 감동적이다. 공무로 대만 출장 중인 제임스 님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여 산행에
동참하였고, 산소리 님은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부러진 갈비뼈가 채 아물기도 전에 나
왔다.
미륵사 지나고 대사교(大寺橋)를 건너자마자 능선자락 끄트머리에 차를 세운다. 차안에서 미
리 등산화 끈 조이고 스틱도 길게 빼놓았던 터라 우르르 내려 석문동천(石門洞天) 건너편 신
선봉의 검은 불끈한 모습을 일별하고 산자락에 붙는다. 서릿발이 밀어올린 잔디가 푹신푹신
한 무덤을 지나 가시덤불을 뚫는다.
인적이 흐릿하다. 저마다 자기걸음으로 걷느라 혼자서 간다. 완만한 오르막의 아름드리 소나
무 숲길이 나온다. 보기 좋다. 사열하는 기분난다. 보행자세 고쳐 천천히 걷는다.
살랑대는 바람이라도 그 끝은 벼린 듯 날카롭다. 한 무더기 먹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건너 신
선봉 산릉이 보이지 않게 가루눈 뿌린다.
727m봉. 산행시작 할 때부터 들입다 내빼던 신가이버 님이 진작 올라 달달 떨고 있다. 꼬부랑
재 넘어온 능선에 들자 등로는 한층 뚜렷하다. 설원(雪原)인 북사면은 겨울이고, 눈 다 녹은
남사면은 봄날이다. 더덕불고(더德不孤)라고 했다. 겨울과 봄을 수시로 넘나든다. 수율(收率)
이 아주 저조하다. 노루 친 작대기보다 나을까. 혹 더덕뿌리를 건드렸을지도 모르니 호미 날
을 소주에 담그자고 한다.
가루눈이 점점 심하게 내려 배낭 커버 씌운다. 북바위산 정상이 가까웠는지 커다란 바위가 자
주 나타난다. 벼랑 끝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신선봉과 마패봉을 또 본다. 715m봉 내린 안부.
우리가 온 길은 출입금지 구간이었다. 금줄을 얼른 넘는다. 이제 등로는 여러 사람의 발길 다
져진 빙판이다. 징검다리모양 바위 섞어 딛는다.
안부에서 한바탕 바짝 오르면 너럭바위 나오고 북바위산 정상이다. 신선봉, 마패봉, 그 너머
부봉, 월항삼봉일까? 주흘산, 포함산, 만수봉을 짚는다. 동대문종합시장 주차장이 안내산악
회 산행출발의 메카였던 시절, 그들 따라 당일 산행으로 북바위산만을 온 적도 있다. 그때는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였을 뿐 저 신선봉을 바라보기나 했던가!
북바위산의 주등로인 물레방아휴게소 쪽으로 내린다. 강산이 변했다. 데크계단이 나온다. 데
크계단을 내리고 오른다. 여기던가 저기던가? 오금 저리며 슬랩에서 벌벌 기던 아직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은 그 짜릿한 감촉을 다만 추억할 뿐이다. 아깝다. 동산계곡 건너 말뫼산이나
바라본다.
대크계단으로 675m봉, 652m봉 오르내리며 옆모습의 말뫼산(용마산)을 점차 고개 돌려가며
정면을 본다. 인물은 정면보다는 반쯤 옆모습으로 뒤쪽의 뺨 선이 코 선보다 약간 더 나온 모
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말뫼산의 모습이 또한 그렇다. 산 빛이 다른 중봉과 영봉은 결코
오르지 못할 준봉으로 보인다.
559m봉 아래 외길이던 구멍바위(산부인과바위)는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이 산의 이름을
북바위산이게 한 북바위가 나온다. 엄청나게 큰 북이다. 각목계단 길 통통 내리면 물레방아휴
게소 앞길 건너 너른 주차장이다. 오늘 중식 메뉴는 추어탕. 도자 님이 준비했다. 그래도 산에
서 라면을 생략할 수는 없다.
2. 북바위산 들머리인 사문리 대사교에서 바라본 신선봉
3. 소나무 숲길, 대간거사 님
4. 마패봉(마역봉)과 신선봉
5. 넘어야 할 산들
6. 가운데가 북바위산, 그 너머는 박쥐봉(782.1.m)
7. 왼쪽은 신선봉
8. 멀리는 부봉 연봉
9. 북바위산 정상에서, 오른쪽부터 백작, 승연, 달님, 신가이버, 제임스
10. 자연 님
11. 왼쪽이 박쥐봉(782.1m)
12. 북바위산 하산 길의 675m봉과 652m봉
13. 북바위산 하산 길의 675m봉
14. 멀리는 부봉 연봉
15. 월악산 영봉
16. 말뫼산(687.3m)
17. 북바위
▶ 만수봉(萬壽峰, 985m)
와룡교(臥龍橋) 건너서 산모롱이로 간다. 잘록한 안부를 겨냥하여 골짜기로 들어간다. 골짜기
에는 빙폭이 남아있다. 능선으로 오르는 사면은 게걸음해도 매우 가파르다. 거친 숨 할딱이며
능선에 서자 낡은 산행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따라간다. 사면을 왼쪽으로 크게 돈다. 흘깃
쳐다보는 직등은 아무래도 어렵다. 수직의 바위절벽이 산허리를 빙 둘렀다.
왼쪽의 고무서리골 건너 덕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암릉이 장관이다. 자칫 놓칠세라 애써
나뭇가지 젖히고 기웃거렸는데 고도를 높일수록 요연히 보인다. 아마 우리가 오르는 능선도
저기서 본다면 저렇듯 가경이리라. 낙락장송 늘어선 바윗길 슬랩을 오르내린다. 너른 테라스
로 트래버스 하지만 밑은 절벽이라 걸음걸음 움찔한다.
진퇴양난이다. 나아가자니 두고 가는 경치가 아깝고 가만하고 있자니 저 위 경치가 궁금하다.
장가계 산혼수운(山魂水韻)이라고 자랑하는 십리화랑 금편계곡이 별것이더냐. 저 월악영봉
에 이르는 첩첩산릉의 장려함을 보지 못한 안목부재의 소치려니.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가경
이 펼쳐진다. 637.2m봉은 그 정점(頂點)이다.
637.2m봉 내리는 길을 잠시 헷갈렸다. 직진하여 대슬랩을 밧줄 잡고 내려야 하는 것을 주춤
주춤 남쪽 사면으로 떨어지다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신가이버 님을 척후로 보내 637.2m봉 정
상 주변을 자세히 살피게 하니 암벽을 트래버스 한 흔적을 찾아낸다. 다시 대슬랩을 오르고
나이프 리지로 내린다.
안부. 아기자기한 암릉은 끝났다. 715m봉 오르는 북사면 눈길이 이어진다. 눈이 제법 깊다.
왼쪽 사면으로 난 우회로로 715m봉을 넘고 대설원을 간다.
895m봉. 용암봉이라고 한다. 만수골 만수교에서 만수산을 오르내리는 주등로다. 길 좋다. 암
사면에는 철제 가드레일을 설치하였다. 노송 아래 암반에 서서 바라보는 쌍봉의 포암산이 설
산이다.
용암봉을 빙판 미끌하며 내린 안부. 이정표가 있다. 만수봉까지 0.5㎞. 멀다. 더구나 줄곧 가
파른 오름길이다. 스퍼트 낸다. 눈길에 엎어지면 힘이 쏙 빠지고 식은땀이 난다. 아득하던 포
암산(961.7m)을 발아래 두고서야 만수봉 정상이다. 만수봉 정상은 사방 나무숲으로 둘러있어
바위에 올라도 별 조망이 없다.
18. 북바위
19. 말뫼산 아래 575m봉
20. 북바위산
21. 덕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750m봉
22. 덕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702m봉
23. 뒤부터 월악산 중봉, 영봉
23-2. 박쥐봉
24. 앞은 덕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25. 앞은 덕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26. 지나온 월악산 최고의 경점인 637.2m봉
▶ 시루봉(775m)
만수교 쪽으로 느긋이 하산 하려니 생각했는데 상황이 변했다. 두메 님에게 광천 용하구곡 음
지말로 내릴 거라 예고했다, 빈차로 회차하시라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리로 가자고 한다. 두
팀으로 나눈다. 1팀 5명이 용하구곡으로 간다. 나는 어정쩡하다가 1팀에 끼고 말았다. 새 등
산화 길 들이느라 발뒤꿈치 까인 백작 님도 없고 갈비뼈 나간 산소리 님도 없으니 내가 꼼짝
없이 후미다.
속도전이다. 숫제 달린다. 교대로 후미 본답시고 뒤에서 나를 아주 몰이한다. 가파른 사면을
테크다리로 지나면 오른쪽이 백두대간 길로 빠지는 ┣자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은 월악 영봉
으로 가는 리지 길이다. 막아놓았다. 눈길 아무도 가지 않았다. 우리가 간다. 북사면이라 눈이
꽤 깊다. 무릎까지 찬다. 스패츠를 찰 여유가 없다. 막간다.
뚝 떨어졌다가 오르는 길은 눈이 없지만 낙엽 밑에 얼음이 깔렸다. 지나기가 눈길보다 더 고
약하다. △895.6m봉. 눈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433 복구, 건설부 74.10’.
허기진다. 사계 님 배낭 털어 빵 한 조각 찾아낸다. 영봉 가는 길을 벗어나 오른쪽 능선으로
내린다. 잡목 숲 뚫었더니 절벽이 나온다. 왼쪽 사면으로 대 트래버스 하여 골로 간다.
유일한 길이다. 다시 설사면을 길게 돌아 능선으로 복귀한다. 눈길에 잡목을 더하니 손과 발
이 바쁘다. 안부의 산죽지대 지나 775m봉 오르는 길은 너덜성 암릉이다. 긴다. 뒤돌아 바라보
는 △895.6m봉이 첨봉이다. 저기를 내렸다니 쉬이 믿기지 않는다. 775m봉. ‘시루봉’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주위에 산행표지기가 수두룩하니 달렸다.
시루낙조가 영락없는 화투 팔공산이다. △895.6m봉 너머로 해지기 기다렸다가 다시 줄달음
한다. △562.8m봉 삼각점은 ‘432 복구, 건설부 74.10’
등로는 봄이다. 낙엽 밑에도 얼음은 없다. 잔광(殘光)마저 사그라졌다. 규칙적인 낙엽 지치는
소리로 선두와 벌어진 거리를 가늠한다. 485m봉. 왼쪽 사면의 우회로로 돌아내린다. 음지말
텔레비전의 안테나가 485m봉 정상에 있나 보다. 동축케이블이 내려온다.
동축케이블과 동행한다. 등로 옆 무덤에 번쩍거리는 경광등을 놓았다. 나였기 망정이지 누구
라도 인광으로 착각하여 섬뜩하겠다. 동축케이블이 산허리 돌면 우리도 따라 돈다. 따라 돌아
야 한다. 막바지 암릉 밑으로 내리 쏟고 덤불숲 벗어나니 음지말 근처 도로다. 억수휴게소에
서 기다리고 있던 두메 님이 헤드라이트 조도 높여 달려온다.
27. 넘어온 암봉들
28. 포암산
29. 만수봉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30. 만수봉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31. 만수봉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산릉
32. 시루봉에서 바라본 △895.6m봉
33. 해질 무렵의 영봉
첫댓글 늘~ 감사합니다. 형님~
관리소홀로 인한 부실체력~~ 민망합니다
몸관리 잘해서 예전의 모습으로 빨리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중포라는 거 이거 참 못할 짓이더군요.
힘들어도 기다리는 것보다는 산행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거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다리 부러지지 않는 한 중포하지 않겠습니다. ㅎㅎㅎ
체력관리 잘 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ㅎㅎㅎ
" .....함부로 길을 나서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그런 깨달음도 얻고 삶의 유의미성과 실존감을 각인해가는 그런 죄값만을 치루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나서야지요... 나 뭐래니? ㅎㅎ 드류형님 멋진 산행기통해 행복했던 시간들 반추해보며 다시 충전!!
멋진 짜임새~~ 생긴만큼 멋진 짜임새~~ 안그렇습니까투리~~~ 그렇습니다람쥐~~~
백자 다람쥐가 무슨뜻..
대간거사대장형님께 여쭤보시겠습니다람쥐... ㅎㅎㅎ
개콘에서 뭐 어쨋대나 저쨋대나나나나나나~~~
재밌어요르래이~~~ ㅎㅎㅎ
대장님이 갈켜줬습니다람쥐... 재밌습니까투리~~~
글쎄 갑자기 왜 이렇게 사용을 하는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