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장로신문에 게재된 변우량장로(전 국회의원, 교수)의 칼럼으로 많은 분들에게 전파되었으면하는 생각에서 필자로 부터 원문을 입수하여 게재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정독(?) 바랍니다. 김유진 올림
안교수를 정치의 사지(死地)로 몰지 말라
안철수 교수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그가 내놓은 컴퓨터백신 하나만 가지고도 영웅대접을 받을 만하다. 또 작년에 15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한 것도 장한 일이다.
한국의 유권자 대중이 돈과 섹스와 쾌락에 빠져 있는 군상들과 권력에 취해 있는 정치인들만 보다가, 깨끗하고 실력 있고 신선미가 넘치는 안박사를 봤으니, 메시아를 보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2000년 전의 유대인들도 사랑과 정의와 능력이 넘치는 예수를 보고 메시아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그를 따라다니던 제자들은 도탄에 빠져있는 ‘유대인의 현실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처음엔 그에게 한사코 정치를 권유했다는 것.
요즘 우리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도 안 교수에게 “대통령이 되어 달라 그리고 정의와 평화와 복지가 넘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SNS등을 통해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과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그런 난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이 전무 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다의 왕인 고래도 바다를 떠나 땅위로 자리를 옮기면 그때부터는 고양이한테도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된다.
하나님은 우리인생들에게도 각자가 걸어가야 할 길을 따로 주었고 직업과 사명을 따로 정해주셨다.
조금 다른 길을 가는 건 용납이 되지만, 과학자요 교수인 그가 갑자기 대통령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역천(逆天)이다.
천리를 거역하는 일이다.
바둑으로 말하면 대 실착이다.
안교수가 걸을 길이 정치이외에 길이 없다면 몰라도 그는 지금 성공 확률이 높은, 자기만의 대로가 열려 있는데, 왜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 뻔한 사지로 가려하는지?.
설마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안교수는 공중에 떠있는 여론에 홀리고 권력과 지지율의 유혹에 끌려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정치학교과서에 보면 ‘결단력과 과감성’이 정치지도자에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첫째 안박사는 그것이 부족해 보인다. 1년이 넘도록 ‘정치입문’카드를 들고 만지작거리는 것만 봐도 그렇고 인상 또한 우유부단 형이다.
신중(愼重)이 지나치면 우유부단이 된다.
둘째는 정치경험이 없고 정치감각이 떨어진다. ‘정치는 구기운동 같다’고 한다.
축구는 바둑만큼 수(전술)가 많지는 않다. 교실에서 이론 무장을 하고 축구의 기술을 완전히 배웠다 해도, 현장에 임해보면 변수가 하도 많아 배운 대로 안 된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데, 정치가 꼭 그렇다.
셋째 안박사는 CEO경험이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학자다. 학자는 학문의 속성이 정확, 과학, 논리이기 때문에 완전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결단이나 행동을 유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기(失機)를 하기도 쉽고 문약(文弱)에 흐를 우려도 있다. 그래서 전형적인 학자형지도자가 복잡한 현실 정치의 정상에 서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정치지도력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은 교육이나 기업의 리더십과는 전혀 다르다.
안교수는 현재의 주어진 입지를 살려 꾸준히 전진해나가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고, 학문의 정상에 오를 수도 있고, 한국의 빌게이츠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권력으로는 대통령만 못할지 몰라도, 아름다운 흔적을 남길 수 있고 인류문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보면 대통령보다 훨씬 더 낫지 않을까?
그런데 왜 누가 안교수를 정치의 사지로 밀어 넣으려 하는가?
그건 안교수의 인생에도 마이너스이지만 대한민국에도 큰 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