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자전거 종주 1일차 (거진~통일전망대~속초 찜질방68Km)
1. 2016. 6.4(토) ~ 6.6(일)
2. 도다리, 문수, 무상, 상국(4명)
강원도 북쪽 DMZ 근처 통일전망대에서 부산까지 이어질 강원도 종주길 중 현재 개통된 구간은 삼척 임원까지. 길은 총 234Km라는데 이미 다녀온 분들의 기록을 종합해보면 대략 237Km정도 되는 모양.
우리는 낙산사를 비롯하여 가다가 멋있어 보이는 곳, 이를테면 빨간 속초등대 같은 곳도 끝까지 둘러보고 왔고, 또 둘째날은 옥계까지 들어가 숙소를 잡았고, 그 날 친구 셋은 정동진 가는 길에 알바 좀 해서 3Km 정도 더 나왔지만 내 기록은 총 245Km다.
6월 4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엊저녁 꾸려둔 작은 배낭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wife가 깰세라 까치발을 하고 현관문을 나간 게 4시 30분. 오리 역까지 신나게 새벽을 질주한다. 역 앞에서 오뎅 두 개와 따뜻한 국물 한 컵 먹을 시간은 충분하다. 5시 3분 첫차를 타야한다.
선릉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려면 뒤칸이 편리해서 6호 칸을 탔더니 자전거가 4대. 선릉에서 합류한 문수와 2호선으로 동서울터미널 역으로 간다. 이미 자전거는 8대. 어쩌면 거진가는 버스에 다 실을 수 없는 최악의 상태도 고려해서 빨리 가서 줄을 서기로 했다.
도다리는 이미 와있었고 무상이가 15분 뒤에 도착, 강원도 대진 가는 플랫포옴에 미리 자전거 앞바퀴를 빼두고 대기, 버스가 오자마자 잽싸게 일착으로 우리가 자전거 싣는데 성공, 뒤에 온 사람들은 부랴부랴 자기들도 앞바퀴 빼느라 부산하다. 우리 잔차 위에 또 젊은이들의 자전거를 포개려니 좀 어렵다. 하여간 최대한 노력해 10 대까지 실었지 싶은데 맨 나중에 온 사람은 자전거를 실었는지 모르겠고 일단 버스는 6시 40분, 정시에 출발.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는데 연휴 시작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밀렸단다. 휴게소에서도 화장실 다녀올 시간만 주고 계속 고고~
배가 고프지만 종점에 내려 터미널에서 사먹을 생각이었는데 인제, 원통, 대진을 거쳐 종점인 거진에 내리니 황량한 벌판에 버려진 느낌. 너른 공터에 우리가 타고 온 버스만 한 대 덩그러니, 식당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자전거 타러온 사람들만 몇이 보인다.
바퀴 끼우고 출발하면서 사진 찍은 게 11시 17분.
통일전망대 출입통제소 까지 달려가니 예약을 안 하면 들어갈 수가 없단다. 나야 이미 대여섯 번 와 본 곳이기에 섭섭하지 않은데 이 쪽으로는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는 도다리가 많이 섭섭한 모양이지만 우야겄노? 인증센터 도장을 소리 나게 콱! 찍고 식당을 찾아서 이제 다시 대진항 쪽으로 내려간다. (11:33)
강원도 종주 대장을 맡았기에 선두에 선 내가 멈춘 곳이 대진 항 초입에 있던 슬기네 소머리국밥집.
“여기서 아침 겸 점심을 묵자! 국밥 좋겠네, 다들 통일!”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사장님 음식 솜씨가 좋으시다. 맛난 김치 종류도 몇 개 있고 깻잎 삶아 무친 나물과 멍게젓 까지 내어주신다. (11:50)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앞으로 사흘간 계산은 문수가 총무를 맡아서 해달라고 하니 도다리가 태클을 건다.
“그라몬 대장 니는 뭐 할낀 데?”
“얌마, 대장은 지휘만 하는 기라. 니는 이순신 장군이 밥값 계산하는 것 봤나?”
“그런가?”
도다리는 태클도 잘 걸지만 푸는 것도 잘 푼다. 그러니까 도다리지... 크크크...
화진포에서 사진 찍고 논다. 아주 입자가 고운 모래가 깔려있는 산책길은 자전거 지나가기가 아주 위험했다. 여차 하면 바로 미끄러지려 한다.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 세 군데를 묶어서 일인당 3,000원을 1,500원으로 할인한다는 말에 같이 구경. 이승만 별장을 보고 내려오다가(13:00) 아까 전국노래자랑 현수막이 걸려있더니만 쿵짝쿵짝 밴드소리에 노래도 흘러나온다. 노래 소리에 끌려 방향을 튼다. 시간 남겠다, 뭐 급할 것 없다. 다 같이 그 쪽으로 고고~ 돌아간다.
송해 형님은 아직 안 보이시지만 곧 시작할 모양으로 늘씬한 미녀들이 무대위에서 음악에 맞춰 안무 연습도 하고, 무대 바로 앞에는 전국노래자랑만 따라다닌다는 그 열성팬 분들이 춤추시느라 돌고 돈다. 다 우리들보다 연상이신 관객들은 작대기 풍선으로 딱딱 박수처럼 소리도 내고 흥이 올랐다. 송해 형님도 뵙고 갔으면 좋으련만 시간상 아쉽지만 잔차 시동을 건다.
김일성별장에서는 제법 오래 머문다. 이 곳은 예전에 아내랑 4박5일간 강원도 여행을 하면서 7번 국도를 따라 관동8경을 구경하면서 여기까지 와서 보고, 금강산 건봉사까지 둘러 대관령쪽으로, 다시 청송 주왕산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늙은 머스마들끼리 헬멧에 썬그라스 끼고 자전거 타고 올 줄 누가 알았겠냐? 세상일은 참 알 수 없다. 변해가고 또 변해갈 세상이다.
반암해수욕장(14:20)
북천철교인증센터(14:35))
송지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카톡에 올리니 이 더운 날에 보령에 일하고 있던 돌불이 “탈렌트?” 하고 묻는다. 돌불이 뿔 좀 났다. (15:32)
능파대에 잔차를 묶어두고 한참 돌아다니며 그 오묘한 바위들을 감상한다. (16:27~)
천학정(16:52)에 앉아 좀 쉬다가 청간정 가는 길, 자전거 도로가 참 요상하다.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둔 코스도 있고, 아마 다양한 맛을 느끼도록 한 모양인데 우리들은 괜찮았는데 혹자는 불평불만 할 수도 있겠더라.
청간정 아래 사무소에서 영원엽서(우표가 공짜이면서 일년 뒤에 닿는 엽서)를 얻어 각자 마님에게 엽서를 쓴다. 모범답안으로 나랑 무상이가 구절을 읊어주면 단순한 도다리가 또박또박 그대로 쓴다. 모범엽서 한 장 완성~ 그걸 보고 거의 90% 같이 베껴 쓰는 머스마들~
주소와 수신인 이름까지 베끼면 큰일 날거라 그걸 지켜보느라 눈동자가 몇 개 굴러댕긴다.(17:44)
봉포해변에 하트 모양의 구조물을 보고 잔차를 세운다. 그 속에 네 명이 들어앉아 사진 찍어줄 사람을 기다린다. (18:13)
속초 등대 맞은 편 언덕에 전망대 가는 길, 계단이 제법 있다. 끝까지 올라가 본다. 전망이 좋다, 다만 전망대는 시간이 늦어 들어갈 수가 없단다. (18:46)
빨간 속초 등대가 있는 방파제는 제법 길다. 자전거를 타고 가본다. 물고기보다 낚시꾼들이 더 많다. (19:00)
중앙시장 인근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은 생선회를 먹기로 했는데, 모텔에 방이 없단다. 방 하나에 13만원 달라하니 억~소리 난다. 영감 넷이서 방값만 26만원? 이건 말이 안 된다. 강릉 쪽으로 계속 달리면서 몇 군데 더 모텔을 알아봐도 방이 없기는 마찬가지. 페달 젓는 발에 힘이 빠질 무렵 저기 멀리 24시 찜질방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5층 찜질방 입구 구석에 세워두고 일단 저녁을 해결하기로. 횟집을 둘러보니 물회는 동이 났고, 또 다른 곳은 30분 기다려야 나온단다. 외지인들이 이리 많이 몰려왔는데 생선회인들 보통 때보다 비싸게 받을 것 같고, 그냥 찜질방 건물 1층의 고깃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리 잡고 소맥 한잔 말아 단체 사진 찍은 게 21시. 한 시간 넘게 즐겁게 먹고 올라가 목욕탕 들어가 씻고, 도다리가 잡아둔 자리에 누운 게 23시 경. 그 뒤로 나는 몰라~ 딱 3초 만에 곯아떨어져 자더라는 데. 하여간 네명이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