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5-105 시절節序 10 추회秋懷 가을 생각
정오요락조선명井梧搖落早蟬鳴 우물가 오동잎 떨어지고 이른 매미 우는데
만안추광불만청滿眼秋光拂晚晴 눈에 가득 가을빛은 늦은 햇빛 스쳐가네.
서산이혐균점랭暑散已嫌筠簟冷 더위가 가니 어느새 대자리 찬 게 싫은데
풍래혼각갈의경風來渾覺葛衣輕 바람 불면 칡베 옷이 가벼운 줄 완연히 알겠네.
정공추엽표환기庭空墜葉飄還起 뜰이 비어 지는 잎이 뒹굴다 다시 일어나고
천활부운멸우생天闊浮雲滅又生 하늘 넓어 뜬 구름은 없어졌다 다시 생기네.
일단청수소부득一段淸愁消不得 한 조각 맑은 시름 지워 버릴 수 없는데
나감상하어단성那堪床下語蛋聲 마루 밑 귀뚜라미 소릴 어이 견디며 들으리.
►균점筠簟 죽석竹席. 대자리. 삿자리
‘대나무 균筠’ 대나무 (대나무의 푸른)껍질. 피리
‘대자리 점簟’ 대자리. 삿자리(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추회秋懷 가을날의 회포 2首/소식蘇軾(1037-1101)
1
고열념서풍苦熱念西風 모진 더위에 가을바람이 그리워서
상공래무시常恐來無時 가을이 안 올까 늘 염려했는데
급자수처름及玆遂凄凜 가을이 와서 마침내 썰렁 해지니
우작조년비又作徂年悲 또 가는 세월을 슬퍼하게 되누나.
실솔명아상蟋蟀鳴我牀 귀뚜리는 내 방의 침대에서 울어대고
황엽투아유黃葉投我帷 노란 잎은 내 방의 휘장으로 날아드네.
창전유서복窗前有棲鵩 창문 앞에 올빼미가 한 마리 살고 있어
야소여호리夜嘯如狐貍 밤중에 우는 소리 여우와 너구리 같네.
로냉오엽탈露冷梧葉脫 이슬이 차가워서 오동잎이 지는 이 밤에
고면무안지孤眠無安枝 혼자 자는 잠이라 편안한 나눔이 없네.
습요역유우熠燿亦有偶 저기 저 반딧불이도 제각기 짝이 있어서
고옥비상추高屋飛相追 높다란 지붕에서 서로 쫓아다니지만
정지무기견定知無幾見 몇 번 만나지 못할 줄도 잘도 아니니
박차청상기迫此淸霜期 맑은 서리 내리는 이 계절에 쫓겨났네.
물화서부류物化逝不留 만물은 변화하여 가만히 안 있고 가 버리는 법
아흥위차자我興爲嗟咨 나는 일어나서 이 일로 인해 탄식하네.
편당근병촉便當勤秉燭 촛불 잡고 놀기에 힘써야 할 것이니
위락계모지爲樂戒暮遲 즐기는 데 있어서 때늦지 않도록 해야 하느니
2
해풍동남래海風東南來 시원한 바닷바람이 동남쪽에서 불어와
취진삼일우吹盡三日雨 사흘 동안 내리던 궂은 비를 날려 버리니
공계유여적空堦有餘滴 빈 계단에 똑똑 남은 빗방울 떨어지며
사여유인어似與幽人語 은자에게 무어라고 얘기한 것 같구나
염아평생환念我平生歡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바를 생각해 보면
적막수환도寂寞守環堵 적막하게 오두막을 지키고 살며
호장위작로壺漿慰作勞 한 병의 음료로 경작의 노고를 위로하고
과반구한고裹飯救寒苦 한 도시락의 밥으로 춥고 힘듦을 구제하는 것이네.
금년추응숙今年秋應熟 금년에는 가을 곡식이 틀림없이 잘 익을 테니
과종포계서過從飽鷄黍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닭고기와 기장밥 실컷 먹일 수 있겠네.
차아독하구嗟我獨何求 아아 나 혼자서 어찌 무엇을 구하려고
만리섭강포萬里涉江浦 만리 밖 이곳까지 강과 개를 건너왔나.
거빈기무식居貧豈無食 사는 것이 가난한들 어찌 밥이야 못 먹겠나!
자부안견무自不安畎畝 스스로 농촌 생활에 편안함을 못 느꼈네.
염차좌달신念此坐達晨 이것을 생각하며 새벽까지 앉았노라니
잔등예복토殘燈翳復吐 꺼져 가는 등불이 죽었다 깨어났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