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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교구 우곡성지]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 150-1
우곡 성지는 농은 홍유한(洪儒漢, 1726~1785, 호 隴隱) 선생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농은 선생은 《칠극》에 의한 천주교 수계 생활을 28년 동안 하다가 1785년 1월 30일 60세로 세상을 떠나 그해 4월 이곳 봉화군 봉성면 문수산 산록에 있는 우곡에 안장되었다.
농은 선생은 풍산 홍씨 양반 가문으로 정조 임금의 외가 혜경궁 홍씨의 친정 집안이다. 농은 선생은 당시 학문과 문벌이 높은 집안에 태어났으나, 과거를 보아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16세 때부터 유명한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의 문하에서 학문에 정진하였다.
그러다가 1750년경부터 성호 이익(李瀷, 1681~1763, 호 星湖)의 제자들과 함께 《천주실의(天主實義)》, 《칠극(七克)》 등 서학문을 연구할 때 그는 다른 제자들보다 깨달은 바가 남달리 커서 1757년경에는 서울의 살림을 정리하고서 충청도 예산으로 내려가서 《칠극》에 의한 천주교 수계 생활을 18년 동안 혼자 하였다. 1775년에는 옛날부터 학문의 고장인 소백산 아래에 있는 경상도 땅 순흥 고을 구고리(영주시 단산면 구구리)로 와서 10년 동안 수계 생활을 더욱 철저히 하다가 60세인 1785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축일표도 없고 기도 책도 없이 7일마다 축일(주일)이 온다는 것만 알고 매달 7일, 14일, 21일, 28일에는 경건하게 쉬고 이런 날에는 속세의 모든 일을 물리치고 기도에 전념하였다. 또 금육일(대재, 소재)을 몰랐으므로 언제나 가장 좋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으로 규칙을 삼았다. 이렇게 열심히 수덕 생활(修德生活)을 하는 동안에 정조 임금께서 두 번이나 스승으로 궁중에 모시려고 했으나 사양하였다. 그러다가 1785년 1월 30일(음) 60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서 그해 4월에 이곳 봉화군 봉성면 문수산 산록에 있는 우곡에 안장했다.
한편 그의 집안 후손 중에는 교회 창립의 주역인 순교자 권철신(權哲身, 1736~1801, 암브로시오) 집안과 칠촌 조카인 순교자 홍낙민(洪樂敏, 루카, 1751~1801), 홍재영(洪梓榮, 1780~1840, 프로타시오, 홍낙민의 아들), 이조이(李召史, 홍낙민의 며느리), 103위 성인 홍병주(洪秉周, 1798~1840, 베드로)와 홍영주(洪永周, 1801~1840, 바오로) 등의 순교자가 있다.
홍유한 선생 가계 가운데 그 분의 뜻을 이어 피를 흘리며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은 13명이나 된다. 후손들이 선조 순교자들을 현양하기를 원했으나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선조 순교자들의 유해를 찾을 길 없어 고심하던 중, 선조(先祖)인 홍유한 선생의 묘소가 있는 이곳에 13위(位) 순교자들의 가묘(假墓)라도 함께 모실 것을 안동교구에 청하였고, 교구는 이들의 신앙적 열성을 받아들여 후손과 함께 교구 설정 40주년이 되는 2009년 5월 29일 13위(位) 순교 선조들이 순교한 각 순교터의 흙을 담아 가묘를 조성하고 비를 세워 현양하고 있다.
▼홍유한 선생의 후손 13위 순교자들의 가묘
《칠극(七克)》
《칠극대전(七克大全)》의 약칭. 저자는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신부 판토하(D. Pantoja, 龐迪我, 1571∼1618). 죄악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뿌리와 이를 극복하는 일곱 가지 덕행을 다룬 일종의 수덕서(修德書)이다.
1614년에 중국 북경에서 7권으로 간행된 이래, 여러 권 거듭하였고, 《천학초함(天學初函)》 총서에도 수록 되었으며, 이를 상·하 2권으로 요약하여 《칠극진훈(七克眞訓)》이라는 책명으로도 간행되었다. 이 책은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天主實義)》와 함께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연구되었고, 남인 학자들을 천주교에 귀의케 하는 데 기여한 책 중의 하나이다.
죄악의 뿌리가 되는 오만, 질투, 분노, 음란, 인색, 식탐, 나태 등 칠죄종(七罪宗)과 더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덕행으로 겸손, 인자(사랑), 인내, 정결, 시사(베품), 담박, 근면 등 일곱 가지를 다음과 같이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 第一克] 복오(伏傲) - 교만을 억누르다.
교만은 분수에 넘치는 영화를 바라는 것이다. 교만은
첫째, 선행이 자기로 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하느님께로 돌리지 않는 것,
둘째, 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알고도 자신으로 공로로 돌리는 것,
셋째,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자랑하는 것,
넷째, 남을 멸시하며 자신으 뭇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자신을 곧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겸손한 태도”가 요구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태도로서
하느님께서 가장 싫어하는 행위로서의 교만은
우리를 또 다른 죄(자만, 야심, 허영)로 기울게 한다.
[ 第二克] 평투(平妬) - 질투를 가라 앉히다.
질투는 남이 잘되는 것을 미워하고 남이 잘못되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다.
질투는 교만의 친구이며, 남의 잘못을 헐뜯고,
남에게 재앙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는 “용서(容恕)”가 필요하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것으로서의 질투는
결국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며,
비방과 무고와 증오 등을 낳게 된다.
[ 第三克] 해탐(解貪) - 탐욕을 풀다.
탐욕은 욕심이 많고 인색하며 끝없이 재물을 탐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하늘과 땅위와 땅속의 모든 것을 얻어 갖고 싶어 한다.
사람의 감정 가운데 재물을 욕심 내는 것보다 빨리 일어나고 늦게 끝나는 것이 없다.
이러한 탐욕을 이겨내려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주고 베풀어야 한다.
인색은 정당한 이유나 목적 없이 세상 물질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다.
많은 것을 소유해서가 아니라 물질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 나쁘다는 것이다.
인색은 가난한 자에 대한 무감각, 부정축재, 사기 등으로 기울기 쉽다.
[ 第四克] 식분(熄忿) - 분노를 없애다.
분노는 앙갚음 하려는 마음이다.
따라서 사나운 말과 욕설, 다툼과 싸움, 살상과 지나친 형벌 등의
갖가지 행태들이 모두 분노에서 나온다.
함부로 성을 내거나, 갑자기 성을 내거나,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행위는
모두 분노에서 나온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분노를 억누르고 “참을 줄 아는 법”을 길러야 한다.
보복하고자 하는 무질서한 욕망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기에게 반대하는 것을
없애버리려는 그릇된 욕망이다.
분노는 불평불만, 모욕, 악담, 언성을 높임, 욕설, 폭행, 싸움 등을 초래한다.
[ 第五克] 색도(塞饕) - 탐을 내어 먹고 마시는 것을 막아내다.
탐을 내어 먹고 마신다는 것은 먹고 마시는 것을 즐김에 있어 절도가 없다는 것이다.
말이 많은 것, 시끄럽게 떠드는 것, 재물을 탐내는 것,
착한 일에 게으른 것 등이 이에 속한다.
탐을 내어 먹고 마시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이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절도(절제)하는 법”을 길러야 한다.
음식을 과도하게 탐하는 것으로 이성의 판단이나 윤리적 자유를 상실케 하며
인간의 품위를 하락시킨다.
탐식은 정신력의 약화, 게으름, 건강 상실 등을 초래한다.
[ 第六克] 방음(防淫) - 음란함을 막아내다.
음란함이란?
더러운 재미를 즐기면서 스스로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이 어두워져서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마음을 쉽게 바꾸면서 꿋꿋함이 없고,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며, 하느님을 미워하고,
덕과 정의, 내세의 일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음욕은 세찬 감정의 불길이며, 충고하는 말을 하면 성을 내고,
사람이 행하여야 할 바른 말을 들으면 그 말을 싫어한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마음을 올곧게 하고 바르게 하여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성적 쾌락을 무질서하게 추구하고 즐기는 것으로 사랑과 생명의 신비를 더럽힌다.
호색은 영적 사랑에 불감증을 일으키고 참사랑의 능력을 잃게 하며
하느님을 멀리하게 한다.
[ 第七克] 책태(策怠) - 게으름을 채찍질하다.
게으름이란?
덕행과 선행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인데,
모든 욕망에 거리낌이 없으며, 귀찮은 일을 견뎌내지 못하고,
선행에 대한 확고한 자세가 없으며, 틈만 나면 쉬기를 바라고,
하는 일 없이 놀고, 잠이 많은 것들은 모두 게으름에서 나온다.
이것을 이겨내려면 부지런히 일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 주어야 한다.
사실 태만은 어려운 일을 피하고 싫어하여
본분 상에서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 게으름으로
무기력, 시간 낭비, 선행의 기피, 정신 산만 등을 초래한다.
[곰직이 교우촌]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곰지기골〈곰집〉은 오전(梧田) 동북쪽에 있다. 봉화군 물야면 오전 약수터에서 박달령〈봉화군의 물야면과 춘양면 및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과 경계지역에 있는 산 해발 1,060m〉으로 올라가는 깊은 골짜기가 바로 곰직이골이다. 1827년 정해박해 때 충청도 홍주 고을 출신인 이재행(종일, 안드레아)이 고향에서는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집과 재물을 버리고 이웃을 떠나 산골에 은거하였는데, 여러 도(道)로 피난을 다니다가 마침내 이곳 곰직이골 교우촌에 안착해 살다가 포졸들에게 체포되었다.
복자 이재행 안드레아(1776~1839.5.26)
‘종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던 이재행(李在行) 안드레아는, 충청도 홍주 출신으로 20세가 넘어서야 천주교 교리를 듣고 입교하였다. 본래 성격이 꼿꼿하고 관대하여 존경을 받았던 그는 신앙을 받아들이자마자 성실하게 교리를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고향에서는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산골로 은거해 살았다.
이후 안드레아는 오랫동안 이곳 저곳으로 이주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주 가난하게 되었지만, 언제나 인내심과 박애 정신을 보여 주었으며, 가족들이 올바르게 신앙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의 기도와 독서 생활, 부지런함과 덕행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1827년 정해박해가 일어나자, 안드레아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주님의 뜻에 따라 순교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면서 격려하였다. 포졸들이 그의 집에 들이닥친 것은 경상도 순흥의 곰직이(현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포졸들이 쳐들어오자 그는 기꺼이 그들을 따라 안동으로 끌려갔다.
안동 관장은 이재행 안드레아가 끌려오자 천주교 신자임을 확인한 뒤, 혹독한 형벌을 가하면서 배교를 강요하였다. 그러나 그는 꿋꿋한 목소리로 이를 거부하고는 다음과 같이 신앙을 증거하였다.
“천주는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요 모든 사람을 기르시는 가장 높은 아버지이십니다. 착한 일에는 상을 주고 악한 것을 벌하시는 이도 그분이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분을 흠숭해야 할 본분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저도 그분을 흠숭하는 것입니다.”
안동에서 여러 차례 문초와 형벌을 받은 후 안드레아는 대구로 이송되었고, 여기에서 다시 배교를 강요당하면서 형벌을 받아야만 하였다. 그러나 그의 굳은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감사가 여러 차례 달콤한 말로 유혹하였지만, 그는 결코 천주교 신앙에 대한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후 안드레아는 동료들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고, 12년 동안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하였다. 그러다가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난 뒤 다시 한 번 배교 여부를 묻는 문초가 있었는데, 이때 형조에서 임금에게 올린 사형 선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재행은 여러 해 동안 천주교 교리를 외우고 익혔으며, 죽기로 맹세하고 뉘우치지 않으므로 법에 따라 처단하고자 합니다.”
당시까지 대구 옥에 갇혀 있던 신자는 이재행 안드레아와 김사건(안드레아), 박사의(안드레아) 등이었다. 그들은 임금이 사형 집행을 윤허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매우 기뻐하면서 자신들이 쓰던 물건과 옷을 다른 죄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1839년 5월 26일(음력 4월 14일), 안드레아는 마침내 동료들과 함께 형장으로 끌려나가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그때 이를 바라보는 죄수와 옥졸들이 모두 슬픔을 감추지 못하였는데, 이는 오랫동안 그들이 보여준 모범 때문이었다. 순교 당시 이재행 안드레아의 나이는 63세였다. 이후 포졸들은 그들의 시신을 수습한 뒤 예를 다하여 장사를 지내 주었으며, 신자들은 오랫동안 그들을 특별히 공경하였다.
▼오전약수터 방향으로 가다가 물야저수지 끝에서 좌회전 후 오전교를 지나 오른쪽 걸어서 30분
▼갈림길에서 오른쪽
▼집터였던 곳이 여러군데 있음. 교우촌으로 추정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 이 땅의 모든 순교자여,
당신들은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굳은 신앙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과 교회를 위하여
피를 흘리셨나이다.
● 저희는 현세에서 악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우며
당신들이 거두신 승리의 영광을 노래하고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오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위대하신 순교자들이여,
천상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 주소서.
● 지금도 어둠의 세력이
교회를 박해하고 있사오니
하느님께서 전능하신 팔로
교회를 붙들어 보호하시며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지역에까지
널리 펴시도록 빌어 주소서.
○ 용감하신 순교자들이여,
특별히 청하오니
우리나라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 당신들은 이 땅에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사시다가
목숨까지 바치셨사오니
○ 전능하신 하느님께 빌어 주시어
교회를 이 땅에서 날로 자라게 하시며
사제를 많이 나게 하시고
● 신자들이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고
냉담자들은 다시 열심해지며
갈린 형제들은 같은 믿음으로 하나 되고
비신자들은 참신앙으로 하느님을 알아
천지의 창조주
인류의 구세주를 찾아오게 하소서.
○ 참으로 영광스러운 순교자들이여,
저희도 그 영광을 생각하며 기뻐하나이다.
간절히 청하오니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빌어 주시어
저희와 친척과 은인들에게
필요한 은혜를 얻어 주소서.
● 또한 저희가 죽을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한결같이 믿어 증언하며
비록 피는 흘리지 못할지라도
주님의 은총을 입어 선종하게 하소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