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친 글]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의 세계 / 정희연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를 쫓아서는 안 된다.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통발을 설치하고 그 속에 먹잇감을 놓고 기다려야 한다. 며칠이 지나면 물고기가 가득하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 펜데믹으로 세계는 이동이 멈추어 버렸다. 바이러스가 확산될까봐 통제한 것이다. 지역 그리고 국가간의 이동도 제한했다. 원인도 해법도 찾지 못하고 방역에 총력하다 보니 경제는 셧다운 되었다. 세계는 공황에 빠졌다. 주식 시장은 일순간에 망가졌다. 그 충격에 모두 주식을 내다 팔기에 바빴다.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골머리가 아팠다.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의 창궐로 경제가 멈춘다면 공장과 가게도 멈출 것이고, 근로자가 해고 되면 구매에 문제가 있고 소비를 할 수 없게 되어 문제가 더 커질 것을 예상하여, 부채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쇄적 파산을 막으려고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에서는 예전에 없었던 강력한 수준으로 정상화될 때까지 돈을 찍어 내기 시작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가 모두 같은 행동을 보였다. 기업이 위험하면 금리를 올려는 것이 상식인데 은행에서는 최저 금리로 대출 해 줬다. 세상은 그들을 환호했다.
내려가던 주식은 제동이 걸려 멈추었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 상승세는 1년 동안 이어졌다. 온 나라에 주식 열풍이 불었다. 급기야 2020년 12월에는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하며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인터넷 강국에서 주식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고 유튜브, 방송, 신문에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떠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금융인이었다. 해외 시장까지 진출했다. 코스피 4000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은 저평가 되어 있다. 삼콩전자를 사야 한다. 우리는 세계 인류가 될 것이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잘 못된 것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현금을 주식과 부동산으로 바꿨다.
아침 7시 30분이면 유튜브 체널인 3프로 티브이에서 두 시간 동안 주식과 관련된 방송을 했다. 전문가가 나와서 주식, 산업, 시장, 기업, 환율, 금리 등을 심도 깊게 파고 들며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 나와 케이 방역, 의료, 2차 전지, 수소, 반도체, 태양광, 풍력, 신소재, 자동차. 로봇, 드론, 식량 등을 설명하는데 어느 것 하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없었다. 여기저기서 좋다고 열을 올렸고, 이에 걸맞게 회사도 매출과 이익이 상승하고 주식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다. 며칠 뒤 눈으로 확인하고 돈을 쫓아 매수 매도의 버튼을 숨 가쁘게 눌렀다. 상승하는 종목에 따라 붙었다. 현실은 참혹했다. 주식 통장이 무너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21년 1월 독한 마음으로 주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식은 기다리는 것이다. 싸면 사고 비싸면 파는 것이다. 다른 주식이 오른다고 따라 붙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 기다려라. 돈을 쫓지 마라. 돈이 나를 찾게 하라. 해야 하는 일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한다. 머리로는 배웠지만 지금껏 몸으로 익혔던 근거 없는 근면 성실을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유혹하는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하는데, 또 지혜롭지 못하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식을 다루는 세사람이 있다. 삼콩전자 주식담당자. 삼콩전자를 맡은 신문기자, 고객의 수익을 만들어 내야 하는 증권사 직원이 있다. 삼콩전자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기업으로 증권사와 언론사에서는 날마다 뉴스를 생산해 낸다. 이 세 사람은 날마다 만나서 앞으로의 일정을 살핀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주요 협력사를 관리하며, 어떤 제품이 인기가 높고, 개발중인 제품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선 일정에 맞추어 대문짝만 뉴스를 낸다. 정말 그것은 어제 오늘에 이루어진 신선한 뉴스이었을까?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다. 사업이 좋고, 기업가가 우수하면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모인다. 주식 시장은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곳이다. 둘을 전문적으로 잘 연결해 주는 기관이 증권사다. 거래되려면 먼저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야 한다. 상장하려면 자본금, 매출, 이익,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주식이 발행되면 그 돈은 기업으로 들어가고 그 이후부터는 기업과 금전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주식이 거래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것이다.
2020년 6월 주식을 시작했다 상승 시장에서도 돈을 벌지 못했다. 언론과 증권사의 정보를 그대로 믿었다. 2021년 1월 이후 나를 본다. 새벽 시간을 이용해 하루 두세 시간씩 공부를 하며, 돈만 있으면 주식으로 바꿨다. 주식의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그러나 부자는 이때부터 주식과 부동산을 현금으로 옮겼다. 왜 나는 그들과 거꾸로 하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금융 지식을 모르고 살았다. 현금, 금, 주식, 부동산 비중을 때에 따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환율, 금리가 어떻게 가정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달러의 강세가 상대국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몰랐다. 개울에서 물고기를 쫓아서는 안 되듯, 돈도 이와 같았다. 돈이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려야 했다. 나는 2년을 공부했다. 성과가 없고 손해를 봐서 도로아미타불이니 주식을 그만두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 나는 생각하는 금융인이 되었다.
주식 시장은 주식을 주제로 사고 파는 곳이다. 이곳은 자본의 이동이 있을 뿐 현금이 생산되는 되지 않는다. 주식 인구가 늘어나거나 줄고 다른 곳에 있던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식은 투자와 투기 어느 쪽인지 아리송하다. 결국엔 본질을 이해하고 공부하여 자금과 시간으로 자산을 늘린다면 투자가 될 것으로 본다. 2년의 시간을 공부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