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조천호 지음 『파란하늘 빨간지구』上
기후변화는 기후위기와 기후재앙으로 표현될 만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022년 파키스탄에서 국토가 1/3이나 잠기는 기후재앙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앞으로 지구 전체 곳곳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은 특히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 절망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절박한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대한민국은 무엇 때문에 기후악당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 대기과학자 조천호는 인류에게 좋은 기후 조건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데, 이러한 과학적 이해가 우리를 깨워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홀로세
우리는 ‘완전한 시대’인 홀로세(Holocene)에 살고 있다.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시기라는 뜻이다. 빙하기에는 매년 태풍이 여러번 휩쓸고 가면 복구의 의미가 없어 농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냥꾼이자 채집자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2만 년 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후퇴하고 간빙기인 홀로세에 들어서면서 기후변동성이 매우 작아 신석기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홀로세에서도 건조해진 지역에서는 문명이 약화되거나 소멸되기도 했지만 기후가 더 안정적으로 바뀐 지역은 문명이 꽃을 피웠고, 기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 제국의 힘도 함께 약화되었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태양계가 은하수의 알맞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원시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는 등 우연이 누적되어 오늘날의 지구 대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명은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인류세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과 겨룰 정도가 되는 인류세에 들어섰다.인류는 산업혁명을 통해 억겁의 세월 동안 태양 에너지를 축적한 석유와 석탄, 즉 화석 연료를 태워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가속으로 홀로세 이전 수백만 명뿐이던 인류는 75억명에 이르게 되었지만, 1만 2000년 전부터 지속해온 홀로세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 생태계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던 인류가 이제는 전체를 왜곡하여 인간의 활동이 태양에너지 변화, 화산 분출 빙하 주기와 지각판 운동보다 더 큰 크기와 속도로 지구에 영향을 준다. 지구시스템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힘을 능가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수백 만년 뒤 인간이 살던 지층에는 생물 다양성 감소, 바다 산성화, 파괴된 숲, 빙하 감소와 가라앉은 섬의 흔적,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이 박혀 있을 것이다. 지구의 복원력이 높을 때는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제동장치의 역할을 하는 음의 되먹임이 작용하지만, 견딜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오면 가속 페달의 역할을 하는 양의 되먹임만이 작용한다. 우리가 누리는 기후와 우리가 의존하는 생물 다양성은 홀로세의 환경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홀로세는 우리가 아는 한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는 말이 있다, 기후는 30년 정도의 날씨의 평균적인 균형상태를 말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은 기후변화는 없다, 태양, 화산, 흑점 때문이다, 적응하면 된다는 주장을 통해 변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과학 저널에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이 아니라는 논문은 게재할 수 없게 되었고, 과학자들의 99%가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명백하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도 상승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시속 10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차가 이상해져 시속 2,000킬로미터 이상으로 질주하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우리 몸이 당뇨병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되면 심장질환, 뇌졸중, 신부전, 실명과 같은 수많은 합병증이 발생하듯, 기후 온난화로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기후가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상태가 될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식량 생산 감소,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지구는 인간이 가하는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받아 인간에게 태풍,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극한 날씨로 되돌려준다.
1.5℃vs 2.0℃
현재 지구평균기온 1℃상승한 지구에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1.5℃이상이 되면 세계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2℃를 넘으면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파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0년마다 거의 0.2℃씩 데워지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경에 기온 상승이 1.5℃에 달할 것이다. 1.5℃에서 2℃까지 상승하면, 같은 비율로 단순히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양의 되먹임’이 시작된다. 2℃를 넘게 되면,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안정적 기후 조건을 제공했던 홀로세 기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스프링을 조금 늘렸다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너무 많이 당기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특성과 같다. 2018년 IPCC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할 경우 2℃ 상승과 비교해 영향력 차이를 분석했는데, 1.5℃이내로 막으면 2℃에 비해 인류에게 닥칠 기후변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1.5℃이내 상승을 제한하면 2℃에 비해 빈곤에 직면하게 될 인구를 수억 명 줄일 수 있다. (다음 주로 이어집니다)
책익는 마을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