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요상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영끌이나 빚투 하는 이런 용어들부터 그렇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하는 현상을 일컷는말이고 빚투는 빚을 내서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는 용어란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한마디로 지금 이 사회는 투기판이 돼 버렸다는 것 아닌가. 아주 우려스런 현상이 아닌가. 한국인의 쏠림 현상이 이런 상황에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이지만 그런 판을 만들게 된 것이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은행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천조원의 의미를 아는가. 세계 최고 최대 군사대국이며 세계의 경찰이라고 하는 미국의 일년 국방비가 바로 천조원이다. 그래서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가계대출이 천조국이 됐다는 말이다. 어마어마하다. 아니 상상을 초월한다. 이래저래 미쳐간다. 이 나라가. 바로 영끌과 빚투의 영향때문이다. 지난달인 2021년 2월의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6조7000억원 증가했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도 6조3000억원 늘어났다. 한 달 전 증가 규모(5조원)보다 1조3000억원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돈이 어디로 갔을까. 상당부분이 주식과 부동산에 몰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실 그렇다. 그래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용어도 생겼다. 2020년 주식 시장은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상황이 악화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매도를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매수를 계속했고 이런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3천까지 올라가게됐다.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이런 용어가 생긴 것 아닌가.
한국의 아파트값 상승은 현 정권들어와 본격화됐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동산은 조용했다. 더욱 곪을까봐 손을 아예 대지 않았다. 시장에 맡기니 그렇게 흘러갔다. 아파트로 돈 버는 시절을 지나갔다고 정부도 언론 기레기들도 합창을 해댔다. 국민들은 그말을 믿었다. 아파트값 상승도 전세값 상승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봄 박정권이 붕괴되고 봄 대선이 치뤄졌다. 그당시 서울 강남에 한 부동산중개사가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혹시 여유자금 있으면 조그만 아파트 한 채 전세끼고 사두라고 말이다. 나는 그때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거니와 퇴직후 퇴직금이 유일한 여유자금인데 그것 날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만일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을 휘잡을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에 대해서 그렇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게 해서 아파트값 안정을 기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보유세뿐만 아니라 양도세도 올릴 것이다.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숨통을 조이고 들것이다. 지금 강남 부동산계는 이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주택자들 절대 아파트 팔지 않는다. 왜냐면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면 당연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때가 아파트 한 채 사는데 적기가 아니겠는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내뱉는 헛튼 소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서울 강남에서 그다지 이름도 가게도 크게 하지 않은 그가 그런 예측을 했다면 서울의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나라 정부 관계자만 몰랐던 것이겠지.
물론 지금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다. 주요국들이 대부분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코로나 등으로 돈을 많이 풀자 그 돈들이 갈곳을 잃고 자연히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파트값 잡겠다고 이런 저런 국토부 공무원 설합속에 폐기처분된 아이디어까지 총동원되니 더욱 걷잡을 수 없이 급등세가 번진 것 아닌가. 그 당시에는 그 안들이 왜 폐기처분됐을까. 그야말로 영양가가 없기 때문아닌가. 참으로 그런 폐기된 안을 폼나게 발표하는 그 장관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르니 기분이 상한다.
이런 아파트값 폭등은 벼락 부자와 벼락 거지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벼락 부자들은 느긋한 심정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벼락 거지들은 다급해졌다. 배가 아프다 못해 급성 장염증세까지 보인다. 데굴데굴 구른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주식이다. 그래 아직 주식이 저가에 평가되고 있고 외국인들은 코로나로 빠져 나가는 이때가 매수 적정시점이다라고 말이다. 여기에는 증권회사 직원들의 꼬드림도 한 몫을 했다. 코로나 사태로 개업휴업하지 않는냐 고심하던 그때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동학개미라는 용어이다. 교묘히 애국심까지 자극해 주식에 문외한인 개미들을 꼬여 모으자고 말이다. 그 용어는 적중했다.기레기들도 동참했다. 동학개미 기사가 연일 이어졌다. 누가 고안해 냈는지 21세기 전세계 광고대상감이다. 처 죽일 놈들.
특히 아파트값 상승 열차에 올라타지 못한 벼락 거지들이 주축이 된 듯 하다. 동학개미 열차에 탑승 못하면 이 나라에 영원한 호구 내지는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강박감이 큰 몫을 했다. 바로 부동산 급등을 일으킨 이 나라 국토부 관계자들과 증권회사 그리고 기레기들의 합작품이 아니고 뭔가.
돈이 벌고 싶다고 벌어지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돈은 인간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 않든가. 물론 안먹고 안쓰면 돈은 모아지겠지. 하지만 가난을 면할 정도지 부자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돈 벌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린단다. 이미 일본에서는 벌써 개미들의 울음소리가 도쿄만에 울려 퍼졌다는데 말이다. 어찌 일본의 뒤를 이렇게 정확히 밟아가는지 신기하다. 경제구조가 일본을 많이 본 받았으니 그렇겠지. 그러나 한국의 언론 기레기들은 여기에 대해 기사화하지 않고 있다. 그 기레기들이 주식에 많이 간여를 하니 그렇기도 하지. 한심스럽지만. 어느 언론에 나온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 직장인 김 모씨는 2018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 동학개미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처음에는 300만원 가량을 우량주에 투자했으나 결혼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 투자금을 늘렸다. 일주일 만에 1000만원이 1500만원으로 불어나자 이번에는 적금을 깨 더 많은 돈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곧 손실이 발생했다. 그것을 만회하겠다며 선물 옵션에까지 손을 댔다. 그러면서 김씨는 투자 중독에 빠졌고 종일 주식 그래프만 보며 생활했다. 그 뒤 결혼은 했지만 마음이 온통 주식에 가있던 김씨는 급기야 아내 몰래 1억원을 대출받아 주식에 넣었다. 아내는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자 월급의 행방을 추궁했고 결국 1억5000만원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아내와 이혼한 김씨는 이후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등 피폐한 상태로 지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았다는 찾았다는 것이다.
요즘 동학개미을 이끄는 층가운데 하나가 대학생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안가 그러니 집안 틀어박혀 컴퓨터만 만지다 주식에 빨려들어갔다. 하루에 조금씩 오르는 맛에 중독이 됐다. 그는 한창 젊음의 낭만과 미래를 향한 푸른 꿈을 꾸어야하는 대신에 방구석에서 조그만 주식판에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급기야 조울증이 생겼다. 주식이 오르면 날것 처럼 조증증세를 보이다 조금만 하락하면 울증증세로 급반직하한다. 결국 정신병원 신세를 지고 만다. 특정 학생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희망이 없는 세대라고 판단한 젊은 층이 주식을 유일한 기회로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젊은층은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에 빠지다 보니 한탕주의에 젖을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주식이라는 기회가 왔다고 보고 어떻게든 올라타려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지금 아니면 미래에 돈 벌기가 점점 어렵고 기회도 사라질 것이라는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있는 것 같다는 진단도 나온다.
우려스럽다. 너무도 우려스럽다. 이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데 오직 검찰개혁이요 광역지자체장 재보권선거요, 코로나 지원금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이상한 검찰총장의 대선후보 일위 소식에 나라가 밝고 나라가 지니 이런 우려스런 상황을 알고도 그냥 외면하는 것이리라.
한 나라가 투기 더 나아가 도박에 함몰돼 있는 것만큼 위중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나같은 화야산방 촌부에게도 하루에 열개이상 주식투자 상담회사라면서 문자가 온다. 한국인들의 쏠림현상이 이런 상황을 더욱 부채질 하는 이런 망국적인 도박행위가 엄연히 활개를 치는데도 정부는 여력이 없는 듯 하다. 아니 능력이 없다. 우려스럽다. 너무 우려스럽다.
나라의 향방을 걱정해야할 정치권과 언론들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어찌 이 나라 백성들만 제대로 살라고 하겠는가. 자력갱생만이 먹고 살 길이라고 판단한 이 나라 백성들은 오늘도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돈 빌릴 은행앞을 서성이며 주식시장판에 두눈을 들이대고 있다. 아니 그럴 형편도 못돼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우리의 이웃들은 이 시간에도 한숨이 터져 나온다. 투기 나아가 도박을 방관 결과적으로 조장하는 이 정부의 근무태만이 이 시간에도 이 나라를 더욱 깊은 도박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2021년 3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