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장과 함께 토지 매입건과 관련해서 감정평가 기관을 방문해서 결과를 받아서 면사무소에 제출하기로 약속했는데 아침에 노인회에서 덕산온천을 간다며 이장과 함께 참석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
봄에도 함께 가자고 초대를 받았었지만 참석하지 못했었는데 아무래도 서운해 할것 같아서 이장에게 말했더니 감정기관은 혼자서 다녀 오겠다고 해서 내가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는데 빈손으로 갈수가 없으니 점심식사나 대접해 주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을 토지 매입건과 다음주에 마을 정기총회와 더불어서 송년잔치를 준비하려면 마을기금도 부족한 상태인데 노인들이야 그런일들이 안중에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원님 덕분에 나팔분다고 나도 덕분에 오랜만에 덕산에 가서 온천욕을 하게 생겼는데 지난해 온천에 갔었으니 일년만이다.
마을회관에서 임대버스로 30명의 노인들을 모시고 출발해서 한시간 정도 걸려서 덕산온천에 도착했다.
건너편에 사는 사촌 형님은 거동이 불편해서 바람이라도 쐬러 가겠다고 해서 모시고 갔지만 온천욕은 힘들어서 혼자 버스에 남기고 나머지는 정오까지 두시간의 온천욕 시간을 주었다.
오늘따라 온천욕을 하기 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으로 들어갔더니 샤워대를 비롯해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나도 오랜만에 때밀이 수건으로 묶은 때를 벗겨 내고 온탕속으로 들어갔다가 둥둥 떠다니는 때를 보니 오히려 몸에 달라 붙을것 같아서 열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열탕의 온천수는 섭씨 45도로 지하에서 직접 뽑아 올린것으로 찬물을 섞지 않은 순수 온천수라고 씌어 있었는데 수온이 높고 뜨거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서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나이들면 마음이 성급해 져서 그런지 몰라도 천천히 여유있게 온천욕을 즐기다 나가면 좋으련만 내부를 한바퀴 돌아 보았더니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거의 다 나가고 눈에 뛰는 사람이 없었다.
왜 그렇게 빨리 나가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대충해야 다음에 또 오지 않느냐고 농담인지 모르지만 오히려 반문했다.
마음같아서는 이곳에서 온천욕을 실컷 즐기고 저녁때쯤 나갔으면 싶었지만 나혼자 온것이 아니니 어쩔수없이 나와야 했다.
점심은 가까운 수덕사 안에 있는 식당가로 가서 정식을 시키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고 맛깔스런 음식이 나올텐데 바닷가에 살면서 굳이 안면도에서 매운탕을 먹겠다고 했다.
점심은 안면도 백사장항구로 가서 매운탕을 시켜서 먹었는데 관광지라서 비싸기만 했지 매운탕 맛도 별로이고 소금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국물이 짜서 내 입맛까지 이상했다.
명색은 초대 받아서 왔지만 점심값은 내가 계산했는데 오늘 마을기금에서 지원하기로 한 금액의 3배가 나왔다.
백사장항에서 30분 정도의 자유시간을 주었더니 대부분이 가까운 건어물 시장으로 들어가고 그중에서 젊은층에 들어가는 서너명은 몇년전 백사장항과 건너편의 드르니항과 가로질러 이어 놓은 신축 교각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영목항으로 출발했는데 노인들이 궁금해 하는것은 대천에서 원산도까지 해저터널 뚫는것과 원산도에서 영목항을 연결하는 교각의 개통이었는데 실제 교각은 외형상으로 완성되어 마무리 작업중으로 내년 이맘때 개통 예정이고 해저 터널은 3년후에 개통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낚시배를 타고 나갈때마다 이곳의 공사중인 교각 밑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완공시기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된 개통 예상시기를 얘기해 줄수가 있었다.
신축중인 원산도와 영목항을 연결하는 교각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어주고 항구에 있는 횟집에서 낙지와 해삼 그리고 멍게를 뒤섞은 회를 시켜서 몇접시 시켜서 간단하게 한잔씩 마셨는데 그중에서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메뉴판에 가격을 보더니 비싸다며 한마디 하면서 놀라는 표정이었다.
관광지라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미덥지 않았던지 혼잣말처럼 연신 혀를 차면서 비싸다고 같은말을 반복했는데 물정 모르는 시골 노인네라고 웃고 넘겨야 할것 같았다.
하긴 썰물때 마을 앞바다의 갯벌에 나가면 낙지 몇마리 잡는것은 식은죽 먹기일텐데 막상 관광지에서 비싼 돈 주고 먹을려고 보니 그럴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영목항에서 출발해서 되돌아 오면서 술도 한잔 마셨겠다 취기가 올라오는지 버스안에서 노래를 해야겠다며 기사에게 요구하자 불법인줄 알면서 어쩔수 없이 가무가 이어졌다.
나 보고 부를 노래곡을 입력해 달래서 돌아 다니며 요구하는 희망곡을 찾아 입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마에 진땀이 줄줄 흘러 내리는 사이에 버스가 마을에 도착했는데 직접 도우미 역할을 해보니 남을 위한 봉사라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