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2023년 추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직무 대행 페르난도 헤이스 몬시뇰 말씀
존경하는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
주교회의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
친애하는 아빠스님과 마산교구장 서리 신부님,
저를 이 자리에 초대하여 주신 수원교구장이시며 주교회의 의장이신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주교회의 사무총장 이철수 스테파노 신부님을 비롯하여 주교회의 사무처의 존경하는 모든 신부님께도 인사를 드립니다.
사도들과 스승들로부터 배우는 제자들의 교회적 그리스도교적 논리에 따라 지난 2년 반 동안 제가 주교님 여러분과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서 배운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1. 평신도의 주도적 선교 활동.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 차원에서 저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도움 없이 중국 북경 교회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첫 가톨릭 공동체를 세운 한국 평신도들의 주도적 선교 활동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한국 가톨릭 교회는 239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발전하였습니다. 이는 주님의 포도밭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내어준 많은 외국인 선교사들과 한국의 신자들, 수도자들, 신부들 그리고 한국 주교들의 열성적이고 성실한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교구들과 본당들을 방문하면서 평신도들의 중요성을 직접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에게 주요 행사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는 관례가 있다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2. 박해 시기. 저는 한국에서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순교자들의 십자가의 길(via crucis)이 여러 차례 힘든 박해의 단계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통치자들은 약 80년 동안 천주교를 사회적 위협으로 느끼며 한국 가톨릭 신자들과 프랑스 선교사들을 옥에 가두고 고문하며 유배 보내고 죽이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 성령의 은총과 순교자들이 수없이 흘린 피에 힘입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장하여 왔습니다.
3. 순교의 신학적 의미. 이 나라의 가톨릭 교회는 창립 초기부터 순교자들의 피로 축복을 받았습니다. 순교자들의 희생은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 몸의 지체들인 600만 명의 신자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풍성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순교자의 모범은 우리에게 선교 활동과 복음화 활동에서 더욱 너그럽고 열성을 다하도록 도전 과제를 줍니다. 죽음에 직면하였던 순교자들은 하느님의 권능에 전적인 신뢰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들 신앙의 증거는 시대와 역사를 뛰어넘습니다.
4. 성인들과 복된 순교자들. 이곳에서 일하면서 저는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84년에 103위 한국 순교자들을 시성하셨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4년에 124위 한국 순교자들을 시복하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순교자들은 신앙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고, 그 모범은 오늘날 우리에게 영감을 줍니다.
5. 성 김대건 안드레아. 9월 말에 저는 외국 신부님과 함께 순교 성인의 무덤을 순례하면서 미사를 공동 집전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성소와 순교를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사제직은 보편적 차원을 지닌 순교와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나라의 사람들을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으로 이끌어 줍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성소와 자기 봉헌은 한국 가톨릭 교회에 주신 선물이며 또한 보편 교회에 주신 선물이기도 합니다.
6.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방한 기념일. 다가오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방한 10주년을 기념하여 당시 교황님께서 하신 심오한 열 가지 말씀들을 다시 읽고 묵상하여 봅시다. 우리는 언제나 교황님께 새롭고 아름다운 가르침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제 이곳 주교회의에서 교황님께서 주교님 여러분께 하신 말씀의 일부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7. 기억의 지킴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국 순교자들을 기억하시면서 “여러분은 순교자들의 후손이고, 그리스도 신앙을 영웅적으로 증언한 그 증거의 상속자들입니다.”라고 강조하셨고, 또한 “여러분은 평신도들에게서 시작되어 여러 세대에 걸친 그들의 충실성과 끊임없는 노고로 크게 자라난, 매우 비범한 전통의 상속자들입니다.”라고 덧붙이셨습니다.
8. 희망의 지킴이. 교황 성하께서는 “순교자들을 감격시킨 그 희망”을 상기시켜 주셨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형제 사제들은 여러분의 성화 직무를 통하여 이 희망을 제시하십시오.”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또한 주교들에게는, 특히 “여러분의 사제들 곁에, 날마다 일하는 그들 곁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교회의 친교 안에서 성덕의 불꽃, 형제적 사랑의 불꽃, 선교 열정의 불꽃이 타오르게” 해 줄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교황 성하에 따르면, “희망의 지킴이가 된다는 것은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특히 난민들과 이주민들, 사회의 변두리에서 사는 사람들과 연대를 실행하여, 한국 교회의 예언자적 증거가 끊임없이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9. 친교를 이루기. 세계주교시노드는 교회 내의 친교에 대한 헌신을 새롭게 다지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합니다. 10년 전에도 이러한 차원을 강조하셨듯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은 편가르지 않고, 일치시킵니다. 복음은 온유함과 봉사의 정신 안에서 우리가 저마다의 문화와 역사 안에 온전히 녹아들게 합니다. 곧, 복음은 분열을 초래하지 않고 언제나 친교를 이룹니다.”
10. 수교 기념일. 저는 지금까지 교황청과 대한민국의 수교 역사에 관하여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주교회의와 한국 가톨릭 교회와 더불어 주한 교황대사관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일련의 기념행사들에 관하여 주교님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용훈 마티아 의장 주교님의 초대로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갤러거 대주교님께서 오는 11월에 주교회의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하고자 방한하십니다. 교황청 대표부도, 서울대교구가 주관하여 연말까지 서소문성지 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함께 공동선을 향하여”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는 수교일인 12월 11일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될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 미사에도 참석할 것입니다.
11.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몽골 방문. 몽골 교황대사관 업무 소임도 임시로 맡고 있는 저는 교황님의 몽골 사도 방문을 지원해 주신 데 대하여 주교회의와 한국 가톨릭 교회에 감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교황대사관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물적 영적 지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울란바토르에 여러분들의 참석은 친교와 참여의 강력한 표현이며 한국 가톨릭 교회의 활발한 선교와 사목적 개방성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몽골 방문 이유와 관련하여, 교황님께서 로마로 돌아가는 항공기 안에서 하신 다음과 같은 말씀을 주교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의 몽골 여정은 몽골의 작은 가톨릭 공동체를 방문하는 것이었지만 아울러 그 나라 국민의 역사와 문화와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12. 맺음말.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국 교회에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한갓 ‘사회의 한 부분’으로 전락하게 되는 위험”과 “신비적 차원을 잃을 위험”을 경계하도록 자부적으로 당부하시면서, 모든 신자에게 선교의 불꽃을 항상 살아 있게 하라고 격려하셨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열린 2023년 세계 청년 대회에 한국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와 많은 사제와 주교들이 참석한 것과, 교황 성하께서 서울을 2027년 세계 청년 대회 개최지로 정하신 것은 선교적 사목적으로 열려 있음을 드러내는 뚜렷한 표징입니다.
지난 6월 옥현진 시몬 대주교님의 로마, 곧 사도들의 묘소(ad limina apostolorum) 순례 또한 선교 정신과 친교를 명백히 드러냅니다. 실제로 교황 성하께서 옥현진 대주교님께 손수 팔리움을 수여하셨고 이어서 지난 8월, 공석인 교황 대사를 대신하여 임시 교황 사절로 임명받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께서 이를 옥현진 대주교님께 둘러 주셨습니다. 언급한 두 대주교님께 저는 진심으로 교황청의 감사를 거듭 전해 드립니다.
기쁘게도, 177년 전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께서 순교하신 바로 그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김대건 신부님 성상 설치 기념 미사와 성상 축복식에 참여하고자 로마에 온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과 여러 주교님들, 신부님들과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300명의 한국 신자들의 알현을 받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전파에 대단한 열성을 지닌 분이셨던” 김대건 성인의 모범을 상기시키셨습니다. 또한 한국 교회가 “수많은 사제 성소의 은총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하시어, “사제들을 선교에 파견해 달라.”고 제안하셨습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평신도로부터 생겨나고 순교자들의 피로 자라나게 된 한국 교회는 신앙의 증인들의 한없는 복음적 열성과 평신도들의 역할과 은사의 가치를 그 뿌리로 끌어옴으로써 거듭나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사도 방문 10주년을 기념하는 2024년, 한국 주교회의가 교구와 본당에서 교황님의 말씀들을 다시 읽고 묵상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는 한국 교회와 교황청, 그리고 보편 교회에 크나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교황님 말씀을 다시 읽음으로써 한국 교회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하여 성찰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다시 떠올림으로써 우리는, 평신도들의 주도적 선교 활동, 교회의 원천, 순교자들의 증언, 외국인 선교사들의 희생, 방인 수도자, 신부, 주교들의 사목 열정을 기억합니다.
현재를 성찰하면서 우리는, 교회가 오늘날 직면해야 하는 몇몇 사회적, 사목적, 교회적 도전들, 특히 주교님들의 의안에서 드러나는 도전들 앞에서, 무엇보다도 신임 주교 선출이나 교구장이 공석이 된 교구를 위한 안배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리스도를 더욱 잘 증언하는 법을 알게 될 것입니다.
미래를 바라보며, 성령께서는 교황님 말씀을 다시 읽는 이 기회를 빌려, 결코 당신의 양 떼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사랑과 신뢰, 그리고 희망을 새롭게 하시리라 믿습니다.
주교님들의 따뜻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주한 교황대사 직무 대행
페르난도 헤이스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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