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세밑에 이르면 찬바람과 추운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게 되지만, 바쁜 걸음걸이를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빨간 모금통을 매달고 종을 흔드는 구세군 자선냄비이다. 성탄절과 년말연시를 맞아 불우한 이웃을 돕고자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지만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사회에서 자선활동과 온정(溫情)의 상징이 된지 오래이다. 굳이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근현대화 과정에서 이 땅에 이식된 서양기독교 문화에서 전래된 것으로 우리 불자들이 배워야할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활동이다.
구세군(救世軍)은 19세기에 영국의 윌리엄 부드(William Booth)가 창설한 국제 규모의 교단이다. 감리교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였으나 특정한 교파의 교리를 초월하여 있으며, 성서를 생활과 신앙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들은 그리스도 복음 전파, 신앙공동체 형성, 빈곤과 악의 타파를 통한 사회개혁을 지향해왔다. 다른 종교조직과 달리 효율적인 활동을 위하여 군대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빈민구제와 매춘, 음주 등의 사회악 근절을 위해 출발한 구제군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은 대한제국말기인 1908년이었다. 창설자인 부드 대장에 의해 파견된 윌리엄 호가드(William Hogard) 정령(正領)은 서울 평동에다 구세군대한본영(救世軍大韓本營, The Salvation Army Territorial Headquarters in Korea)을 설치하고 사업을 전개하였다. 현재 한국에는 폐쇄된 해주 · 개성지방본영 및 서울, 충서, 충청, 경북, 경남, 전라 등 6개 지방 본영 아래 8만 6,000여명의 신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세군 자선냄비를 마주하게 될 때 마다 불자인 필자의 마음을 흐믓하게 해주는 감동적인 실화가 떠오른다. 지금은 퇴임을 하셨지만 당시 구세군 사관으로 일선에서 자선냄비를 통한 모금활동을 벌이셨고 나중에 구세군 사령을 지내셨던 분의 회고담이다.
때는 1980년대 후반 성탄절을 앞둔 어느날 이었다고 한다. 이른 아침부터 명동번화가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열심히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스님 한분이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있는 바로 맞은편에 복전함을 놓고 목탁을 치면서 큰목소리로 염불(念佛)을 하시며 탁발(托鉢)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순간 여러 가지 상념이 교차했었다고 한다. ‘다른 때는 몰라도 성탄절 만큼은 양보를 하시지...’, ‘저분 진짜 스님 맞아?’, ‘아니 그 넓은 명동바닥에서 왜 하필 구세군 자선냄비 앞이야’.. ‘방금 저 불전함에 들어간 돈이 자선냄비로 올 돈이었는데’ 이런 저런 반문과 자답을 반복 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종채를 잡은 손엔 힘이 실렸고 종소리 또한 거칠어 졌다고 한다. (그럴수록 맞은편 스님의 목탁소리도 커졌을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대결 아닌 대결을 벌이다가 어드덧 하루 해가 저물었고 또 밤이 깊어갔다고 한다. 두 분 다 저녁공양까지 거르고 경쟁적으로 모금을 한 셈이었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돗자리를 거두고서 불전함을 열어서 한번 들여다 보시더니, 불전함을 들고 성큼 성큼 걸어와 통째로 구세군 냄비에 쏟아 넣으시면서“ 옛소, 오늘은 그래도 두둑해 졌구려”하고 돌아서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 구세군 사관은 자신도 모르게 두손을 모으면서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였고 온종일 스님을 탓하는 분노의 마음을 가졌던 속좁은 자신에 대한 자책과 회개를 하며 한동안 멍한 상태였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비록 법명도 이름도 알 수 없는 한 스님이 실천한 보현행원품이었지만 그로인해 사바의 예토(穢土)도 누군가의 보살행으로 화려하고 장엄한 화엄법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불교가 지향하는 무소유로 돌아가는 더 큰 깨딸음과 얻음. 인간이 지니고 있는 욕망에 대한 부정은 모든 종교가 다가서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현들의 가르침은 한결같이 ‘물질적 금욕’과 ‘정신적 절제’였다. 이것만이 ‘ 인간으로서 가장 완전한 모습에 이르는 길’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쳤던 것이었다. 우리도 오랫동안 영향을 받아왔지만 유교는 공맹(孔孟)의 말을 섬기며 이른바 성인군자가 통치하는 이상국가를 구현하고자 했다. 하여 이들은 백성을 귀하게 여기며 백성이 중심이 되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이상국가로 설정하였다. 엄밀히 말해 춘추전국시대가 힘(군사력)을 최고의 가치로 섬기면서 광포한 전쟁으로 내몰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역설적이고 혁명적인 주장이었다.
이후의 유가들은 바로 군자(君子)계층의 도덕적 각성을 통해 효율적이고 탄력적이며 개혁적 동력을 가진 조직으로 자기정비를 반복하곤 한다. 이들이 내세운 세상을 구하는-구세(救世)정신, 즉 ‘근신(勤愼) 윤리(probationary ethic)’를 바탕으로 곤혹스러운 상황 즉 ‘곤경 의식’과 그것을 탈피하여는 스스로의 ‘긴장’이 항상 군자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토마스 메츠거(Thomas Metzger)는 이를 《곤경으로부터의 탈출》 신유학과 변화하는 중국의 정치 문화 (Escape from Predicament. Neo-Confucianism and China's Evolving Political Culture, New York, 1977.)에 담아내어 서구 지성사에 또 한번 전통시대 동양지식인들의 진면목을 부각시켰다.
| | | ▲ 동국대 총학생회가 지난 9월 17일 학생 2,031명이 참석해 보광 총장, 일면 이사장 사퇴를 결의했다. ⓒ2015 불교닷컴 | 동지(冬至)를 지나면서 해가 다시 길어지면서 사실상 새해로 접어든다고 본다. 지난 을미년 한해 우리 불자들의 마음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종단안팎에서 불거진 각종 범계의혹과 종립대학의 총장, 이사장직을 둘러싸고 벌어진 온갖 추문들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종단정화를 주창하는 신도들을 고소하거나 심지어 사숙을 폭행하는 출가납자들이 있어 세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 분들은 세속적 가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피세(避世) 또는 출세간(出世間)를 결행하신 분들이 아닌가? 그런만큼 《범망경》(梵網經) 불자찬훼타계(不自讚毁他戒), 자찬훼타계(自讚毁他戒)를 한번이라도 되새겨 보았더라면 차마 쉽사리 결행키 어려운 난제들이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종립대학 개교이래 사상 유례가 없었던 50일간의 단식투쟁과 동조단식들.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식자들은 말한다. 불교의 교리는 아인슈타인의 찬탄처럼 완벽에 가까운 고등철학인데 조계종단의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고… . 청정한 기운을 얻고자 도량을 찾와왔는데 이미 그곳엔 최첨단 냉난방설비가 속가 수준을 넘어섰고, 일부 사찰들의 내부 편의시설 또한 일반 호텔이 부럽지 않은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일부에 국한된 사례이긴 하지만 히말라야 원정을 가는 산악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고기능성 속옷을 찾는가 하면, 수백만원짜리 가사에 잠자리 날개처럼 나풀거리는 고급승복까지…. 손이 베일정도로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각을 세운다. 어쩌면 이는 시주라는 미명으로 (공급 과잉된 )재가신도들이 행한 업보일 것이다.
병신년 새해에는 이렇게 신심 떨어지는 일들이 시나브로 소멸되었으면 좋겠다. 해종프레임이라는 덫으로 정론을 펼치는 양심적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협량도 소멸되어야 할 것이다. 하여 자비광명의 환희장엄한 부처님의 세계로 한걸음 더 다가서는 병신년을 발원해 본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
첫댓글 새해 병신년은 이런 세상이 다가오도록 더욱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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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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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큰 마음의 스님이 계셨던 그시절이였습니다.
훈훈했던 옛날얘기 감사합니다.
불자들의 보시형태도 많이 생각해서 행해야 될것이라 여깁니다.
'자비광명의 환희장엄한 부처님의 세계로 한걸음 더 다가서는 병신년을 발원'해봅니다.
감사드립니다.
우리스님께서는 새해에도 변함없으신 건강하신 몸으로
서울다니시는길이 늘 순탄하고 편안하시길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심 광명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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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감사합니다 스님, 불자라는 사실에 가슴뿌듯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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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감사드립니다
일심 광명 화신 아미타 아미타 아미타불()()()
멋진 스님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자비광명의 환희장엄한 부처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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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림니다 휼륭하신 스님들께서 우리 주변에 점점 더 많이 계시길 발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감사드립니다
새해엔신심떨어지는일들이시나브로없어지면좋겠읍니다참으로바라는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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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립니다.
일심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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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일심광명화신아미타아미타아미타()()()
좀더열심히공부해야할이유이기도하겠지요
아는 것 보다 실천이 더 어렵고 중요하지요
훌륭한 제자가 훌룽한 스승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불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도록 노력하겟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 아미타 아미타
일심 광명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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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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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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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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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보시도 밝은 지혜의 안목으로 해야한다시는 스님의 말씀 다시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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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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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고 더 넓게 사유하여 바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불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아미타파
감사합니다.
일체유심조 일심 광명 화신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
일심 광명 화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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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그리스도 복음 전파, 신앙공동체 형성, 빈곤과 악의 타파를 통한 사회개혁을 지향해왔다."
불법의 대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심정토 염불행자는 무엇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야 할까요?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심정토 염불수행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고,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감사합니다. 일심 광명 화신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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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광명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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