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대륙 이야기
바람의 대륙편
제 3막 아틀란티스를 찾아서(상)
제 3막 3절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
인간계 표준력 20XX.7.25일까? 불명.
"헉헉헉. 죽는 줄 알았다."
종필은 백짓장처럼 허옇게 된 기토의 얼굴을 돌아다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배를 뚫고 지나가는 게 말이다. 그것도 유령을 뚫고 지나가듯 그렇게 말이다.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바로 눈앞에까지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과 부딪혔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정말 심장이 여러 개 있어도 버텨나질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계속해서 말했잖아. 여긴 게이트 안.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예전에, 혹은 앞으로 있을 것들이야. 여긴 당신들이 보통 부르는 태평양이라는 바다와 같은 공간이지. 하지만 시간대는 달라. 어느 시간대인지는 모르지만 우린 다른 시간대를 지나고 있는 거야. 뭐? 음. 그건 게이트의 입구와 출구만 잘 찾으면 돼. 게이트의 입구가 열리면 일정 시간동안은 출구가 열리거든. 우린 그 출구만 찾으면 같은 시간대로 갈 수 있게 돼지. 그러니까 우리가 돌아가면 그곳에서는 불과 몇 일밖에 지나지 않게 되는 거야. 에? 휴. 걱정도 팔자다. 당연히 출구를 찾지 못하면 돌아가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뭐가 걱정이야. 천사가 옆에 있는데 나만 믿으라고."
종필은 전혀 미덥지 않은 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제일 미덥지 않다고 정말."
종필은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자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앗! 여긴! 이봐. 우현으로 20도 틀어."
종필은 링의 말에 배를 곧바로 틀었다.
"저건. 아까 그거와 똑같이 생겼다. 우와!! 출구다! 만세!!"
갑판에 축 늘어져 있던 소연과 실비아는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기토는 실비아와 소연이 꼴사납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너무 웃겼지만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돛대를 잡고 일어섰다.
"얼래? 저거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제임스의 말에 기토는 흠칫 놀랐다. 그러고 보니 물의 장막 같은 것이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큰일이다.! 게이트가 닫힌다.! 이야! 계산을 잘못했나!"
링의 말에 소연은 무언가가 뚝하고 끊어지는 것을 느꼈
다. 그리고 소연은 한달음에 돛대에 올라 링에게 공포의 108콤보를 퍼부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우잉잉잉!"
시퍼렇게 멍든 눈을 쓰다듬던 링은 자신을 둘러싸고 다섯 명이 눈을 부라리자 끽 소리 못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강아지 마냥 축 쳐졌다. 그리곤 천천히 배 후미로 걸어갔다. 등에 날카로운 시선들이 꽂히는 것을 느끼며 링은 돌아보기가 무서워 배 뒷편만 보고 중얼거렸다.
"쳇. 난 천사라고. 천사."
하지만 다섯 개의 시선이 비수가 되어 내리꽂혔다.
"알았다고. 알았어. 대지의 마음을 품은 진녹의 바람."
링의 두 팔이 천천히 들어올려져 나란히 섰다.
"그대를 부르는 이가 여기 있으니."
링의 노란 눈동자에 겹겹이 동심원이 그려지고 손바닥에서 파공성이 들려왔다.
"오라! 진녹의 바람!"
푸앙!
제트 분사기같은 진녹의 바람이 링의 손바닥에서 굉음과 함께 뒤로 쏘아져갔다.
"우에에에!"
그리고 배의 선두가 위로 들리며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쏘아져갔다. 배의 선두에 부딪힌 하얀 물결이 하늘을 날아 차가운 비가 되어 일행을 덮쳤다. 일대 역사가 일어나듯 바다를 두 쪽으로 가르는 엄청난 속도에 배의 돛대가 부러지고 갑판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이질적인 느낌. 온몸을 훑어 내리는 이질적인 느낌. 배는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멈췄다.
"우에에. 멈췄다."
돛대를 꽉 안고 있던 소연은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빠져나왔나?"
소연은 여기저기 부서져 꼴사납게 변한 갑판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가 귓가를 간지르고 시원한 바람이 소연의 젖은 머리결을 쓸어 올렸다. 소연은 바다의 소리를 들으며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소연의 눈가에 어둠이 몰려왔다.
인간계 표준력 20XX.7.25 카리브해
"어이! 실버! 오늘 점심은 뭐야!"
"삶은 감자와 야채를 넣고 푹 삶은 스튜!"
"어이어이! 이거 너무하잖아! 오늘도 스튜야!"
실버는 전망대를 향해 가느다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세우고는 주방 쪽으로 내려갔다.
"실버! 오늘 점심은 제발 신선한 것 좀 먹자고!"
푸른 두건을 머리에 칭칭 감은 검게 탄 선원의 말을 무시하고 실버는 그대로 걸어갔다. 벌써 일주일 째 사냥감이 없어서 실버가 속해있는 푸른 터번 해적단은 모두 늘어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하품을 해대며 졸고 있는 놈들도 있었고 무언가를 열심히 깎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바다에서의 하루는 길다. 물론 할 일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산더미같이 많다. 하지만 자신의 할 일만 제대로 해놓았다면 그 다음은 할 일이 전혀 없다. 그래서 모두들 소일거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마치 교도소같이.
그러나 한 선원을 타고 넘어가던 실버는 알고 있었다. 푸른 터번 해적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저렇게 한심해 보여도 먹이감이 나타나면 돌변한다는 것을 말이다. 산적과 해적 중 어느 것이 무섭냐고 한다면 당연히 해적일 것이다. 왜냐고? 해적에게는 비겁이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비겁이라니! 그건 배부른 놈들의 얘기다. 비겁한 행동도 하나의 요령일 뿐.
실버는 작은 펍에서 일하던 주방장이었다. 일주일 전 그의 펍에 들른 푸른 터번 선장이 음식을 맛보고 그를 이 배로 데려온 것이다. 반강제적이었지만 말이다.
갑판 바로 밑에 있는 주방은 그리 크지 않았다. 3평 남짓한 작은 어수선한 주방이었지만 모든 게 안전감있게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켠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커다란 냄비 속에는 스튜가 끓고 있었고 바닥에는 얇은 감자 껍질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실버는 냄비 앞으로 다가가 잠시 스튜를 바라보다가 국자를 들어 맛을 보았다.
"완벽해!"
실버는 잠시 자신이 만든 스튜에 넋이 나가 황홀해하다가 불을 끄고 뚜껑을 덮었다.
"그러저나 이거 이래서는 여기에 탄 보람이 없잖아."
실버는 투덜거리며 거울을 들고 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서 거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실버의 손놀림에 따라 거울에 빛이 반사되어 수면이 반짝거렸다. 두 세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실버는 거울을 내려놓고 푸른 터번을 들었다.
"쳇! 푸른 터번이라니. 취향도 고약하군. 하여튼 꼭 이런 일은 날 시키더라고."
한숨을 내쉬며 실버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황갈색 머리결을 베베 꼬았다. 바다 사나이답지 않게 하얀 피부와 왜소한 체구. 그리고 커다란 눈동자만큼이나 겁이 많아 보이는 얼굴. 정말 어디가면 미남 소리를 들을 만하건만 실버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실버는 터번을 머리에 둘렀다. 이음새를 잘 마무리하고 실버는 식탁을 준비하기 위해 일어서려고 했다.
"스쿠류급 갤럭선 1척, 전방 500m 앞, 긴급 발령."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소리에 실버는 급히 일어나 갑판으로 뛰어갔다. 복도에는 푸른 터번을 두른 험악한 인상의 무리가 벌써 갑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갑판에 올라온 실버는 그물에 올라가 전방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값이 제법 나가 보이는 상류층의 범선 한 척이 전방에 보였다. 어느 부자 나리가 날러 나온 것 같았다.
"좋아! 때를 맞춰 오는군."
실버가 싱글거리며 그물에서 내려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해적이 그물에 올랐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함성이 들려왔다.
"이 바다에서 최고가 누구냐!"
"푸른 터번! 푸른 터번!"
"이 바다에서 가장 용맹한 사나이들이 누구냐!"
"푸른 터번! 푸른 터번!"
"그렇다! 이 해역에서 우리를 맞설 자는 없다! 우린 너무나 강하고 용맹하다! 자 이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왔다. 제군들이여. 전진하라.!"
"와!!"
실버는 너무 유치한 대사를 퍼붇는 푸른 터번의 선장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을(헥헥) 보면서 왜 그 지도가 이 배에 있는지 의심스러워졌다. 혹시 정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원체 킬리가 하는 일이 그러니까 말이다.
"돌격!"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 선장의 구령과 함께 중앙 돛이 펼쳐졌다. 돛의 중앙에는 터번을 두른 해골이 그 위용을 나타내고 배는 갤럭선을 향해 미끄러져 갔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자신에게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실버는 천천히 움직여 선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재빨리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급히 창문을 열어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 바다로 던지고는 병이 바다 속으로 완전하게 가라앉는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닫았다.
그리곤 머리에 두르고 있던 터번을 풀고 옷을 벗었다.
"휴! 이제 이 볼품없는 터번과 지저분한 옷과는 이별이군."
짧은 반바지 밑으로 여자 다리같은 미끈한 다리가 뻗어 나오고,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거친 가죽의 소매가 없는 옷을 걸친 실버는 해도를 넣는 통을 들어 뒤로 매었다.
"흠. 어디 가볼까!"
실버는 문에 귀를 대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계단을 찾아 밑으로 내려갔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작은 요동으로 실버는 배가 멈추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지금 해적들은 그 갤럭선에 밧줄을 걸고 넘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 갤럭선. 조금은 버티어 줄까?"
갑자기 실버의 몸이 앞으로 빠르게 쏘아져갔다. 매일 가는 길이라 익숙한 길이었다. 어느 곳을 밟아야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벌써 몇 십번이나 연습했다.
"누구냐!"
실버가 들어가려고 하는 방에 푸른 터번을 두른 두 명의 해적이 서 있었다. 빠르게 달려오는 실버를 눈치채고 그 두 명은 칼을 꺼내려고 했지만 실버의 눈에는 너무 느려 보였다.
"느려! 느리다고!"
실버의 손이 허리춤을 한 번 쓸고 이제 바로 코앞에 닥친 해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실버이 손에서 한줄기 은빛이 폭사되어 해적을 쓸고 그 뒤에 있는 해적을 향해 그 혀를 낼름거렸다. 해적의 눈동자가 자신의 눈동자에 스며드는 것을 보며 실버는 바닥을 차고 해적들을 뛰어넘어 문 앞에 조용히 내려섰다.
언제 들었는지 실버의 손에는 하얀 한기를 뿜어내는 투명한 검날이 서 있었다. 실버가 손을 두어 번 털어 피를 떨쳐내자 검이 웅웅거렸다. 하지만 실버는 애써 무시하며 실버의 손이 허리춤을 다시 한번 쓸고 지나가자 검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리고 실버의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실버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위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 범선의 인물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나 보다. 지금까지 실버가 보기에 푸른 터번 해적단은 다른 것은 몰라도 실력만큼은 좋았다. 그런 해적단을 상대로 아직 1분이나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실버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곧장 방안에서 제일 어울리지 않게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커다란 액자 앞으로 다가갔다. 액자 앞에는 붉은 꽃 한 송이가 실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버는 내심 붉은 꽃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액자 앞에 섰다. 액자 안에는 거친 풍랑 안에서 고래를 향해 작살을 들고 있는 거친 뱃사람의 뒷모습이 있었다. 실버는 그림을 흘낏 바라보다 액자를 약간 들어 뒤를 바라보았다.
"빙고!"
실버는 액자를 들어 내려놓고 유난히 먼지가 적은 벽에 가만히 손을 대고 밀었다.
그르르릉!
벽을 할퀴는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실버의 손에 의해 벽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실버의 손이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자 실버의 손에는 낡은 빛 바랜 두루마리가 쥐여 있었다. 실버는 조심스럽게 두루마리를 펼치더니 곧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고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 등에 매고 있던 통에 넣었다.
"좋아! 일은 끝났군. 자 가볼까!"
실버는 벽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액자까지 반듯하게 걸고 잠시 그림이 가지런히 걸렸는지 살펴보고 밖으로 나왔다. 실버의 귀에 희미하지만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실버는 바닥에 고여있는 피를 보더니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그리곤 몸을 날려 천장에 매달렸다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복도를 달려 실버는 갑판으로 나가는 문에 도착하자 문에 귀를 가져다대고 조용히 동정을 살폈다. 칼이 부딪히는 소리와 고함을 지르는 소리 등 많은 소리가 들렸지만 문 바로 밖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실버는 문을 살며시 열었다.
"얼래?"
실버의 눈에 벼락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갑판 위는 아수라장이었다. 푸른 터번을 두른 해적들이 여섯 명을 둘러싸고 칼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한 어린 여성을 가운데 두고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해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우랏차차!"
2미터 가까이되는 장신의 우람한 근육을 가진 서양인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해적들은 하늘과 인사를 하고, 그리곤 다시 땅과 키스를 했다. 그 옆에 호리호리하게 생긴 검은 머리의 동양인의 노가 말 그대로 해적들을 개 패듯이 패고 있었고, 그 뒤로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의 발차기가 막 해적의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실버에게 등을 보이고 싸우고 있는 검은 머리의 사내가 싸우고 있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실버의 시선은 애초에 이들을 스쳐 위로 올라간지 오래였다. 돛 줄에 매달려 있는 금발의 미남 청년의 몸에서 해적들을 향해 날카로운 빛이 날라갔다. 금발의 미청년이 손을 한번 흔들 때마다 해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마치 서로 짜고 연기를 하는 듯 정확하게 손을 흔들면 해적은 모두 똑같이 "윽"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잠시 금발의 청년의 기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실버는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벽에 붙었다. 그리고 배의 가장자리 쪽으로 다가갔다.
"어딜 가시나. 실버?"
굵직한 목소리에 실버는 혀를 차며 돌아보았다. 다른 해적들의 터번보다 더욱 짙은 푸른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온통 푸른빛이 일렁이는 만도를 들고 푸른 터번의 선장,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 선장이 서 있었다.
"아! 선장님. 안녕하세요. 점심을 준비하다 갑판이 계속 소란스러워서 구경하러 나왔습니다. 아! 그리고 걱정마세요. 점심은 준비되었습니다."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 선장의 입가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실버의 육감이 위험하다고 실버의 머리 속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
"새앙쥐가 탔었군. 노리는 것은 그것인가?"
다년간 펍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실버의 미소짓는 얼굴 근육은 미세한 변화도 하지 않았지만 실버의 손은 어느덧 허리춤에 가 있었다. 하지만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 선장의 푸른 만도는 그런 실버의 허리춤을 겨냥하고 있었다.
"쾌속의 루나 실버스타. 나도 멍청하군. 그 유명한 루나를 몰라보다니 말이야. 하지만 자네도 몰랐을 거야. 난 항상 그곳에 있거든."
순간 루나의 머리에 붉은 꽃이 스치고 지나갔다.
"영혼의 꽃!"
제기랄!
"죽어라!"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 선장의 만도가 번쩍임과 동시에 루나는 만도를 따라 몸을 빙글 틀었다. 루나의 허리 살이 한 움큼 잘려 나갔지만 찰나의 시간을 얻는 루나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뒤로 뛰었다. 곧장 찔러오던 만도는 중간에 괘도를 틀어 루나가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던 것이다.
지이익!
옷자락이 찢기며 선혈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제법이군."
루나는 왼쪽 허리를 움켜잡으며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섬광 선장의 만도가 곧장 베어오자 다시 뒤로 뛰었다. 하지만 루나는 곧 해적들의 벽과 부딪혀 더 이상 뒤로 갈 수 없었다.
"젠장!"
루나는 이를 악물며 품에서 총을 꺼내 하늘로 쳐들었다. 만도가 루나의 어깨를 관통하고 루나의 총에서도 불이 번쩍였다.
쉬이이익!
한줄기 붉은 연기가 푸른 하늘을 수놓고 루나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제길. 클났군! 칸나! 타륜 잡아! 탐스! 열 명을 데리고 그들을 경계해! 나머지는 빨리 돛 올리고 기관 최고속으로! 이 XX들아! 빨리 하지 못해! 움직여!"
루나는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을 알았다. 루나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같은 시각. 카리브해 수면 밑
"아함! 벌써 몇 일째야. 루나 놈 죽었나 살았나 연락 좀 주지 이게 뭐야!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루나는 무리라고 말이야. 그렇게 유약하게 생긴 놈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몰라? 아참 내가 말했던가 베를레이? 요번에 말이야 루나가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고 있더라니까! 그 매일 점잖은 채 하는 그 루나가 말이야. 내참 기가 막혀서. 남들 앞에서는 온갖 고상한 채는 다 한면서 뒤에서는 그런 추잡한 일을 한단 말이야! 그리고 있지 저번에는 또...."
베를레이 일등 항해사는 킬리가 1시간째 계속 하품을 하면서 주절거리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폭발할 뻔했다. 하지만 평소에 끈기와 인내가 없는 놈이 제일 싫다고 말해온 베를레이로써는 애꿎은 연필만 부러뜨리며 화를 식히고 있는 중이었다.
베를레이 항해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햇살이 비치는 어두운 바다 속을 유유히 지나가는 오징어 떼가 보였다. 몸을 움츠렸다가 한번에 쭉 펴는 역동적인 동작을 반복하며 오징어 떼는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어두운 방에 홀로 남아 훌쩍이며 보채는 어린애 마냥 오징어 떼는 어둠을 피하려는 듯 그렇게 빠르게 베를레이 항해사의 시선을 비켜갔다.
삐삐삐!
순간 조용한 정적의 바다를 깨우는 요란한 경보 소리가 울리고 곧 작은 통을 통해 조그마한 병이 떨어졌다.
"왔다!"
킬리의 손이 재빠르게 병을 잡고 여는 것을 보고 베를레이는 자리로 돌아왔다.
"상어가 다랑어를 물었답니다. 고양이가 물고기를 가로채러 간다는 군요."
베를레이는 킬리에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마이크를 잡고
스위치를 올렸다.
"제 1종 경보. 부상 준비. 각자 위치로.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자리를 이탈하지 말 것. 그리고 침묵 1호를 발령한다."
"우함. 일등 항해사. 루나에게 연락이 온 모양이지?"
베를레이는 마이크의 스위치를 끄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 선장님. 상어가 다랑어를 물은 모양입니다."
키드는 연신 하품을 해대며 자리에 앉았다. 언제 들어왔는지 방안에는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좋아! 킬리는 계속 상황을 보고하고 베를레이는 언제든 부상할 수 있게 준비를 해줘. 그리고 슈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잠수복을 입고 대기하고 헤르크는.. 칼 갈아."
"저기! 나는?"
키드는 자신의 팔에 매달리는 여자애를 보며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점심!"
"알았어!"
종종 걸어가는 미나를 보며 키드는 몸을 벅벅 긁었다. 따분했다. 역시 해적에게는 바다 위가 어울렸다. 바다 속에만 들어오면 항상 몸이 가렵다. 키드는 베를레이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슬며시 손을 내리고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해적들의 존재는 거의 없어졌다. 남아 있다고 한다면 작은 미개한 나라에서 강에 존재하는 거의 산적과도 같은 존재만이 남았을까? 옛날처럼 바다를 주름잡던 해적들은 거의 사라졌었다.
20XX년. 유명한 해적이 나왔다.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두 붉은 눈의 해적이라 부르는 대해적이었다. 붉은 눈은 카리브해를 기반으로 해적질을 해 갔다. 처음에는 모두들 해적 한 명이야 하는 생각에서인지 방관을 했지만 그의 힘이 점차 강해지자 미국을 중심으로 카리브해 근처에 있는 국가들이 뭉쳐 그를 잡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배는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고 바다에 잠수도 할 수가 있어 이 넓은 카리브해에서 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그는 아직도 전설로 남아있을 것이다.
배반. 그를 시기하는 그의 일등 항해사가 엄청나게 불어버린 그의 현상금에 눈이 멀었다고 하지만 그 이유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일등 항해사가 그를 미국에 팔아버렸다.
일명 붉은 전투라고 불리는 해상 전투를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국 함대와의 전투에서 아무리 붉은 눈이라고는 하지만 이길 수가 없었다. 불타오르는 배에서 그가 외쳤다고 한다.
"정통 해적의 계보를 잇는 나 붉은 눈 이하 역대 해적들이 묻는 엄청난 보물이 한 장의 지도에 들어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엄청난 힘도! 거짓말처럼 생각하는가? 바람이 물을 이끌고, 물이 화염을 죽이고, 화염이 얼음을 사르고, 얼음이 바람을 머금는다! 쿠하하하!"
그리곤 붉은 눈은 불타는 배를 타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이 장면은 전세계적으로 방영되었는데 그 이후 대해적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선장! 붉은 연기입니다.! 루나에게 무슨 일이 있나 봐요!"
킬리의 찢어질 듯한 소리에 키드는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전 기관 최대로! 부상한다."
"부상!"
베를레이의 우렁찬 복창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배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고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 키드의 배 그림자는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얀 물살을 가르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그림자호는 잠시 후 제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검은 색으로 도배를 한 그림자호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범선이었다. 그림자호를 이루고 있는 나무는 한때 해적왕이라고 불리던 붉은 눈이 탔던 배에 쓰였던 나무였다. 나무의 이름도 알려져 있지 않은 검은 색을 띄는 특이한 나무였는데 붉은 눈의 배가 가라앉으면서 그 이름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철보다 단단하고 나무보다 가벼운 그 재질의 특성상 배를 만들기에는 최적의 재질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그 나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통상 세간에는 그 나무를 이렇게 부른다. 어둠의 그림자라고....
그림자호는 이 나무로 만든 덕분에 평범해 보이는 범선이지만 잠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키드는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같은 시각. 카리브해
소연은 쓰러져 있는 남자의 왼쪽 허리를 꽉 누르며 남자의 안색을 살폈다. 숨이 너무 가파랐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었다. 이 남자가 하늘로 무언가를 쏘아 올린 후로 해적들은 더 이상 덤벼들지 않고 허둥지둥 돛을 펴고 배를 몰고 있었다.
어수선한 해적들의 발놀림 속에서 소연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깜깜했다. 해적이라니.... 뉴스 같은데서 보았지만 한국 근처에는 해적이 없기에 설마 자신이 해적을 만날지는 몰랐다.
"우웅"
"이봐요! 괜찮아요? 조금만 참아요"
신음을 흘리는 남자의 황갈색 머리를 넘기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제임스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십여 명의 해적들을 경계하느라고 움직이지 못했다.
촤아아아!
"응?"
소연은 물살을 가르는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소연의 눈앞에는 온통 검은 칠을 한 범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의 그림자호다!"
배가 더욱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소연은 마치 밤이 찾아온 것 같은 착각에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하지만 범선이 바다 속에서 떠오르다니. 잠수함도 아닌데 말이다.
"저건 그림자호다. 몇 년 전 해적왕 붉은 눈이 탔던 배와 비슷한 범선 그림자호.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씨가 납시셨군."
실비아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소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
"제길 늦었군. 할 수 없지. 탐스 저기 쓰러져 있는 루나를 잡아라! 칸나! 그림자호의 측면에 갔다 돼! 그리고 모두 칼을 들어라!"
지금까지 둘러만 싸고 있던 해적들이 달려들었다. 제임스의 펀치와 실비아의 킥, 그리고 기토의 노, 종필의 몸통 박치기가 해적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해적들의 눈이 심상치가 않았다. 꼭 불 속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해적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큭!"
기토의 손에서 피가 솟구치면서 기토가 노를 놓쳤다. 그리고 기토를 향해 세 개의 칼날이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안돼!!"
소연은 앞으로 달려나가려고 했다.
탕! 탕! 탕!
그 때 세 발의 총성과 함께 기토에게 달려들던 해적 셋이 뒤로 자빠졌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이 가짜 신부!"
소연은 바닥에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소연의 눈에 검은 신부복을 입고 챙이 넓은 검은 모자를 쓴 신부 한 명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금칠이 된 구식 단발총으로 성호를 긋고 있었다.
"오우! 가짜 신부라뇨! 제가 비록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지만 그건 크게 상관할 게 못됩니다. 하나님은 어디든 계시니까요. 제가 가는 곳 그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래서 지금 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예배 주제는 네 이웃을 탐하지 말라입니다. 자 모두 기도합시다."
소연은 자신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하는 신부의 장난끼 어린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죽어라!"
오른쪽 뺨에 기다란 검상이 있는 험상궂게 생긴 해적이 신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신부는 허리를 숙여 소연이 지혈하고 있는 남자의 가슴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위험해요. 신부님!"
소연은 신부를 향해 소리쳤지만 신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챙!
소연은 신부에게 떨어지는 칼을 보고 눈을 감았는데 칼날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눈을 뜨고 신부 쪽을 쳐다보았다. 해적의 칼은 바로 신부 앞에서 멈춰 있었다. 소연의 팔뚝만한 작은 검이 해적의 칼을 막고 있었다. 붉은 빛깔이 감도는 광채가 나지 않는 무뚝뚝하게 생긴 검은 그 자신만큼이나 무뚝뚝한 표정의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여자가 들고 있었다.
"이야아아!"
그 여자의 뒤로 다른 해적이 두 명이 달려들었다. 여자는 다른 쪽 손으로 반토막 칼을 하나 더 들고 두 해적의 칼을 막았다. 요란한 쇳소리와 섬뜩한 불꽃이 잠시 소연의 눈을 어지럽혔는데 소연이 눈을 한번 깜빡임과 동시에 여자에게 붙어있던 해적 셋이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갔다.
"이야! 죽진 않겠는데? 이거 고마워요 아가씨. 아가씨가 지혈을 잘해 주셔서 이놈 죽지 않은 것 같군요."
소연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신부를 보며 작게 고개를 까딱였다.
"앗! 저 사람 혹시 키드 아니야! 제임스 봐! 검을 두 개 들고 있잖아!"
실비아의 말에 소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세 명이 서 있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제임스보다 더 키가 큰 우람한 체격의 남자였다. 마치 헤라클레스를 연상시키는 그의 몸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가 있었는데 그것에 걸맞지 않게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도끼가 들려 있었다. 그가 도끼를 공중에 대고 한번 흔들자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그의 옆에는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바라보듯 익살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의 오른손은 강철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인물은 무척 강인하게 보였다. 굳게 다문 입술이 그의 완고한 고집을, 눈가에 맺혀있는 주름은 그의 연륜을, 그리고 투박해 보이는 그의 손은 그의 힘을 나타내 보이는 듯 했다. 그의 등뒤로 검 자루 두 개가 삐죽이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내놓고 있었다.
"불쾌하군. 키드. 아무리 해적이라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하는 것 아니야? 남의 배에 허락도 없이 오르다니.!"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유성은 부하들의 사기를 돋구기 위해 일부러 크게 고함을 질렀다. 그림자호의 해적 일명 쉐도우라고 불리는 키드 일당은 해적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상급 해적단이었다. 게다가....
"재밌있군요. 푸른 두건단 선장이 그런 말을 하다니요. 이거 지나가던 새우가 웃겠는데요?"
키드, 일명 카리브해의 유쾌한 해적. 항상 위트를 잊지 않는 그를 보고 육지의 낭만가들이 붙인 그의 별명이다. 하지만 밤하늘을 가르는 푸른 유성 선장은 알고 있었다. 그에게 그 별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지를....
"흥! 그래서 어쩔 거냐!"
선장은 손에 홍건이 젖는 땀을 슬며시 바지에 닦아내며 푸른 만도를 바로 잡았다. 키드는 사람을 죽일 때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죽는 자에 비친 키드의 웃는 모습은 어떨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지만 선장은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동료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놨으니 그냥 둘 수는 없지만...."
게다가 키드가 유명한 것은 절대로 무역품을 실어 나르는 배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적 킬러. 키드는 해적들에게도 무서운 존재였다.
"그것을 봐서 일단 물러나 주지."
선장은 머리를 굴렸다. 천신만고 끝에 얻는 것이지만 키드와 싸우는 것보다는 그에게 줘 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애초에 자신이 맡기에는 너무나 큰 물건이었기에.
"좋다! 그럼 양쪽 다 이쯤에서 물러나자!"
선장은 만도를 천천히 집어넣으며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오케이! 잘 생각했어. 슈. 루나를 조심해서 옮겨. 헤르크 그분들을 배로 모셔."
"이봐! 무슨 말이야! 그놈들은 우리가 잡은 놈들이라고!"
선장은 소연 일행을 데리고 가려는 키드를 보고 소리쳤다. 수하들 중 반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소연 일행을 노예
로 팔아서라도 돈을 챙겨야 했다.
"이봐! 무슨 말이야. 저들도 우리 일행이라고! 봐! 저 아가씨와 친구들이 우리 루나를 지키고 있었잖아! 뭐야 불만이야!"
선장은 키드가 싱글거리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제길!
"알았다. 키드!"
선장은 울분을 삼키며 뒤로 돌아 선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연 일행은 키드를 따라 그림자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