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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표 만들어주신 진히아님 감사합니다.
01. - 희엘 이야기 - 나에겐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 있다. 몽유병이 아니다.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악몽을 꾸고, 깨져버릴 듯 두통에 시달리고,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떨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곤 한다. 난 가끔씩 시작되는 고통들을 아직도 적응하긴 너무 힘들었다. " 하아......... 하아..... 하아....... " 거친 숨을 쉬며, 침대 앞에 놓인 화장대 거울 속 내 얼굴을 바라보면 밤 새 수척해진 얼굴과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마주 했다. 눈을 감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잠을 청하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였다. 결국 한 숨도 자지 못 하고, 난 짐을 꾸리고 있었다. 3년 동안 머물렀던 이곳을 이제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원래 내가 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선글라스 넘어 보이는 한국의 땅, 설레지도, 반갑지도 않았다. 그냥 덤덤할 뿐이었다.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로 나왔다. 시끌벅적한 공항에는 게이트 쪽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사람을 찾고, 사람들과 재회한 사람들은 부등켜안으며, 울고, 반가워하며 그 순간을 만끽 하고 있었다. “ 엘아~ ” 그리고 나 또한, 나를 반겨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 큰 오빠!! ” 큰 오빠 박 인우, 그리고 작은 오빠 박 인하 “ yo~ " 그리고 김 기사 아저씨 “ 어서오세요 아가씨 ” 밀고 나온 가방이 실린 카트는 아저씨 몫이었고, 나는 두 오빠들과 함께 공항을 빠져 나왔다. “ 아버지, 엄마는? ” “ 기다리고 계셔 ” “ ....... ” “ 아예 들어 온거야? ” “ 응 ” “ 안 올 것 같이 하다가 갑자기 왜 돌아 온거야? ” “ 왜? 오면 안 되는 거야? ” “ 무슨 말이 그래.. ” 달리는 차 밖을 바라봤다. 한글로 된 간판, 한국 사람들, 웃음소리 이제야 한국에 온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 내려~ ” 강남에 고급스런 레스토랑 입구 앞에 차가 멈춰 섰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단 듯 직원이 안내를 했다. 직원을 따라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구석진 곳에 있는 룸이었다. 룸 문이 열리고, 안에는 아버지와 엄마가 앉아 계셨다. “ 엘아~ ”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아무 말 없이 껴안으셨다. “ 어머니, 막내 사랑 또 시작되셨네 ” “ 조용히 해~ ” “ 네에 네에~ ” 작은 오빠는 비아냥거리며 자리에 앉았고, 뒤 따라 큰 오빠도 자리에 앉았다.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옆자리를 차지했다. “ 고생했다 ” “ 다녀왔습니다. ”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로 별 말씀 없이 반겨 주셨다. “ 어쩜 연락 한 번 없고, 편지도 없고... ” “ 죄송해요.. 바빠서 못 했어요 ” 엄마는 괘씸하셨는지 굳어 있는 표정이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미리 주문 해 놓으신 음식이 나와 식사를 했다. “ 아예 들어 왔니? ” “ 네.. ” “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냐.. ” “ 학교 입학하려구요 ” “ 학교? 대학 말이냐? ” “ 네.. ” 아버지, 엄마를 비롯해 큰 오빠, 그리고 작은 오빠 까지도 모두들 놀란 모습이었다. “ 너 입학하면, 어린 애들이랑 학교 다녀야 되는데, 괜찮겠어? ” “ 친구 사귀려고 학교 가? ” “ .............. ” “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으면, 돌아오지도 않았어.. ” “ .......... ” “ 허락해 주세요 아버지 ” 아무리 주위에서 말려도, 한다고 말을 꺼낸 이상 번복 할 수는 없었고, 할 마음조차도 없었다. “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냐~? ” “ 네 ” “ 굳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인정한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대학을 나오겠다는 거야? “ “ 기죽기 싫어서요.. ” “ 뭐어? ” “ 남들은 더 공부하기 위해서 유학을 간다지만, 전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잖아요... 그렇다고 외국 학교를 졸업 한 것도 아니구요.. ” “ 엘아.. ” “ 남들 다 있는 대학 졸업장, 저도 가지고 있어야 무시 안 당하죠.. ” “ 흠.......... ” 결국 아버지는 허락해 주셨다. 하지만 엄마는 내키지 않아 하셨어도, 아버지의 허락으로 그 누구도 반대 할 수 없는 일이였다. 긴 식사를 끝내고, 아버지는 엄마와 그리고 나랑 오빠들은 두 대의 자가용으로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집 앞에서 내려 높고, 큰 집의 담장을 올려다보았다. “ 안 들어가? ” “ 응.. ” 큰 오빠가 내 짐을 들고, 대문을 열고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멍하니 바라보던 담벼락을 등을 지고, 나 또한 3년 만에 찾은 우리 집에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 아가씨~ ” “ 잘 지내셨어요? ” “ 네~ 어서오세요. ” 집 안으로 들어서자 가정부 아줌마가 나와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내가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서 살림을 봐 주셨던 분이라 남 보다는 한 식구처럼 가족들과 지내고 계신다. 2층으로 올라와 거실 쪽 왼편에 내 방이 보였다. “ 좀 있다가 오빠들이랑 술 한 잔 할까? ” “ 그래 ” “ 씻고 거실로 나와 ” “ 알겠어 ” 방 안으로 들어와서 둘러 본 방안은 여전히 깨끗하고, 변한 곳 하나 없었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방, 화이트와 블루로 조화롭게 매치되어 굉장히 심플하고, 편안함이 느껴졌다. ‘ 똑똑 ’ “ 엘아~ 아직 멀었어? ” “ 나갈게 ” “ 빨리 나와!! ” “ 알겠어 ” 화장대 앞에서 젖은 머리를 말리고, 옷장으로가 편안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방문을 열고 2층 거실 소파에 양반 다리 하고 앉았다. “ 내일 부터는 바쁘겠네? 학교 알아보고, 입학 준비 하려면 ” “ 다 알아 보고 왔어 ” “ 뭘? ” “ 학교랑, 입학 전형! ” “ ......... ” “ S대,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갈거야 ” “ S대 특기자 전형? ” “ 이미 접수 다 끝났고, 가서 실기 시험만 보면 되 ” “ ..... 너 그럼.. 이미 다 준비 해 놓고 온 거였어? ” “ 응 ” “ 허락 안 해 주시면 어쩌려고 그랬어? ” “ 허락 안 해 주실 이유가 뭐가 있어? 내가 공부하겠다는데 ” “ .............. ” 큰 오빠랑 작은 오빠는 어이없는 듯, 그냥 헛웃음으로 감정을 대신했다. 오빠들과의 유익한 시간을 끝내고, 방안으로 들어온 나는 맥주도 마셨고, 피곤한 마음에 침대에 쓰러져 누웠다. 어디선가 들리는 참새 소리와, 감고 있어도 환한 빛이 들어오는 느낌에 눈을 비비적거렸다. 그리고 무거운 눈꺼플을 힘겹게 떠서, 햇볕이 들어오는 창문을 바라봤다. “ 하암... ” 베개 옆에 있던 핸드폰으로 시계를 봤다. 7시5분을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나는 기지개를 편 후, 일어나 욕실로 곧 장 발걸음을 옮겼다. “ 아가씨~ 일찍 일어나셨네요? ” “ 운동 좀 갔다 올게요 ” “ 네 ”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랑스에서 매일 아침마다 조깅했더니, 시차 때문에 힘이 들면서도, 아침 조깅은 습관이 돼서 해야 했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틈에서 난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가벼운 조깅으로 시작했다. 이어폰을 꽃은 귀에선 조용한 발라드가 흐르고 있었다. 지루한 마음에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 목록에서 댄스 음악을 찾던 중 ‘ 쿵 ’ 앞을 보지 않고 달리다 결국,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과 부딪혔다. “ 아씨.. 너 뭐야? ” 물론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였지만, 다치지도 않았고,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굳이 소리를 지르며, 반말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에 욱하고야 말았다. 엉덩이가 아려 고개를 못 들다가, 시멘트 바닥을 집고, 엉덩이를 털면서 부딪힌 사람을 바라봤다. “ ................ ” “ 눈을 어따달고 다니는거야? ” “ ...................... ” “ 너 벙어리야? 쳤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야? ” “ 내가 잘못한건 알겠는데, 왜 초면에 반말이세요 ” “ 왜? 기분 나빠? 그럼 너도 해 ” “ 내가 미쳤어요? 너랑 똑같이 개념 없이 굴게요? ” “ 뭐라고? ” “ 죄송합니다...... 됐죠? ”
넘어지면서 빠진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꽃고, 볼륨을 아까보다 2배를 더 올려 아무소리를 듣지 않았다. 운동을 하고, 상쾌하게 샤워를 한 후, 아침을 먹으면 기분 좋았다.
" 엘은 오늘 뭐하니~? ” “ 글쎄요.. 오늘은 그냥 밖에 나가 보려구요 ” “ 어디~? ” “ 악보도 사고, 레코드점에 가서 CD도 사고, 쇼핑도 하려구요 ” “ 엄마랑 같이 갈까? ” “ ...........” “ 엄마랑 같이 다니는거 싫어? 난 오랜만에 우리 딸이랑 같이 돌아 다니는거 기대 했는데 “ “ ... 다음에요.. 오늘은 혼자 다니고 싶어요 ” “ ......... 그래... 그러렴.... 다음엔 꼭 엄마랑 데이트 하는 거다? ” “ .... 네.. ” 초등학교 때, 늘 엄마는 내 곁에 계셨다. 학교에 등교 할 때도, 학교에서 집으로 하교 할 때도, 학원을 가도 엄마는 늘 내 옆에 계셨다. 어릴 때에는 마냥 좋았다. 항상 엄마랑 같이 다닐 수 있었고, 오빠들 보다 내가 엄마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만으로도 난 마냥 좋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만 좋았던 것이었다. 중학생이여도, 고등학생이여도, 엄마의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난 집착이라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학원은 기본이었고, 친구들을 만나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전화가 왔고 밤 8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전화해서 어디냐며, 데리러 온다는 엄마를 말릴 수가 없었다. 물론 외국으로 혼자 공부하러 간다고 했을 때는, 온 집안이 발탁 뒤집어져 한 동안 엄마는 속 앓이를 하셨다고 했다. “ 다녀올께요 ” “ 늦으면 연락 해~ 알겠니? ” “ ... 네.. 걱정 하지 마세요 ” “ 그래.. ” 결국, 한국으로 돌아온 나에게 다시 시작된 엄마의 집착은 이미 면역이 되어, 담담하게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 주차장에 오랫동안 세워진 내 개인 자가용을 오랜만에 끌고, 시내로 몰았다. 시내에 있는 큰 레코드점 근처에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레코드점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는 팝송이 흘러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CD를 고르고 있었다. 클래식 코너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유심히 보며, CD를 찾고 있었다. ‘ 찾았다 ’ 사고 싶었던 CD를 들고 계산을 한 뒤, 한 쪽 구석에서 겉표지를 뜯어 CD를 꺼내 이어폰을 쓰고 CD를 넣고 재생 시켰다. ( Cello Suite No.2 )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내 귀가에 울려 펴진다. 마음이 편안해 지고, 입가에 미소가 조금씩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 수하이야기 - “ 야.. 여긴 왜 끌고 온 거야? ” “ CD사야되 ” “ 혼자 오면 되지~ 나 이딴 곳 존나 싫어 하는거 몰라? ” “ 어차피 너도 사야 되잖아.. ” “ 그럼, 난 밖에서 기다릴게 내 것까지 사가지고 와 ” “ 싫어 ” “ 왜에~ ” “ 내가 니 종이야? ” “ ....... 이럴거면 니 남친 끌고 오지 왜 나를 끌고 와 지랄이야 ” “ 오늘은 바빠서 못 만나 그리고....... 입 좀 닥쳐,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윤이 눈빛은 소름이 돋도록 징그러웠다. 머리끝까지 짜증 나있는 나를 질질 끌고 이러 저리 레코드점을 붐비고 다녔다. 윤이가 CD를 고르고 있을 때, 난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한 여자가 보였다. 갈색 긴 단발머리, 단화를 신었는데도 키는 컸고, 카키색의 점프 수트를 입고 큰 해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여자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고,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얼굴에 여자를 보며, 넋 놓고 말았다. " 가자~ " 그리고 머릿속에 스쳐가는 공원에서의 일이 번뜩 떠올랐다. " 어? 저 여자.. " 아침에 공원에서 부딪혔던 싸가지 없던 그 여자였다. " 가자고 "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여자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은 윤이 " 너 뭐해.. 불러도 대답 없고 " " 기다려 봐~ 나 볼 일이 좀 있거든? " " ... 조용히 하고 가자 응?......... " " 자..잠깐만~ 나 저 여ㅈ.. ' 나는 억지로 윤이 손에 이끌려, 점점 여자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 희엘 이야기 - CD와 악보를 사고, 주차 되어 있는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강남에 있는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겉모습만 보면서 한심한 여자로 보는~ ♬ 음악을 '쾅쾅' 틀며, 시내를 운전하며 달렸다. 잘 달리던 내 차는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서 멈춰 섰고, 내 차 앞으로는 사람들이 신호를 건너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차 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지저분해 보이는 옷차림에, 수염을 길렀고, 잘생긴 얼굴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던 남자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고, 그로 인해 그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마주쳤던 그 남자의 눈빛에 정신을 놓고 말았다 ' 빵빵 '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넋 놓고 있다가 뒤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재 빨리 엑셀을 밟았다. 그리고 내 차 옆으로 지나가는 남자에게 계속 시선을 떼지 못 할 만큼 묘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몇 달 후 3월, 특기전형으로 S대에 합격해서 입학을 했다. 그리고 학교 내에, 엄마가 거액의 투자로 나만의 전용 연습실이 생겼고, 결국 그것이 발단이 되어 입학 날부터 나에 대한 소문은 점점 나돌기 시작했고, 와전에 끝을 보여주고 있었다. ‘ 교수님한테 돈 먹어서 실력도 없는데 입학 된거라잖아 ’ ‘ 강남에 빌딩이 적어도 5채가 넘는데 ’ ‘ 우리 학교 이사장 딸이라던데? “ ‘ 무슨 소리야~ 우리 과 교수님이 삼촌이래 “ 소문에 대해서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점점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사실처럼 떠들면, 어이가 없어서 웃어넘기지만, 나까지 혼동 될 때가 있었다. ‘ 재수 없어. 지가 돈이 많으면 다야? 왠 돈 지랄? ’ ‘ 쟤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 완전 외제차던데? 학생이면 학생답게 다녀야지~ 뭐냐? ’ ‘ 코, 눈, 턱, 앞트임 완전 인조인간이구만? ’ ‘ 쟤 성질이 얼마나 엿 같은데~ 완전 잘난 척, 대박이야~ ’ ‘ 싸가지도 없던데? ’ 나보다 나이 어린 아가들이 나에 대해서 떠드는 것을 듣게 되면, 귀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해서, 그냥 너무 웃음이 났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 먹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많지는 않았지만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기란 너무 지루했다. 가방 안에서 MP3를 꺼내 들으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가 그리고 제일 먼저 본 것은 오늘의 반찬이었다. 순두부찌개, 소세지 볶음, 계란말이, 현미밥, 김치가 있었고, 후식으로 요플레가 있었다.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식판과, 수저를 들고, 한 줄로 길게 나열되어 있는 반찬을 식판위에 덜고 있었다. 먹을 만큼 식판에 덜어서, 자리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며, 어슬렁 거렸다. 그리고 맨 뒷줄, 구석에 한 자리가 있어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쾅 ’ 어떤 사람과 부딪혀, 식당 한 가운데서 넘어졌다. “ 아 시발 진짜~ 뭐야~? ” 김치 국물이 옷에 튀고, 뜨거운 순두부찌개는 허벅지에 쏟아서 다리가 후끈후끈 거렸다. “ 야!! 너 똑바로 못 보고 다녀? 너 때문에 옷에 다 묻었잖아 ” “ ................. 뭐? ” 오른쪽 허벅지가 쓰라리고, 욱신욱신 거렸다. 너무 아파서 내 짜증은 극에 달아 있는데, 나 때문에 넘어졌다며, 툴툴 거리는 남자에게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흘겼다. “ 뭐? 그런식으로 쳐다보면 어쩔건데 어? ” “ ................. ” “ 노려보지 말고, 정중하게 사과를 해야지~ ”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빛이 내 자존심을 살살 긁고 있었다.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허벅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일어나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 치료비 얼마 줄래? ” “ 내가 너한테 치료비는 왜 줘? ” “ 내가 너한테 사과를 왜 해? ” “ 니가 부딪혔잖아 ” “ 부딪히건 너야 ” “ 장난하냐? 여기 본 사람이 몇 명인데 ” “ 데리고 와 봐 그럼!! ” “ 뭐라고? ” “ 내가 달려가서 부딪혔다는 증거를 대 보라고!! 그럼 사과할게 ” “ .................. ” 남자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비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맨 앞줄 제일 앞에 앉아 밥을 먹고 있던 여자를 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 너! 이 년이 부딪히는거 봤지? ” “ ................ ” “ 어?!! ” 남자는 거의 협박 수준으로 순진하게 생긴 여자를 겁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을 것 같아서, 쓰라린 허벅지를 잡고, 식당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야!!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어딜 도망가~ 거기 안 서? ” 뒤에서 무슨 말을 하던 나는 식당을 빠져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건소에 도착해, 커튼을 쳐 놓고, 치마를 걷어 올렸다. 데인 곳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간지럽고 아려오는 고통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 .... 아마 흉터는 안 생길거야, 왠만하면 만지지 말고, 수시로 거즈 갈아주고, 약도 발라주고, 알겠니? “ “ 네.. 감사합니다 ” 보건실을 나와, 점심도 못 먹고 강의실로 향해야 했다. - 수하 이야기 - 옷에 튄, 얼룩진 반찬 자국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 밥 안 먹냐? ” “ 너 같으면 지금 밥이 넘어 가겠어?!!!!!!!!!! ” “ 왜 화를 내고 지랄이야~ ” “ 아씨발.. 존나 짜증나네, ” “ ...................... ” “ 내가 그년 찾아낸다.. ” “ 왜? 세탁비 받을라고? ” “ 지금 세탁비가 대수야? 날 굴욕준거, 제대로 갚아야지 ” “ 굴욕은 무슨.. 솔직히 니가 부딪혔잖아 ” “ 뭐? 이 새끼야!! 넌 누구 편이야? ” “ 누가 누구 편을 들었다는거야~ 냉정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거지 ” 도움조차 안 되는 새끼를 친구라고 둔 내가 잘못이라 생각하며, 이를 박박 갈았다, 그리고 여자의 얼굴을 뇌 속에 되새겼다. 밥을 다 먹고, 강의실로 향하던 중, 윤이가 다가왔다. “ 어디 있었어? ” “ 식당에 ” “ ..... 근데 너 옷이 왜 이래? ” “ 아 시발 몰라.. ” “ ...................... ” 괜히 윤이에게 짜증내고 화내며 등지고, 투덜투덜 강의실로 향했다. “ 니가 이해해라, 아까 식당에서 일 좀 있었거든 ” “ 무슨 일? ” “ 별일은 아니야 ” “ ...... 수업 끝나고 로미 갈껀데 수하 데리고 와 ” “ 그래 알겠어 ” 그리고 모든 수업이 끝난 후, 윤이와 그의 친구들은 먼저 강의실을 빠져 나갔고, 강의실에 남은 사람은 나와 내 친구들만 있었다. 그리고 계속 짜증나게 매달리는 친구녀석, “ 안 간다고 ” “ 왜~ ” “ 가서 흔들 기분 아니거든? ” “ 그런 기분이 아니니까 가서 신나게 놀자는데 뭐가 싫어~ ” “ 됐어 안 가!! ” “ 가자고 ” “ 안 간다니까? ” “ 윤이 기다리고 있어 ” “ 걔가 기다리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 “ 너 데리고 가겠다고 했단 말이야 ” “ 그러니까 그런 말을 왜 해!!!! ” “ 너 기분도 안 좋고 하니까!! 가서 놀면 좋잖아~ ” “ 됐어 안가!! ” “ 가자고~ ” “ 아 씨발.. ” 옆에서 쫑알쫑알 귀찮게 구는 친구 녀석에게 아무리 욕을 하고, 싫은 소리해도, 끈질기게 옆에서 졸라 대고 있었다. 녀석은 내 기분을 풀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물이 좋다며, 문자 한 통을 받고 나서 계속 내 옆에서 아양을 떨고 있었다. 결국, 친구 손에 이끌려, 가기 싫은 곳을 억지로 질질 끌려갔다. 익숙한 듯, 입구에 서 있는 건장한 두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클럽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시끄러운 음악소리, 화려한 조명이 춤을 추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밝히고 있었다. 일행들이 한 곳에 모여, 리듬을 타며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 왔냐? ” “ 응!! 여자애들은? ” “ 저기 맥주 사러 갔어! ” “ 오~ ” “ 수하야.. 너 무슨 일 있냐? ” “ 안 오겠다는거, 내가 억지로 끌고 왔거든 ” “ 정말? 그래도 용케 끌고 왔네? 한번 안 온다고 하면, 안 오잖아 얘 ” “ 힘들었어~ ” “ ㅋㅋㅋㅋ ” 애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난 벽에 기댄 채, 얼굴엔 짜증을 가득 뿜었다. - 희엘 이야기 -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대문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큰 오빠와 작은 오빠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대문 앞에 초인종을 누르고 오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제 와? ” “ 응 ” “ 저녁은? ” “ 아직 안 먹었어 ” “ 들어가자~ 우리도 아직 안 먹었어 ” “ 응 ” 대문이 열리고, 오빠들이랑 집안으로 들어왔다. 현관 앞에서 엄마가 오빠들과 나를 반겨 주고 계셨다. “ 다녀왔습니다 ” “ 저녁은? ” “ 저희 아직 안 먹었어요 ” “ 알겠다~ 씻고 내려 와 차려 놓을게 ” “ 네 ” 내 방으로 들어와, 메이크업을 지우고, 편한 복장을 입고, 1층 부엌으로 내려 왔다. 그 짧은 사이에 식탁엔 저녁에 먹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반찬과, 찌개가 올려 있었다. “ 아버지는 아직 회사에 계시니? ” “ 아니요, 오늘 저녁에 선약이 있으셔서 늦게 들어오신다고 하셨어요 ” “ 그랬구나.. 어서 먹어~ ” “ 네 ” 엄마 옆 자리는 항상 내 자리였다. 그래서 엄마 옆자리에 앉아, 엄마가 발겨주시는 생선살을 먹으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2층 거실로 올라와 양치질을 하고, 다시 2층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서랍을 다 뒤져, 구급상자를 찾았지만 3년 만에 집에 돌아온 난 도저히 역 부족이었다. ‘ 똑똑 ’ “ 오빠, 잠깐 나와 봐 ”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큰 오빠를 거실로 불러냈다. “ 왜~? ” “ .......... 구급상자 어딨어? ” “ 어디 다쳤어? ” “ ....... 조금 ” “ 어디? ” “ 일단 구급상자나 찾아 줘 ” “ 알겠어 ” 큰 오빠는 맨 왼쪽 서랍 밑에서 구급상자를 찾아, 소파에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왔다. 나는 구급상자를 열어 거즈와 약을 꺼냈고, 오빠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 부담스러워, 그렇게 쳐다보지 마 ” “ 상처 심해? ” “ 아니 별거 아니야~ ” 부담스런 눈빛을 뒤로 하고, 트레이닝 반바지를 걷어 올렸다. 무릎 10cm 위에 붙은 거즈를 떼어냈더니, 조금 따금 했다. “ 데인 거야? ” “ 응 ” “ 어쩌다가? ” “ ............... ” “ 조심하지~ 병원 안가봐도되? ” “ 응 ” 깊은 숨을 들이 쉬더니, 오빠가 직접 거즈를 데인 부분을 덮어 줬다. 큰 오빠와 나는 7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외관상으로 절대 동안인 큰 오빠 때문에 절대 7살 차이라고 사람들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막내 동생이고, 여자다 보니까 큰 오빠는 특히나 날 많이 생각해주고, 아껴줬다. 그래도 난 내 성격 탓인지, 그런 오빠에게 조차 절대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사람이 내 친 오빠라는 사실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수하 이야기 - 애들이 놀던 말든, 나는 전혀 개이치 않고, 계속 삐딱하게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리고 윤이가 빤히 쳐다보더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 ............... ” “ ....... 왜 ” “ 무슨 일이야? ” “ 별거 아니야 ” “ 별거 아닌데 하루 종일 그러고 있잖아 너 ” “ 신경 쓰지 말라고~ ” “ .................... ” 무섭게 노려보는 윤이 눈빛을 피해 다른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클럽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는 남자를 보다 윤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 ...... 왜?..... 왜 그렇게 봐? ” “ .................. ” 윤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했다. “ ................ 나한테 신경 끄고, 니 남친한테 가 봐 ” “ 뭐? ” 윤인 뒤를 돌아 남자친구를 봤고, 내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귀찮게 할 사람도 없고, 더 이상 여기 있다가는 점점 이성을 잃어 갈 것 같단 생각에, 황급히 클럽 안에서 나왔다. “ 아 씨발.. 오늘 컨디션 죽인다 진짜............ ”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태우고, 걸어가려고 걷던 중, 마주보며, 걸어오는 남자의 시선에 눈이 갔다. 몽롱한 눈빛이었지만, 굉장히 매서운 눈빛을 가진 남자의 모습은 잠깐 스치는 순간에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자연히 걷던 길을 멈추고, 남자의 등 뒤를 아무 이유 없이 계속 바라봤다. - 인의 이야기 - “ 왔어? ” “ .................. ” 고개로 꾸벅 인사를 하고, 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클럽 내부에 있는 바 안으로 들어왔다. 신나는 음악으로 비트를 맞추며 자유롭게 춤을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 왜 이렇게 늦었어!!! ” “ 죄송합니다!!!! ” “ 밥은 먹었냐? ” “ 네 먹고 왔어요 ” “ 일 끝나고 나 좀 보고 가 ” “ ............... ” 클럽 사장님은 내가 어렸을 때, 친 동생처럼 날 받아주고, 도와주신 분이다. 친형처럼 따뜻하게 날 대해주고, 날 아껴주신 분과 같이 살면서, 밥값대신 이 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정신없이 맥주를 팔고, 음료를 팔고, 스트레이트 잔을 팔며 시간을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내 앞에 여자와 남자가 진한 스킨십을 하며, 서 있었다. “ 맥주 2병 ”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남자는 맥주 두 병을 들고, 여자를 이끌어 어두운 구석으로 갔다. 처음엔 클럽에서 일을 해야 해서 싫었다. 아무나 붙잡고 춤추는 사람들, 예쁜 여자만 보면 찝쩍거리는 남자들, 아무 남자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꼬리 치는 여자들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제일 무서운 건, 이런 곳에서 알게 될까봐, 보게 될까봐 난 그게 제일 두려웠다. 날이 지나, 다음날 새벽이 되었고,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꺼지고, 화려한 불빛도 꺼졌다. 조금씩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갔고, 소수의 인원이 남아 널브러져 있었지만 그 인원마저도 클럽에서 나가 직원들만 남아 있었다. “ 오늘 날 잡았냐? 오늘 따라 진상 진상..개 진상... 장난 아니더라? ” “ 그러니까~ 많이 쳐 마셨으면 안마시면 되는데, 맥주를 앞에다 가져다 줘도, 안 줬다고 지랄 옙병... 아후.. 짜증나.. 진짜 못해 먹겠다 아주.. “ 항상 일 끝나고 궁시렁 궁시렁 거려도, 그만 둘 배짱도 없으면서, 항상 ‘못 해 먹겠다’라는 말로 빗 말 아닌 빗 말을 하고 있었다. 뒷마무리를 다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 앉아 ” 사무실에 있는 검정색 소파에 앉아, 형과 마주했다. “ 차 마실래? ” “ 아니.. ” 형은 책상위에서 마시던 커피를 들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 넌 다 좋은데~ 그 무뚝뚝하고, 아무 표정 없는게 흠이야 ” “ ....... 할 말이 뭐야? ” “ 까칠 한 것도 ” “ ..................... ” “ 이거 받아라 ” 형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난 별 기대 없이 종이를 집어 펴 보았다. “ .................. ” “ 백방으로 알아 봤는데, 그것도 확실한건지 모르겠다 ” “ .............................. ” “ 일단 니가 말한거랑 많이 비슷해서 적어오긴 했는데, 기대는 하지마라 ” “ ............................ ” 아무 말 없이 종기조각을 보고 있었다. 그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글씨만 보였다. “ 인아....... ” 아닐 수도 있다. 기대 하면 안 된다. 알고 있다. 하지만 매번, 이런 종이조각을 형이 나에게 건내 줄때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종이를 넋 놓고 바라보고는 한다.
첫댓글 우와 스압이 쩔어주네요......보다가 탈진할 것 같아요, 허덕허덕 너무 길어요 ㅠ 그래도 재밌어요 ♥
아 너무 기나요? ㅋㅋㅋ 알겠습니다. 내일부턴 조금은 짧게 해드릴께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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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런것 같아요 ㅋㅋ 감사합니다.ㅋㅋㅋ 1편,2편이 좀 긴데. 끝까지 읽어주시고, 오타까지 집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열심히 연재 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