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우리 여알바가 전화가 와서 재미난 일이 없냐 물어,
둘이서 궁리끝에 평소에 자주가는 압구정 찜질방에 가기로 했돠.
찜질방에서 미역국백반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배를 튕기며 누워있을라니,
울리는 전화벨...친구가 압구정에 나왔다며 잠시 보자구 했돠.
부랴부랴 서둘러 씻고 친구를 만나 베트남 쌀국수 한그릇씩 먹고,
보슬보슬 비가 오는 거리를 둘러보며,
도산공원(맞나 몰라..서울을 잘 몰라서..)쪽으로 향했돠.
다소 이른 시간이라 예쁜 까페들도 한산했고,
가장 한산해 보이는 까페로 들어서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돠.
창을 다 열어놓아 보슬비를 바라보기도 좋았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임신 8개월인 내 친구와 나는 괜히 신이 났돠.
그때였돠.
친구가 창밖을 보며 "저기 무슨 촬영하나봐." 그런돠.
고개를 내밀고 쳐다봤더니 서너명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었돠.
"조촐하게 찍는거 보니까 무슨 여성잡지 카탈로그 찍나부지."
라고 내가 말을 하는 순간,
그 서너명이 걸어오는데 그중에 신성우가 있는거였돠.
연예인에 미칠 나이도 아니고,
그때 까페안에도 탤런트 몇명이 있긴했는데,
신성우를 보는 순간에 내 동공이 넓어지면서,
마구 흥분이 되기 시작했돠.
내가 흥분하니까 친구까지 덩달아 난리였돠.
"야 신성우 정도면 정말 호들갑떨만 하잖냐.."를 연발하며,
유유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아쉽게 쳐다만 보았돠.
잠시후에 한참 수다를 떨다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신성우 얼굴이 불과 1m앞에 있는거였돠.
순간적으로 내 얼굴이 빨개지며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졌돠.
그걸보고 웃겼는지 신성우가 웃으면서 큰 우산으로 얼굴을 가렸돠.
만삭인 친구와 나는 박수를 치며 어쩔줄 몰라했고,
그 서너명의 촬영팀이 우리가 있는 까페로 들어섰돠.
기절하는줄 알았돠.
숨이 멎더라.
내가 친구에게 말했돠.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성우잖아. 우리 싸인 하나 받자."했더니,
친구가 자신 만삭의 몸이라 쪽팔리니 나한테 받으라고 했돠.
한참을 망설이다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내가 일어섰돠.
신성우를 향해 한걸음 옮겼을때 신성우의 일행이 날보며 눈짓을 했고,
신성우가 뒤를 돌아봤돠.
심장 멎는줄 알았돠. 발이 얼어붙어서 발을 내딛기가 힘들었돠.
개미만한 목소리로...."저기..."라고 했더니,
그 조각같은 얼굴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돠.
으아- 차라리 죽는게 낫지-
"저 죄송하지만 실례가 안된다면 싸인을 좀..."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ㅎㅎㅎ
"아 네. 뭐그렇게 어려워하세요. 이리주세요..."
약간 손을 떨며 수첩을 내밀었돠.
기왕내미는거 펜 두껑이라도 열어서 건네줘야 되는것을,
펜과 수첩을 센스없이 그냥 내밀었던 나...-_-;
얼굴 쳐다보느라 아무 생각도 안났돠.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묻는데 또 심장이 멎는다.
"xx이요.."
아 저토록 환하게 미소지을수가....으아....걍 심장이 멎고 싶더라...
"옷이 예쁘네요." 라고 말하는데 다소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는 내가 민망해졌돠.
그래도 상투적인 말이라도 옷이 예쁘다니 무언가 답을 해야할것 같아,
겨우 내가 내뱉은 말은...."너무 멋있어요-" -_-; 였돠.
이 무슨 고딩어 같은 말이 불쑥 나온건지...쑥스럽게...
속으로 주접떤다며 나를 연신 질타했돠.
"뭐하시는 분이세요.?" 묻는데,
덜덜덜 떨면서 "가게요..." 역시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_-;;;
"어떤 가게요.?" 하고 묻는데, 으아- 목소리 예술이돠!!!!!!!
"bar해요..." 여전히 개미만한 목소리...-_-;;;
그때 신성우의 눈이 동그래지며 "어디서 하세요.??" 라고 물었돠.
좀 재치있게 대답할것을 갑자기 평상시에 쓰지도 않던 말이,
내입에서 튀어나왔돠.
"좀 구려요(-_-;;;;)...대학로요...."
으아....구리다니...내가 생전 쓰지도 않는 표현을....
재빨리 수습해야겠단 생각에,
"언제 한번 놀러오세요." 라고 말했돠.
멀뚱멀뚱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무슨 말인가를 할려고 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워 얼른 계산을 해버리고 친구와 나와버렸돠.
친구가 까페앞에서 한참을 날 보며 웃어제낀돠.
"야 놀러오란 애가 가게 이름도 위치도 말 안해주고,
신성우가 신이냐.? 대학로 전체가 니 가게냐.?
대학로가면 다 너같이 생긴 애가 bar하냐.? 으휴-
오만하고 도도한 니가 그렇게 주눅 들때도 다있냐..."
그러고보니 내 말이 너무 바보스러웠돠.
뭘 어떻게 알고 놀러오란건지.
여의도로 넘어가면서 내내 머리를 쥐어박았돠.
아- 얼마나 웃었을까-
그래서 멀뚱멀뚱 쳐다봤구나- 명함이라도 하나 건넬것을-
지금도 그 생각하니까 얼굴이 다 빨개진돠.
바보천치...
신성우는 참 멋졌돠.
키도 컸고 얼굴이 클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았으며,
위기의 남자때 했던 머리 그대로에 약간 더 셋팅기가 있었으며,
베이지색 정장 바지에 까만 하늘거리는 남방...
뜨아.....환상 그 자체였돠...
bar라는 얘기에 눈이 빛나던 표정을 잊을수가 없돠.
오늘은 사춘기 시절로 돌아간듯 했돠.
나에게 아직 이런면이 남아있다니...
저녁 약속 때문에 여의도 TGI에서 밥을 먹으면서,
그 문제의 엔터테인먼트 이사님께 신성우 싸인을 보여주며,
쉴새없이 재잘댔더니 나중에 밥먹고 나오는 길에,
비슷한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잠시 사무실로 올라가자고 했돠.
눈을 반짝이며 누구냐고 했더니 부스스머리에 전인권아자씨란돠.
-_-;;;
아- 오늘을 기념하리-
신성우 넘 멋졌돠-
설운도 아저씨 이후에 젤 호감가는 남자였돠- -_-;;;
(설아저씨 실물보면 멋져요.! 설아저씨가 자기 막내동생한테 시집오란
얘기만 안하면 설아저씨가 신성우보다 더 좋을텐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