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쉐멩듸 여신에 관한 이야기를 샅샅이 뒤져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떼어내는 이야기마디를 찾았다.
“우리가 옛날에 들으니까, 설문대할망이 키도 크고 힘도 세고 했던 모양입디다.
그래서 한쪽 발은 사라봉에 디디고 다른 한쪽 발은 저기 물장오리라고 거길 디뎌서
산짓물에서 빨래하다가 꾸벅하다가 벗어져서 떨어졌다고 합디다….
옛날에는 여기가 하늘과 땅이 붙었다. 붙었는데 큰 사람이 나와서 떼어버렸다.
떼어서 보니, 여기 물다닥이라 살 수가 없으니 가로 물을 파면서, 목포까지 아니 팠으면
길을 그냥 내버릴 텐데 거기까지 파버리니 목포도 끊어졌다.
그것은 그때에 여기를 육지 만드는 법이 잘못된 거죠.
그런데 설문대할망이 거길 메우려고 흙을 싸 걸어가다가 많이 떨어지면 큰 오름이 되고,
적게 떨어지면 적은 오름이 되었다, 그건 옛말입니다.
치마에 흙을 싸다가 많이 떨어지면 한라산이 되고, 적게 떨어지면 도둘봉이 되었다,
그건 옛날 전설이고….
전부 물바다로 보아서 하늘과 땅이 붙었는데 천지개벽할 때 아무리 하여도 열 사람이
있을 거라 말이우.
그 연 사람이, 누군가 하면 아주 키 크고 센 사람이 딱 떼어서 하늘은 위로 가게 하고
땅은 밑으로 가게 하고 보니, 여기 물바다로 살 수가 없으니 가로 돌아가며 흙을 파 올려서
제주도를 만들었다 하는데, 거 다 전설로 하는 말이죠.”
(제주시 오라동 설화, 송기조(74), 구비문학대계 제주편, 1980)
쉐멩듸 여신이 서로 붙어 있는 하늘과 땅을 떼어내 하늘은 위로 가게 하고 땅은 밑으로 가게
하였다는 것은 ‘하늘땅신화’의 이름 없는 거인, ‘창세가’의 미륵이 한 일과 똑같지 않은가?
아! 그렇다면, 이 쉐멩듸가 바로 이름 없는 거인이자 미륵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창세기의 우주거인이 여기 탐라에 이렇게 자신의 마지막 이야기를 남겨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연히 잃어버린 우리의 창세신을 ‘쉐멩듸’라고 불러야 옳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너무 흥분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하여 쉐멩듸가 바로 마고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쉐멩듸는 탐라신화의 우주거인이요, 창세신이기 때문이다. 마고는 육지의 신화다.
탐라는 ‘독립된 나라’였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건국 영웅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자신들의 문화도 갖고 있다.
대륙 중원의 여러 나라에 사신을 따로 보낸 ‘독립된 나라’였다.
쉐멩듸와 마고
그렇다면? 우리는 몇 고개를 넘고 또 넘어왔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또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한다. 아! 쉐멩듸와 마고는 똑같은 성격의 여신임이 너무도 분명한데….
쉐멩듸가 하늘과 땅을 떼어낸 창세신이라고 해서, 마고도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결론은 의외의 곳에서 났다.
쉐멩듸를 한자어로 어떻게 썼을까? 曼姑(만고), 詵麻姑(선마고)라고 썼다는 것이다.
沙曼頭姑(사만두고)라고 쓰기도 했다.
필자는 한자 표현을 통해서 쉐멩듸와 마고의 관계를 알 수 있었다.
장한철의 ‘표해록(漂海錄)’ 첫 5일째 기록에 나오는 내용을 살펴보자.
白鹿仙子活我活我 백록선자여 우리를 구하소서 우리를 구하소서 詵麻姑活我活我 쉐멩듸 여신이여 우리를 구하소서 우리를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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