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7.07.18. -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서 쉴 수 있는가. 각박하고 번잡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영혼의 쉼터 하나씩은 있기를 바란다. 잠깐일지라도 삶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숨구멍 하나 열려 있기를 바란다.
김종삼 시인의 ‘묵화’가 바로 그런 영혼의 쉼터이자 생명의 숨구멍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적 분위기는 매우 담백하고 담담하다.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할머니와 소 사이의 유대감은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잔잔하게 파고드는 그들의 교감과 연민이 우리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크게 울리게 한다’. 그것이 이 시가 보여주는 여백의 아름다움이다. 고요의 손 건넴, 그 기이한 감응이 영혼의 숨구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