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온들 뿌리 없는 나무에 잎이 필까?
코로나(CORONA)라틴어로 “왕관”이란 뜻입니다.
같은 이름의 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공 모양에 뽀쪽 뽀족 돌기가 튀어나온 모습이 꼭 왕관
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왕관이란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바이러스는 태생이 불량배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숙주(宿主)에게 발 붙어 영양분을 야금야금
뺏어 먹고 삽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오래전부터 개, 고양이, 소, 돼지, 닭
등에 기생하며 살았습니다. 사람에게 감기를 발병시키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확실히 사람보다는 가축을 좋아했고
파괴력도 동네 불량배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것이 사스를
시작으로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사람을 겨냥한
조폭이 돼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자유롭게
움직이나 바이러스도 날개를 달아 활동 무대가 아주 글로벌
해졌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파괴력이 급상승한 이유를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집안에 병원성이
강해진 새로운 유형이 나타났다는 정도만 압니다. 그래서
처음 붙여진 이름이 신종 코로나였습니다. 그러다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의미하는 “19”를 붙여 “코로나19”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생존에 박쥐가
아주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박쥐에 → 뱀
→ 사람, 혹은 박쥐 → 천산갑 → 사람의 경로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엡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박쥐는
137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그중 61종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 바이러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박쥐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된 것이
아니라 박쥐는 본래 그런 거친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모기와 나방 같은 곤충을 잡아먹어 사람을
이롭게 했습니다. 그런 박쥐에게 인간은 개발과 환경
오염으로 서식지를 빼앗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박쥐를
잡아먹기도 했습니다. 박쥐는 죄가 없다. 사람이 문제다
라는 애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간의 과욕이 신종
전염병을 불러왔다는 반성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개념
원 헬스(One Health)입니다.
사람과 동물, 생태계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고 인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
동물, 생태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환경의 역습을 겪고 있으면서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보다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영양제와 건강식품 정보에 더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만약 이 시점에서 특정 동물이나 식물을 원료로 한
약품이 코로나19예방에 특효라는 발표가 나온다면
설사 그것이 거짓 정보라 해도 그 동물이나 식품은
하루아침에 지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도 나도 사재기를 할 테니 말입니다.
미국의 경재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은 유행의 본질은
다수에게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대중의 심리에 있다며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정보가 선택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밴드왜건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밴드왜건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 중 맨 앞에서 악대를 싣고 가는 마차입니다.
유행은 밴드왜건 뒤를 졸졸 따라가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특정 영양제나 식품이 건강식품이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문가, 연예인 할 것 없이 누군가 방송에 나와
무엇을 먹고 건강해졌다거나 젊어졌다는 애기를 하면
유행은 따라 쟁이 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만듭니다.
그 과장에서 그 식품이나 영양제의 효능 실제보다
부풀어지기 십상입니다. 남들이 다 먹는데 나만 안 먹으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서 말을 와전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해당 건강식품이나 영양제의 제조
과정에서 불법 채취나 비윤리적인 동물실험 등이 있었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던
어떻게 만들었던 건강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코로나19 만큼이나 무서운
생각입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더욱 바짝
챙기게 됩니다. 오래 살겠다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건강해야겠다는 의무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 중 흘러 사라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골고루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건강한 생활습관은 대대로 거쳐 검증된
뿌리 깊은 건강입니다. 바람처럼 지나갈 유행을 쫏기
보다 뿌리 깊은 건강을 다 지십시오 뿌리 없는 나무엔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줘도 잎이 피지 않습니다.
글 : 이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