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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스토리를 지닌 콜롬비아 커피,
사회문화적·생태 인문학적 의미를 탐색하다
이 책은 다년간 중남미 지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소개해 온 저자들이 콜롬비아 커피를 사회문화적·생태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이다. 커피에 관한 책은 세상에 무수히 많지만,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집중적·총체적으로 탐구한 서적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 책에는 저자가 중남미 지역에서 다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수집한 각종 책자, 신문, 잡지, 인터넷 자료 등 다양한 정보와 자료가 집약되어 있다. 특히, 저자는 콜롬비아 커피 생산지를 직접 돌아보며 커피 생산자들과 커피 관련 기관의 담당자들과 교류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정보와 직접 찍은 사진 자료 등을 토대로 콜롬비아 커피의 ‘생태 경제학’을 서술했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콜롬비아에서 커피를 관찰하고 탐색하고 음미해 온 바를 토대로, 콜롬비아 국민의 삶이 되어온 커피를 통해 역사와 문화, 산업과 생태 경제학을 아우르는 콜롬비아의 생태 경제학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펼쳐 보인다.
저자들은 이 책을 쓴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커피를 통해 콜롬비아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함이다.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국가의 상징이며 자존심이고, 삶 자체다. 또한 콜롬비아 경제를 뒷받침해 온 기둥이기도 하다. 따라서 콜롬비아의 커피와 커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콜롬비아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저자들은 콜롬비아의 커피에 관한 제반 사항을 배우며, 콜롬비아라는 국가 자체의 역사, 사회, 문화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콜롬비아 커피를 이해하고, 나아가 콜롬비아의 진면목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콜롬비아의 커피, 커피 산업의 구조, 커피 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함이다. 한국의 커피 수요는 매년 20-30퍼센트 확대될 정도로 커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콜롬비아는 브라질과 베트남의 뒤를 이어 세계 3위의 커피 생산국이며, 한국도 콜롬비아로부터 세 번째로 많은 커피를 들여온다. 이처럼 한국에서 주요하게 소비·유통되는 콜롬비아 커피가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고, 어떻게 가공되어,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는지 커피의 재배와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탐색하고자 했다.
셋째, 콜롬비아 커피와 그 산업 및 유통 구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커피 수입에 관계하는 우리나라의 업자 및 업체들, 로스터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함이다. 저자들은 콜롬비아 커피와 그 산업을 직접 관찰하고 수집·분석한 기록이 생산적인 자극제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이 책을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했다. 한 축은 콜롬비아 커피의 다양한 품종과 경작 및 가공 방법 등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이다. 또 다른 한 축은 콜롬비아 커피 산업을 지배하는 제도, 유통 구조, 커피와 관련한 사회문화의 모습이다. 마지막 한 축은 커피에 관한 일반 상식, 커피의 역사, 사회문화적·생태 인문학적 의미, 새로운 소비 트렌드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콜롬비아 커피를 집중적·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콜롬비아의 사회문화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300년 동안 콜롬비아 국민의 삶이 되어온 커피를 통해
역사와 문화, 산업과 생태 경제학을 읽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커피의 역사를 다룬다. 카파에서 커피에 이르는 커피의 어원과 유래부터 주요 커피 품종의 생태사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전쟁을 통해 커피가 세계 전역으로 전파된 배경, 카페인 성분으로 인해 커피가 문화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온 방식 등을 이야기한다.
2장은 현대 사회에서 커피가 진화해 온 양상을 살핀다.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를 위한 디카페인 커피부터, ‘탈각기’ 트리야도라, 인스턴트 커피 등을 다룬다. 또, 커피의 향미를 좌우하기 때문에 ‘커피의 예술’이라 불리는 로스팅 방식과 커피 보관 방식의 발전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피고 있다.
3장에서는 세계 3대 커피 대국 가운데 하나인 콜롬비아의 커피사를 다룬다. 17-18세기 식민시대 말기에 신부를 통해 커피가 전해진 배경부터 커피 산업에 중대한 위기였던 1888-1902년의 ‘천일전쟁’,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 미국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는 등 콜롬비아에서 사회적 변동이 커피와 어떻게 조우했는지를 파악한다.
4장은 오늘날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오랜 기간 콜롬비아 국민의 생계를 책임져 온 커피 산업은 콜롬비아의 경제, 수출, 농업에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4장은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개요를 살피며, 기후변화, 병충해, 커피나무의 노후화, 규제 강화, 농촌 인구의 노령화와 노동력 부족 현상, 낮은 커피 가격과 커피 가격의 부침 등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의 생산량과 생산성을 불안정하게 하는 현안들을 일별한다.
5장은 천의 얼굴을 가진 콜롬비아 커피의 다양한 모습들을 톺아본다. 여기에는 가톨릭 교구에서 영세 커피농의 소득 향상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 내전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커피 경작과 판매를 지원함으로써 복지를 향상하는 ‘콜롬비아의 평화를 위한 커피 프로젝트’, 커피 경작에 종사하는 16만 여성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여성 커피 경작자 지원 프로그램과 여성 커피 경작자 모임의 활동 등이 소개된다.
6장에서는 커피가 콜롬비아의 문화에 스며든 양상과 사례들이 소개된다. 콜롬비아 커피 생산의 중심축 ‘에헤 카페테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커피 문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에코투어리즘의 명소로 부각되는 등 콜롬비아의 문화적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일종의 커피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컵 오브 엑설런스’, 콜롬비아 국민이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머금은 커피〉에 관한 상세한 설명도 소개되고 있다.
7장은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구조를 살핀다. 먼저 콜롬비아 커피 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커피생산자협회는 정부와 함께 커피 경작 및 유통 관련 정책을 수립, 커피 연구와 기술 보급까지도 담당한다. 커피생산자협회와 더불어 콜롬비아 커피 경작자 지원조직의 이중 체계를 구성하는 33개의 지역 커피조합과 콜롬비아 국가 커피기금, 후안 발데스 상표에 관한 이야기도 이 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장에서는 콜롬비아 커피의 국제 거래에 관해 다룬다. 먼저, 요동치는 커피 국제 가격과 국제 커피 시장의 자유화 문제를 통해 거시적인 맥락을 살핀다. 이어서 콜롬비아의 7대 커피 수출 기업과 콜롬비아 커피의 국제 거래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일본의 종합상사들의 활동을 일별하고 커피 직거래와 콜롬비아-한국 간 커피 교역의 현황까지 짚어 본다.
9장은 콜롬비아 커피 산업에 부는 새로운 경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콜롬비아 내에서는 젊은 커피 경작자들이 구성한 협력 단체에 의해서 기존의 커피 생산 및 유통 체제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시스템이 모색·시도되고 있다. 또, 생산 방식의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고 공정무역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가 도래와 변화하는 커피 소비 트렌드가 콜롬비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10장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영향을 다룬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기존 경작지가 부적합해지고,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등 커피 재배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며, 콜롬비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영세 커피 경작자들은 대처 능력·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농장에 비해 더욱 취약하다. 이에 커피 산업 분야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0장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콜롬비아 국가와 커피 산업계의 다양한 노력을 소개한다.
이처럼 이 책은 콜롬비아 커피의 품종, 재배,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정보와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제도와 사회문화, 생태 인문학적 요소들을 두루 살피며 콜롬비아 커피의 집중적·총체적 탐구를 시도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콜롬비아 커피에 관한 각종 책자, 신문, 잡지, 인터넷 자료, 현지 커피 생산자 및 관련 기관 담당자들에게 직접 얻은 생생한 정보와 직접 촬영한 사진 자료 등이 활용되었다. 저자들의 풍부한 해설과 시각 자료를 통해, 이 책은 콜롬비아 커피, 나아가 콜롬비아라는 사회·공동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생태적 가치와 정치적 역동성이 살아 숨 쉬는 라틴아메리카,
그에 대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학제 간 탐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 사업단의
부엔 비비르 총서 세 번째 책 출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은 ‘21세기 문명 전화의 플랫폼, 라틴아메리카: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단은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생태문명으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투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부엔 비비르 총서’를 기획해 출판하고 있다. ‘부엔 비비르(Buen Vivir)’는 안데스 원주민이 추구하는 삶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핵심 내용은 공동체에서의 조화와 공존이다. 부엔 비비르 총서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융합해 라틴아메리카의 생태문명을 탐구한 결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 저자 소개
조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까로 이꾸에르보 연구소(Instituto Caro y Cuervo)’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Javeriana)’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의 HK교수로 재직하면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강의하고, 스페인어권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백년의 고독』, 『소금 기둥』, 『파꾼도』, 『이 세상의 왕국』, 『켈트의 꿈』, 『폐허의 형상』, 『소용돌이』, 『메소아메리카 전통의 꼬스모비시온』 시리즈(공역) 등을 번역하고,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 읽기』 등 중남미에 관한 책 몇 권을 썼다.
추종연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외교관학교에서 공부했다. 외교부 본부에서 중미과장과 중남미국장을 지냈으며, 중남미 지역 중 특히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 대사로 근무했다. 중남미 지역 이외에도 스웨덴, 주EU 대표부 그리고 주UN 대표부 등에서 근무했다. UN 대표부 근무 시절에는 중남미
지역그룹(GRULAC) 명예회원 대우를 받기도 했다. 2023년 2월 공직에서 물러나 LIG넥스원에서 해외 사업 담당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춘천커피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외교관으로서 현지에서 얻은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자원 분야 책자 다수를 발간했다. 저서로 『커피 한 잔 할래요?』, 『신의 선물 사람의 땅, 중남미』 등이 있다.
📜 목차
머리말
1장 역사와 커피, 커피의 역사
1. 카파에서 커피까지, 커피의 유래
2. 남성적인 로부스타와 여성적인 아라비카
3. 전쟁을 통해 확산된 커피
4. 비슷하면서 다른, 커피와 와인
5. 커피와 카페인
6. 평가사 카타도르
2장 현대 사회와 커피, 커피의 진화
1. 디카페인 커피
2. 탈각기 트리야도라
3. 인스턴트 커피와 콜롬비아
4. 메데진과 누트레사 그룹
5. 로스팅을 통해 재탄생하는 커피
3장 세계 3대 커피 대국의 역사
1. 18세기, 콜롬비아에 전해진 커피
2. 안티오키아의 식민화, 커피 생산지를 확대하다
3. 아라비카 품종만 고집하는 콜롬비아
4. 콜롬비아의 스페셜티 커피
5. 체리에서 페르가미노 커피가 되기까지
4장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생태 경제학
1.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개요
2. 콜롬비아 최대 커피 산지 우일라
3. 불안정한 커피 생산량과 생산성
4. 커피 녹병과 병충해
5장 천의 얼굴을 지닌 콜롬비아 커피
1. 예수회의 커피
2. 평화의 커피
3. 여성의 커피
4. 아모르 페르펙토
5. 엘 오브라헤 농장
6. 라 미나 농장
7. 엘 엔칸토 농장
6장 콜롬비아 국민의 삶이 된 커피
1. 에헤 카페테로
2. 콜롬비아 컵 오브 엑설런스
3. 여인의 향기를 머금은 커피
4. 쌉싸래한 커피를 마시는 콜롬비아 사람들
5. 동네 슈퍼마켓에 진열된 커피
6. 커피여왕선발대회
7장 콜롬비아 커피 산업 구조
1. 커피 산업의 대부, 커피생산자협회
2. 커피생산자협회의 산하기관들
4. 33개의 커피조합
4. 콜롬비아 국가 커피기금
5. 콜롬비아 국내 커피 기준가격
6. 콜롬비아 커피의 원산지 보호 명칭
7. 엠바하도르 후안 발데스
8장 콜롬비아 커피의 국제 거래
1. 요동치는 국제 커피 가격
2. 국제 커피 시장의 자유화
3. 콜롬비아 7대 커피 수출 기업
4. 커피를 거래하는 일본의 종합상사들
5. 커피 직거래
6. 콜롬비아-한국의 커피 교역
9장 콜롬비아 커피 산업에 부는 새바람
1. 변화의 바람
2. 커피 생산의 차별화
3. 공정무역 커피
4. 제3의 물결
5. 변화하는 커피 소비 트렌드
10장 기후변화와 커피 산업
1.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커피 산업계의 노력
참고문헌
📖 책 속으로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롬비아 커피의 다양한 품종과 경작 및 가공 방법 등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가 한 축이고, 콜롬비아 커피 산업을 지배하는 제도, 유통 구조, 커피와 관련된 사회문화의 모습이 다른 축이다. 물론, 커피에 관한 일반 상식, 커피의 전래 역사, 커피의 사회문화적·생태 인문학적 의미, 그리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 등에 관한 내용이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커피에 관한 책은 세상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집중적·총체적으로 탐구한 서적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 책을 쓰는 데는 한국어와 스페인어 등으로 쓰인 각종 책자, 신문, 잡지, 인터넷 자료 등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활용했다. 특히 콜롬비아 커피 생산지를 직접 돌아보면서 커피 생산자들뿐만 아니라 커피 관련 기관의 담당자들과 대화를 통해 얻은 생생한 정보와 직접 찍은 사진 자료 등은 이 책을 쓴 동기이자 이 책의 중심 내용이 되었다.
⏤머리말, 9쪽
현재 세계인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된 ‘커피’의 어원에 관한 설은 아주 다양하다. 많은 설 가운데 하나는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라는 지명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힘’을 뜻하기도 하는 카파가 터키어의 카베(Kahve)가 되고, 아라비아로 전파되면서 가와(Gahwa) 등으로 불렸다.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 유럽에 처음 소개되어 널리 전파되면서는 카페(café, caffe), 커피(coffee) 또는 카페(kaffee)가 되었다. 또 하나의 설은 술(Wine)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어 ‘카와(Qahwa)’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술을 마실 수 없었던 이슬람 신자들이 술 대신에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으로 불렀다. 카와는 15세기에 예멘에서 확산되었다. 당초 카와는 캇(khat)이라는 식물의 잎으로 만든 차 음료였으나 예멘의 아덴에서 커피로 만든 카와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커피와 캇 모두 에티오피아에서 재배되는 식물이지만 카와라는 음료는 예멘 태생이다.
⏤1장 역사와 커피, 커피의 역사, 15쪽
인스턴트 커피의 역사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길다. 1881년에 프랑스의 알퐁스 알레(Alphonse Allais)가, 1890년에 뉴질랜드의 데이비드 스트랭(David Strang)이, 1901년에 일본계 미국의 화학자 사토리 카토(Satori Kato)가 물에 녹는(인스턴트) 커피의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화학자 사토리 카토는 자신이 개발한 분말 형태의 인스턴트 커피를 1901년에 미국에서 개최된 범미국박람회에 선보였는데, 대량 생산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2장 현대 사회와 커피, 커피의 진화, 51쪽
9세기경에 에티오피아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무역로가 개척되면서 아프리카의 노예가 상품으로 거래되었다. 당시 아라비아 반도 남단의 예멘을 지배하던 왕조는 요새를 건설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노예를 들여왔고, 따라서 에티오피아의 커피가 예멘에 전해진 시기는 9세기경으로 추측된다. 100여 년이 지난 뒤에 페르시아의 이븐 시나(Ibn Sina)가 집필한 『의학전범(The Canon of Medicine)』에도 예멘에서 보낸 식물의 생약이 소개되는데, 아마도 커피콩이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이렇게 해서 예멘의 커피는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급속하게 확산해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도 최초의 커피 전문점인 카페 하네(Kahve Hane: ‘커피 하우스’라는 의미)가 생겼다.
⏤3장 세계 3대 커피 대국의 역사, 65쪽
오랜 기간 콜롬비아 국민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되어 온 커피 산업이 콜롬비아의 경제, 수출,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게다가 커피는 내전으로 인해 거의 ‘실패 국가(failed state)’로까지 실추된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콜롬비아에서는 커피를 문화이며 예술인 동시에 생활방식이며 열정이라고 한다.
⏤4장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생태 경제학, 97쪽
콜롬비아의 슈퍼마켓에서는 봉지에 ‘무헤레스 카페테라스(Mujeres cafeteras: ‘여성 커피 경작자’라는 의미)라는 글귀가 새겨진 커피를 볼 수 있다. 콜롬비아의 여성 경작자가 생산한 커피라는 뜻이다. 이 글귀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생산한 커피이므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고, 커피 경작에 종사하는 163,000명이 넘는 여성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콜롬비아 커피 회사 후안 발데스 사는 이 커피의 판매 전략으로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하겠다는 우리 여성들의 결정(La decisión de nuestras mujeres de producir su mejor café para el mundo)”이라는 모토를 내세운다.
⏤5장 천의 얼굴을 지닌 콜롬비아 커피, 122쪽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콜롬비아의 커피 수요는 60킬로그램들이 포대 240만 개였다. 2019년의 220만 포대에 비하면 상승 추세에 있다. 그런데 세계 3위의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가 커피를 수입한다. 2021년에 수입한 커피가 180만 포대에 달한다. 수입 커피는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는데, 국내 소비의 75퍼센트에 이른다. 콜롬비아가 국내 소비량의 75퍼센트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한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수입 커피 중 브라질 산이 60퍼센트가 좀 넘고, 페루 산이 28퍼센트, 에콰도르 산이 6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말레이시아, 칠레 및 멕시코에서도 일부를 수입한다.
⏤6장 콜롬비아 국민의 삶이 된 커피, 156쪽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표적인 비영리 민간 단체로, 커피를 생산하는 23개 주 중에서 15개 주에 지부(Comité)를 두고 있다. 협회에는 총 56만 커피 농가 가운데 36만 가구가 가입해 있다. 즉 콜롬비아 커피 경작자의 3분의 2가 회원인 셈이다. 협회는 정부와 함께 커피 경작 및 유통 관련 정책을 수립한다. 국내 커피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국가 커피기금(Fondo Nacional de Café)을 운영하면서 기금으로 커피 연구와 기술 보급도 담당한다. 한마디로 말해 콜롬비아 커피 산업의 대부(Godfather)라고 할 수 있다.
⏤7장 콜롬비아 커피 산업 구조, 189쪽
국제 커피 가격은 시장의 힘, 자연의 현상, 인간의 탐욕이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하락과 상승의 사이클을 이어오고 있다. 커피는 다른 곡물과는 달리 다년생 작물이라서 커피 농장을 만드는 데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다른 작물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급 과잉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고,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묘목을 심은 후 약 4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게다가 병충해 확산, 전쟁 발발, 정치적 격변, 시장 조작 등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
⏤8장 콜롬비아 커피의 국제 거래, 193쪽
바야흐로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직원이던 트리시 로스겝(Trish Rosgeb)이 2002년에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을 차용한 것이다. 제1 물결, 제2 물결의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인스턴트 커피가 소비자들에게 커피 음용의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이 제1의 물결이라고 한다면, 스타벅스가 상징하는 것처럼 규격화된 커피의 대중화를 제2의 물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제3의 물결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커피 경작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품질 향상을 지원하고 그들이 생산한 커피를 최고 수준의 가격으로 구입한다. 그들은 투명성 제고와 소통 촉진을 위해 로스터, 커피 경작자, 수출업자, 수입업자, 바리스타들과 회합도 한다. 아울러 최고 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9장 콜롬비아 커피 산업에 부는 새바람, 227쪽
국제열대농업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ropical Agriculture)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현재 커피 경작지의 50퍼센트가 2050년까지 커피 경작지로 부적합해진다고 한다. 영국의 왕립식물원도 2080년까지 현재 아라비카 품종 재배지의 99.7퍼센트가 커피 재배에 부적합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커피는 온도에 민감한 식물이라서 평균 온도가 섭씨 1도만 달라져도 맛에 차이가 나고 2도가 변화하면 생산성이 급락하며, 3도가 달라지면 커피나무가 자랄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아라비카 품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 기후변화와 질병에 취약하다. 기후변화는 기온을 상승시키고 우기를 길게 만들어 커피 녹병이 창궐하는 환경을 만든다. 영세 커피 경작자들은 기후변화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농장에 비해 더 취약하다.
⏤10장 기후변화와 커피 산업, 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