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편지...
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난 방으로 돌아와 편지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아~ 왜 이렇게 떨리지?
콩 닥 콩 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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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봐라..
충성! 89번 훈련병! 정 지 훈!! ㅋㅋ
간만이지? 아니, 처음이군. 이렇게 편지글로 대화 나누는건..
깜짝 놀랬단다.. 너에게 편지가 와서.. 주소도 안갈켜줬는데..
이미 여러장의 편지가 왔지만, 바쁜 훈련과정 때문에 또 귀찮아서 이렇게 답장이 조
금 늦어졌다..
나 군대가고 울었다고? '고맙구나'라고 대답할 줄 알았지?
제정신이냐? ㅋㅋ 왜 울어?! 울고 그러지마..
누가 보면 너가 내 애인이라도 되는 줄 알어! 알았지?
그러지마.. 죽는다..
흠.. 입소한지 2주가 넘었구나.. 한 2달은 된거 같다..ㅋㅋ
여기선 시간이 정말 안간다..
그래도 난 적응 잘해서 잘 지낸다. 군대 체질인갑다.. ㅋㅋ
사격도 기록사격 1등했다.. 우리 소대에서.. (어머나.. 기특해라..*.*)
중대에서는 3등했고 ^^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난 저격수 기질이 있는갑다. 풋
(난 왜 니가 쌈질하는 장면이 생각이 나냐...나쁜놈 머리에 돌 던지는 장면말이다...
ㅡ.ㅡ)
20발 솨서 16발 명중 시켰다.. 하하
이제 남은건 2주구나..
훈련소에서 난 의경이기에 의경들은 4주만 있는다..
그 다음 경찰학교에 가서 3주동안 있고 아구~ 지겨워..
민호가 우리밴드 까페에 글 올렸다고? 주소도 올렸디?
그 글 올린거 프린트해서 좀 보내주라..
까페에 올린 우리 밴드 공연 사진도 프린트해서 좀 보내줘..
이렇게 말하니깐 무슨 감옥소에 있는거 같다 ㅋㅋ
밖의 세상이 정말 궁금해..
스포츠나 언론, 평소에 별루 좋아하지도 않던 연예계도 궁금하다..
여기 훈련소에 같은 내무실 쓰는 애들이 너의 존재를 굉장히 궁금해한다.
맨날 편지 쓴다고.. (ㅋ ㅑ~ 그냥 애인이라고 하렴...ㅎㅎㅎ)
편지 받는게 다 엄마나 동생 아니면 기분 나쁘지만 너 편지다 ㅋㅋ
옛날의 그 많은 여자 다들 뭐하는지 ㅋㅋ
그래두 편지 나눠줄때 '89번!' 할때면 상당히 기쁘단다 ^^
"김은수"라는 이름을 보면 실망하지만 ㅋㅋ
이젠 나도 어쩔 수 없는 군발인갑다. 풋 ^^
처음엔 전투복입은 내 모습이 그렇게 낯설더니 이젠 점점 익숙해짐을 느끼고 피부도
구릿빛이다 ㅋ
야! 너 지금 돈버니깐 그거 벌어서 나 이쁜옷이나 하나 사놔라..ㅋ
나 휴가 나가면 예쁜옷 좀 입게 ㅋㅋ
전투복, 전투화... 정말 지겹다 ㅠ.ㅠ
그리고 나 휴가 나가면 통닭, 햄버거, 피자, 닭갈비, 감자탕, 맥주 등등 맛있는거 많
이 사주라 ㅠ.ㅠ
여기서 건빵에 목숨걸고 쵸코파이에 피흘린다. ㅋㅋ
담배 생각도 정말 간절하다 에휴 =3
그렇다고 편지지에 담배 넣어서 보내지마라.. 나 죽는다 ㅋㅋ
이곳에 와보니 생각하게 되는것도 느끼는것도 참 많다..
하고 싶은일들도 많이 생각나고...
넌 지금 너 하고 싶은것도 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돈도 많이 벌고 해라..
너도 군대를 와봐야 알텐데..ㅋㅋ
지금 하는 일 힘드냐?.. 그래도 열심히 해라..
어떤 일이던지 최선을 다하는 자가 멋있는거 아니냐..
열심히 해라.. ^^ 힘들겠지만.. (어이구.. 철 들었네...ㅋ)
참! 일하는 애들 중에 이쁜애 없냐? 나 소개 좀 새켜주라 ㅋㅋ 응? ㅋ
여기 이곳에 오면서 생긴 버릇중에 자기전이나 불침번근무 설때 혼자 생각이 많아진
다.
그때 자꾸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그런 버릇이 생겼다..
너랑 알게된지가 꽤 되는구나..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니지만 말다.. 훗
<중략>.................................................................
으구.. 멍청아! ㅋ
아무튼 돈 열심히 벌어라 ㅋ
그래서 나 휴가 나갈때 맛있는것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ㅋㅋ
난 빈폴이나 버버리 아니면 안입는거 알지? ㅋㅋ
내년에 나 전역하기 얼마전부터 공장 들어가라!
나 차나 한대 뽑아주라 ㅋ
그럼 내가 제대해서 너한테... 군대 얘기 많이 해줄께 ㅋㅋ
요즘 잘때 빈폴 베이지색 가디건이나 라코스테 브이넥 스웨터가 자꾸 눈에 아른거리
더라.
버버리 구는 신는 꿈도 꾸고 ㅋㅋ (골고루 하네...ㅡ.ㅡ)
농담이야~ !! 돈 많이 벌어라. ㅋ
흠.. 이젠 할얘기가 별로 생각이 안나는구나..
잘 지내란 말밖에..
힘들더라도 잘 참고, 여름감기 조심해라..
잘 지내라.. 충성!
2003년 8/9
- 지 훈 -
P.S- 사랑하는 지훈이가 뭐냐?!
간지럽게.. 누가 보면 애인인 줄 알거 아냐?! 으구!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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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ㅋㅋ
이러다 거기거기에 털 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거 같아 정말 다행이다..
그동안에 힘들었던 일들이
이 녀석 편지 한장에 녹아 내리는 느낌이었다... ㅎㅎ
지훈아...
나도 열심히 최선을 다 할께..
너두 잘 지내야돼.. 알았지? 화이팅!!
근데 이 녀석...
원래 이렇게 글씨 잘 썼나?...
내가 예전에 글씨 디게 못쓴다구 했던 적이 있는거 같은데...
글씨도 잘 쓰고 편지도 잘 쓰고... 제법이네.. ^^
의심해봐야겠어...음...
누가 대필해준거 아냐 이거?!!! ㅋㅋ
근데...
.
.
근데 말이다...
.
.
'누가 보면 니가 내 애인이라도 되는 줄 알어...'
내가 애인 좀 하면 안되나...??
야속한 놈!!
예전엔 니 애인이었자나...
앞으로 또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어딨냐...
서운하잖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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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0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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