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712억→100억 또 터진 횡령사고…은행권 '모럴 해저드' 책무구조도가 해결책 될까
주식 시장
입력: 2024- 06- 17- 오후 04:58
© Reuters. [해설] 우리은행, 712억→100억 또 터진 횡령사고…은행권 \'모럴 해저드\' 책무구조도가 해결책 될까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100억 원대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구속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은행권 횡령 사건에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 대한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했지만, '솜방망이 처벌'과 '안일한 내부통제'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은행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 우리은행 직원, 횡령 혐의 구속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지난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우리은행 김해지점 대리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고객 대출금 100억 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한 돈은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투자에 사용됐으며, 현재 A씨 계좌에는 약 40억 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여신감리부는 내부 통제 시스템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A씨에게 소명을 요구했고, A씨는 당일 경찰에 자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우리은행으로부터 횡령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받고, 12일 우리은행 긴급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철저한 조사로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전 직원 교육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2년 만에 또 터진 우리은행 횡령 사고
이번 사건은 우리은행에서 2년 만에 발생한 대형 횡령 사건이다.
2022년 4월에는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6년간 712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우리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이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나섰지만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대형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거액의 횡령금은 환수도 쉽지 않다.
우리은행의 712억원 횡령 사건의 경우 환수된 금액은 지난해 7월 기준 5억원(0.7%)에 불과하며, 나머지 634억원은 회수 가능성이 낮아 전액 손실 처리됐다.
이는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금융지주 주주 환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심각한 은행권 '모럴 해저드'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은행권 금융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BNK경남은행의 2988억원 횡령 사고를 비롯해 KB국민은행 직원들이 127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저질렀다.
또 올해 초 NH농협은행의 110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 사고 등 은행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고질적인 '모럴 해저드' 문제를 지적하며, 솜방망이 처벌과 안일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금융 사고 발생 시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미흡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도 BNK경남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달 중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경남은행에 대한 제재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 책무구조도, 금융사고 방지책될까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가 7월 3일부터 시행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책무를 명확히 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제도다.
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은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총괄 관리 조치 ▲유사 위반 사례 발생 가능성 점검 ▲임직원의 내부통제 위반 방지 의무 등을 부여했다. 이는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직접 책임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책무구조도의 형식적인 운영 가능성을 제기하며 금융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책무구조도가 형식적인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지려면, 금융사 스스로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