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헌 기자 이정구 기자 입력 2021.07.07 05:00 청와대가 지난 2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의중을 반영해주는 것을 전제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막으려다가 실패했던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피의자 중 최고위직이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청와대 요구를 거부하고 영장 청구를 밀어붙였으며, 이는 윤 전 총장과의 ‘협의’를 담당했던 신현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파동으로도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서울대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하고 나온 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월성 원전) 사건 처리에 대해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있었다”며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압력’ 언급과 관련, 법조계와 검찰, 정치권 인사들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둔 지난 1월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은 ‘조국 수사'를 지휘했다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을 일선 지검장으로 복귀시키고 ‘윤석열 징계’에 관여한 대검 간부들을 교체하는 인사안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신 전 수석은 윤 전 총장에게 ‘백운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사실상 불구속 수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신 전 수석은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그렇다’는 식의 언급도 했다는 것이다. 그에 앞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정직 2개월’ 중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이 징계 효력정지를 결정해 2020년 12월 24일 직무에 복귀한 상태였다. 그 직후 청와대는 민정수석에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신현수 변호사를 임명했고, “청와대와 검찰 관계가 유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신 전 수석의 ‘요구’에도 ‘백운규 영장 청구’를 재가했으며 대전지검은 지난 2월 4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제출했다. “이런 상황이 일요일인 2월 7일 박범계 법무장관의 기습적인 ‘인사 발표’로 이어졌다”고 관련 인사들이 전했다. 그 인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은 복귀하지 못했고 윤 전 총장 징계에 관여했던 대검 간부들은 전원 유임됐다. 당시 인사 내용은 신 전 수석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민정수석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한 법조인은 “신 전 수석이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백운규 영장 청구'를 못 막은 결과에 대한 불신임이었다”고 했다. 그 무렵 여권은 검찰에 남아 있던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박탈해 ‘중대범죄수사청’에 주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을 공론화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5일 “검수완박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이뤄졌다”고 말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신 전 수석의 사표를 지난 3월 4일 수리했고 윤 전 총장도 같은 날 사퇴했다. 신 전 수석은 당시 검찰 인사 논의 및 사퇴 배경을 묻는 본지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원전 수사에 대한 정권의 압박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대전지검이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청구 관련 결재를 올리기로 한 작년 11월 24일 오후 6시,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갑자기 윤 전 총장에게 직무 정지 명령을 내리고 징계 청구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1일 법원의 ‘직무 배제 효력 정지’ 결정이 나왔고, 윤 전 총장은 복귀 다음 날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