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돈을 빌려주면 안 되는 이유
- 가장 소중한 것들은 철저히 분리하라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왔다. 거의 2년 만에 온 연락인데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알고 보니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이었다. 벌써 세네 번째인 것 같은데 어떻게 돈 없는 사람 잘도 골라 연락이 온다. 운도 지지리도 없는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며 20대 때와 다르게 더 돈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유튜브나 SNS를 보면 3년 안에 1억 모으기, 자산 굴리기, 내 집마련 등 수많은 재테크 영상들이 넘쳐나는 걸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필수재다. 기본적인 생계를 넘어 자아실현의 기회를 주고, 나를 둘러싸는 모든 면에서 내 삶을 향상시킨다. 반대로, 글을 쓰는 작가나, 노래 부르는 가수도 자아실현을 했다 쳐도 그걸로 만약 돈을 벌지 못한다면 오래 지속할 수 없듯, 돈은 자아실현이나 관계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30대가 되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사람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 것은 입단속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돈이 설령 있다한들 절대 티를 내면 안 된다. 특히, 이 시기에 오랜만에 연락 오는 사람은 셋 중 하나다. 결혼 등 경조사나 돈 빌리기, 그리고 개인사업 관련 영업이다. 나도 결혼을 할 때에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한다. 일전에 언급했듯이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친구는 원래 필요할 때 찾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상적인 과정이라 여긴다.
근데 결혼과 개인사업 관련은 그렇다 쳐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 돈은 빌려주면 안 된다는 거다. 그이유는 뭘까?
내가 좋아하는 지인이나 친구라도 돈을 빌려주면 안 되는 이유는 이렇게 중요한 돈이 관계와 엮이기 시작하면 사람의 진짜 본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친구 간의 우정은 절대 돈 앞에 살아남지 못한다. 가족도 돈 때문에 손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친구는 오죽하겠나.
내가 실제로 일 년 전 겪었던 경험담이다. 십년지기 친구에게 큰 액수의 돈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약속 날짜가 되었는데도 갚지 않아 의가 많이 상했다. 당시 나는 여행 중이었는데 계속 전화를 하며 신경이 쓰여 여행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은 돈을 다 받아 해피엔딩이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고, 그와 예전만큼의 관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순간 내가 받아야 하는 쪽이 되기 때문에 갑을관계가 갑에서 을로 전환된다. 돈을 빌린 당사자보다 받을 사람이 더 안절부절못한다. 금액이 클수록 이는 더 심해진다. 원래 돈은 빌린 사람보다 빌려준 사람이 훨씬 기억을 잘하는 법이다.
사실 지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 본인이 급하다면 은행에서도, 가족에게서도 빌릴 수 있으나 본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혹은 그것마저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론은 빌려주는 순간 약속된 날짜에 받을 확률이 크게 높지 않다는 거다.
사람은 원래 간사하고 이기적이라 아무리 좋은 관계 라도 본인에게 이익이 없거나, 손해를 본다면 과감하게 손절한다. 이는 사회생활(회사, 사업)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가령, 직장에서 서로 친분이 있는 직원들끼리 좋은 관계를 형성하더라도 특정 프로젝트나 사건에휘말려 본인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면 사람은 돌변하는 거랑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뭘까. 나는 건강과 돈, 그리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건강> 돈> 행복이다.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나 주로 이 행복은 관계(가족, 친구, 지인)나 본인만의 취향에서 온다. 세 가지중 하나라도 없다면 우리의 삶은 급속도로 불행해진다. 만약 셋 중에 한두 개가 없다한들 하나만 극단적으로 없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낮은 게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는 그나마 낫다.
이 세 가지 중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과 철저히 분리시키는 것이 둘 다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관계와 돈은 자석의 같은 극이라 생각하면 된다. 서로 밀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 고등학교 친구 모임 중에 가장 친한 둘이 있었다. 이 둘은 장어구이 음식점을 같이 동업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장사도 잘되어 승승장구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끝내 둘이 손절하고 장사도 깨끗하게 접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랐다고 한다. 수익은 반반으로 하지만 둘 중의 한 명은 본인만 일을 더 한다고 여기고(상대방은 연애를 시작해 늘 칼퇴했다고 한다), 나머지 한 명은 또 다른 부분에서 불만이 있고 그런 식이었다.
이처럼 꼭 필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관계와 돈을 묶는 데에는 작은 것부터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여긴다.
돈을 넘어 정말 주변의 사소한 일들 가령 지인에게 주식이나 펀드, 코인 등 돈 관련해 추천마저 해주지 말자.돈을 벌면 좋겠지만 나중에 떨어지면 내 탓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철저히 내 경험에서 언급한 거라 예외도 있겠다. 돈을 빌려주어 두 배 세배로 갚아 누군가는 우정이 더 돈독해졌을 수도 있고, 동업을 해서 대박 난 케이스도 많을 거다.
하지만 나는 경우의 수를 따졌을 때 이 선택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여긴다. 내가 아끼는 사람일수록 돈이나 물질적인 대가 없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by. 홍그리
- 행복한 편지 -
인생은 나그네길~ 우체통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