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두발 규정에 대한 제안서
새로 바꾸고자 하는 두발 규정 때문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지난주 월요일, 그러니까 중간고사 시험 첫날 아침 모임 시간에, 그 바쁜 틈에 교장 선생님께서 새 두발 규정을 발표하셨습니다. 들어보니 그 전에 이미 학생부에서 결재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교장 선생님께서 발표하시기 전에 이미 결재가 나 있었습니다.
대책 없이 머리가 긴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도 규정이 필요하고, 그래서 “머리 길이와 모양에 제한이 없다.”는 규정을 바꾸자고 하는 교장 선생님의 뜻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학기초에 교장 선생님은 이 규정을 개정하자고 제안하셨고, 교직원 반찬 투표를 거쳐 개정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학생 두발 문제는 구성원들 간에 관점이나 인식 차가 너무 커서 아주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개정하고자 하는 새 규정안에 대해 직원회의에서 아무런 논의도 없었고, 학생들 95%가 반대하는 의견을 묵살한 채, 어느 날 아침 교장 선생님은 새 규정을 덜컥 내놓으셨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교육에서 학생 지도에 대한 개념은 이미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난날 학생지도가 아이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쪽이었다면, 지금은 학생들의 자율 의지와 인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두발 규정에 대해 국가 인권위원회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도 학생들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학생들의 불만이나 반발이 없이 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으로 정해서 통고한 새 규정을 어느 누가 지키고 따르겠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가 두발 자유화로 되기까지는 수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교사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공청회를 열기도 했고, 수 차례에 걸쳐 교직원 회의와 부장 회의를 가졌고, 학교 홈페이지에 도배를 할 정도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교직원 워크샵에서도 두발 문제는 핵심 사안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두발 규정이 변천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예전에 “세세한 규정”을 두었다가 그것이 “단정한 머리”로 바뀌고, 다시 “두발 자유화”로 오기까지 참으로 아픈 진통을 겪으면서, 학생들 인권을 존중하고 자율 의지를 믿어보자는 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아무런 논의도 없이 다시 ‘세세한 규정’을 만들어 발표하셨습니다. 이는 그 동안 우리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서 이룩해 놓은 것을 하루아침에 두 단계나 뒤로 후퇴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세세한 규정을 두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 의지를 존중하기보다는 학생들 머리를 검사하고 규제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설령 지금 교장 선생님은 규제하려는 뜻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자리가 바뀌면 언제나 뜻은 사라지고 규정만 남게 마련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새 두발 규정을 내놓는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 절차를 무시하셨고, 학생들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라는 교육부나 교육청을 권고를 어기셨고, 학생 인권과 자율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셨습니다. 이건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안을 드립니다. 이번 토요일 자치활동 시간을 활용해서 임시 직원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못하면 소위원회를 꾸려서라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합니다.
2006년 5월 11일 제안자 교사 구자행
첫댓글 오늘 아침 이 제안서를 교무실 선생님들한테 돌리고 읽었습니다. 재미없는 글이지만 요즘 제가 고민하고 사는 이야기라 올려 보았습니다.
아. 그래서 구자행 선생님이 멋집니다. 나도 구자행 선생님같은 선배선생님이랑 일하면 신나고 재미있겠습니다.
아이들을 경쟁의 미친 회오리 바람 속에 몰아넣고 삶과 청춘을 갉아먹는 죽은 공부만 죽어라 하게 해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의 우리 나라 중 고등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살릴 것인가 모두 피를 토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시원찮을 판에
아이들 머리카락 길이나 머리 모양 갖고 길길이 뛰는 교장과 선생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 서글프고 어이없을 뿐입니다. 구자행샘, 끝까지 맞서 싸우고, 이 싸움이 널리 퍼져 다른 학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큰 싸움의 물꼬가 되기를 빕니다.
머리카락 규제에 이렇게 목매는 까닭 - 자신의 교육관이라고는 머리카락 규제 밖에 없거등. 자신의 지도교육은 머리카락 지도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거등. 머리카락 규제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의 이유가 없어서 교직을 떠나야 하거등. 준엽이는 머리카락 잘려와도 절대로 머리 안 깎고 다른 머리카락이 그것을 덮을 때까
지 기르더라. 즈그 반이 1반이어서 재수없이 걸렸다고 이야기하대. 내가 머리 자른 선생 욕을 막 하니까 이것이 도리어 그 선생을 두둔하고 나오는 건 어떻게 한디야? "이 샘은 아아들 잘 이해해주는데."하고 말이야.어쩌면 그 체육선생은 악역을 맡았지만 그건 학생부나교장교감의 개노릇 한 것이지 뭐.아닌 건 아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