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체육협회 소속 장애인 운동 선수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바티칸 체육협회 소속 장애인 선수들, 교황 알현 “장애는 자산”
바티칸 체육협회 소속 장애인 운동선수들이 2020도쿄 패럴림픽 개막을 맞아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일반알현의 말미에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선물을 교환했다. 또 이날 함께 참석한 장애인 사이클 선수 티치아노 몬티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사고를 겪은 뒤 스포츠를 통해 다시 태어났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저는 말합니다. 더 이상 소파에 파묻혀 있기보다 다시 모험을 시작하자고요.”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소수 정예의 바티칸 체육협회 소속 장애인 운동선수 두 명이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8월의 마지막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같은 날 도쿄에서 2020 패럴림픽이 개막했다(도쿄 현지시각 8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과 용기의 증인들”인 장애인 운동선수들에게 반가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일반알현의 말미에 그들과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누며 그들 안에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용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티칸 체육협회는 2019년 설립되고 공인된 교황청의 공식 스포츠 법인이다. 교황은 일반알현에서 “이 선수들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장애와 시련을 이겨내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선수들, 교황에게 “우리는 함께 달립니다” 단체 티셔츠 전달
이날 일반알현에 참석한 두 명의 장애인 운동선수는 잔루카 팔라치(Gianluca Palazzi)와 사라 바르제토(Sara Vargetto)다. 휠체어를 타고 바티칸 시국 직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잔루카는 장애인 농구선수이며, 13살의 사라는 바티칸 체육협회의 마스코트이자 세리아A 농구 리그의 ‘아이돌’로 바티칸 체육협회 명예회원이다. 이들은 바티칸 체육협회장 잠파올로 마테이(Giampaolo Mattei)와 함께 일반알현에 참석해 교황에게 여전히 상처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바티칸 체육협회의 활동과 계획들을 설명했다. 이어 운동 선수들의 연대를 상징하는 바티칸 체육협회 팀 단체 티셔츠 한 장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티셔츠 앞면에는 휠체어를 탄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는 이미지가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는 슬로건 “우리는 함께 달립니다”라는 문구가 영어(We Run Together)와 라틴어(Simul currebant)로 새겨져 있다.
마테이 협회장 “장애는 불행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바티칸 체육협회장 마테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티칸 체육협회의 첫 번째 목표는 모든 형태의 포용을 장려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협회에 장애인 선수가 한 명도 없을 때부터 패럴림픽 부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는 불행이 아니라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지닌 모든 사람이, 다리가 하나뿐인 사람이 2미터 이상 점프하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 역시도 삶에서 얼마나 큰 용기를 낼 수 있겠습니까? 스포츠 분야에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면, 학교나 사무실에서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 이것이 우리 협회가 스포츠를 통해 다른 구체적 현실에 전파하고자 하는 작은 소명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회칙 「Fratelli tutti」의 정신 안에서 가교를 놓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형제애와 포용’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사이클 선수 “잊을 수 없는 교황과의 만남”
이날 오전 바티칸 체육협회 소속 선수 두 명과 함께 장애인 사이클 선수 티치아노 몬티(Tiziano Monti)도 교황을 만났다. 티치아노는 바티칸 체육협회의 ‘특별한 친구’이면서 알렉스 자나르디(Alex Zanardi)의 ‘오비에티보3(목표3) 프로젝트’의 멤버다. 알렉스 자나르디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우승자로 유명하다. 교황은 전 포뮬러원(F1) 파일럿인 자나르디가 지난 2020년 6월 핸드바이크 경주 사고로 생사를 넘나드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 직접 서한을 보내고, 장애를 이겨내며 “인류의 교훈”을 남겨준 자나르디를 위해 기도로 함께 한다는 마음을 전한 바 있다.
티치아노 몬티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나자마자 자신의 손을 잡아준 교황과의 만남이 “유일하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저는 존경과 애정을 담아 교황님께 인사했어요.” 티치아노는 주변의 소음 때문에 서로의 귀에 대고 교황과 몇 마디를 나눈 뒤, 교황에게 ‘오비에티보3 프로젝트’의 티셔츠를 선물했다. ‘오비에티보3 프로젝트’는 장애를 가진 젊은이들을 모집하고, 이들이 여러 신체·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스포츠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지닌 프로젝트다. ‘오비에티보3’이라는 프로젝트명은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최소 3명의 선수를 배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성공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 2018년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티치아노는 2019년부터 ‘오비에티보3 프로젝트’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교황님께 티셔츠를 선물했을 때, 교황님이 고맙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힘을 내요!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세요!’”
티치아노의 제2의 인생 스토리, 자나르디에 감사
젊은 운동선수인 티치아노는 스포츠를 통해 인생의 여정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불꽃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주고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를 가르쳐준 스포츠에 감사하는 한편, 특히 알렉스 자나르디에게 감사를 전했다. “두 다리를 잃고 나서 쉽지 않은 긴 재활 기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2019년 5월 국립산재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볼로냐의 의수족연구센터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제게 맞는 다리를 찾는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휠체어에 바람을 넣으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열리며 막 떠나려는 알렉스 자나르디와 마주쳤습니다. 5초의 정적이 흘렀죠. 상상도 못한 만남에 저는 그를 쳐다봤고, 그도 언제나 그가 간직한 미소와 함께 저를 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어요.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제게 말했어요. ‘당신은 참 훌륭한 체격을 가졌군요. 저와 함께 달려보지 않을래요?’ 번개를 맞은 듯했어요! 저는 ‘아니오’라고 절대 말할 수 없었죠. 어렸을 때부터 제게도 운동은 아주 중요했으니까요.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 기회, 경주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짜릿함에 설레면서,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상상하며 즉시 ‘네’라고 대답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오비에티보3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2019년 6월 제 자전거가 도착하면서 저의 스포츠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의 일치를 위한 위대한 릴레이 경주
‘오비에티보3 프로젝트’는 사이클뿐 아니라 현재 양궁이나 육상 같은 다른 종목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작년에 프로젝트를 통해 이탈리아 전체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코스의 ‘위대한 릴레이 경주’가 열렸으며, 바티칸 체육협회 소속의 사이클 선수들이 이미 두 번의 구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위대한 릴레이 경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탈리아가 하나로 일치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우연히 기획된 대회였습니다.” 티치아노의 여정에 바티칸 체육협회 소속 선수들이 함께했고, 이를 계기로 둘 사이에는 진한 우정과 협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올해 카타니아까지 도착했습니다.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위대한 경주를 같은 방식으로, 하지만 다른 인식으로 달리고 싶었거든요.” 티치아노가 말한 다른 인식이란 스포츠를 통해 실제로 장벽과 한계와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실제적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다.
*역주: ‘위대한 릴레이 경주’는 핸드바이크, 스포츠 휠체어, 사이클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달리기 때문에 릴레이 경주다.
젊은이들을 향한 당부 “소파에 누워있지 맙시다”
티치아노는 자신에게 용기를 준 이날 교황의 표현을 기억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지닌 장애로 자신을 구속하지 말고 다시 모험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교황님이 오늘 말씀하신 것처럼, 스포츠는 진정으로 시련과 역경을 겪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원동력이자 자극제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모든 젊은이들이 소파에 누워있거나 휠체어 위에 그냥 앉아있는 대신, 스포츠를 통한 모험을 다시 시작하자고 초대합니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말보다 더 큰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해야만 하고, 할 수 있으며, 해내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