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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공간과 삶 나누는 ‘모퉁이돌 마을카페’
마을과 청소년쉼터를 잇는 자립의 공간
4월 7일, '모퉁이돌 마을카페'가 문을 여는 아침 10시가 되기 전, 이미 활짝 열린 대문 사이로 데님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카페 정원과 바로 이어진 모퉁이쉼터 마당 성모상 앞에 흙으로 두둑을 만드는 일이 막 끝났다. 한 주 뒤에는 여기에 식물을 심으려고 한다.
카페의 공유정원에는 이미 수국, 초롱꽃, 모란, 구절초, 무스카리, 아스파라거스, 동백나무, 사찰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마을 주민이자 자원봉사자들이 꽃과 나무의 자리를 잡아 주고 손수 이름표를 달았다. 아침부터 정원에 심으라고 모종을 들고 온 동네 주민을 최일심 수녀(성심수녀회)와 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았다.
최 수녀의 바람대로 마을카페는 ‘공동의 집’이 되어 가고 있다.
부천시 역곡동에 있는 ‘모퉁이돌 마을카페’는 성심수녀회가 운영하는 '모퉁이쉼터'의 청소년 자립 훈련을 위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정식 이름이 '부천시단기청소년쉼터(여자, 모퉁이)'인 모퉁이쉼터는 위기에 처한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하고, 의식주, 의료 지원, 상담, 교육 등을 제공하는 청소년 복지 시설이다.
모퉁이라는 이름은 “집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시편 구절에서 가져와,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그래서 자립 훈련 매장의 이름도 ‘모퉁이돌 마을카페’다.
공유정원 자원봉사자가 모퉁이쉼터 마당에 식물을 심기 위해 두둑을 만들고 있다. ⓒ배선영 기자
한 주 뒤, 모퉁이쉼터 마당에 만든 두둑에 식물을 심었다. (사진 제공 = 모퉁이돌 마을카페)
모퉁이돌 마을카페 공유정원의 꽃과 나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심고, 이름표를 달았다. ⓒ배선영 기자
최일심 수녀(모퉁이쉼터 소장, 모퉁이돌 마을카페 운영)는 “청소년들이 돌아가야 할 곳은 마을이라는 신념으로 지역사회에 공간과 삶을 나누기” 위해 카페를 열고, 공유정원 프로젝트를 지역 마을에 제안했다.
1999년 모퉁이쉼터를 처음 열 당시에는, IMF로 가정이 해체되고 경제적 위기에 몰린 청소년을 보호하고, 최종적으로는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에 집중한다.
‘가정 밖’ 청소년이 되는 원인은 흔히 생각하는 문제아의 사춘기 반항 혹은 부모와의 일시적 다툼 때문이 아니다.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해 생존을 위해 집을 나온 청소년을 가출 청소년이라고 부르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을까? 최 수녀는 가출이 아니라 ‘탈출’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쉼터에 오는 청소년 대부분은 집이 없다"는 최 수녀의 말은, 결국 돌아갈 집이 없다는 뜻이다.
‘가출 청소년’에서 ‘가정 밖 청소년’으로 청소년복지 지원법상 법률 용어가 바뀐 것처럼 가정 복귀가 아닌 자립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러나 아무런 사회적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독립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결국 다시 쉼터로 돌아오거나 방황하거나 이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최일심 수녀(왼쪽)와 공유정원 자원봉사자 고정임 씨. 고 씨가 다가오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위해 손보일 샐러드를 미리 맛보라고 가져왔다. ⓒ배선영 기자
가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청소년 쉼터를 혐오 시설처럼 여기기도 해, 모퉁이쉼터는 밖에 현판을 달지 않았고, 동네 주민들은 쉼터의 존재를 몰랐다. 최일심 수녀는 “쉼터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쉼터에서 청소년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청소년은 마을과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은 복지제도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 안에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더불어 살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그래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정신을 담아 마을카페라고 이름을 정했어요.”
청소년은 마을카페에서 자립 훈련으로 바리스타 교육, 수공예 등을 배운다. 이들이 만든 작품들로 벼룩시장을 열었고, 한 청소년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카페에 일자리를 얻었다.
직접 청소년을 가르친 김수연 팀장은 “정말 자격증을 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취업했을 때 기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립 활동으로 돈을 모아 퇴소해도 방세 등으로 금방 없어지기 때문에, 실질적 자립을 위해서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일심 수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한 청소년이 주문받으면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자신이 만든 음료가 맛있다는 말을 들으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관계 맺는 것을 배우는 긍정적 경험을 한다”고 덧붙였다.
모퉁이돌 마을카페는 지역사회에 활짝 열린 공간이고, 지역의 여러 단체와 연대한다. 카페 2층 공유서재는 마을 주민과 중고책 서점, 출판사 등이 함께 꾸렸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샵'에는 우유 팩을 모아 가져다주고, 커피 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고, 양말로 컵 받침을 만드는 등 자원을 되살리는 일을 함께한다.
공유정원은 경기두레생협과의 협업으로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정원과 카페 안 식물을 가꾼다. 동네 주민에게 꽃과 부레옥잠도 나눠 주고, 정원 봉사자들을 위해 생태영성 강연을 열고, 밀랍 초를 만들었다. 대표 봉사자인 원예치료사 덕분에 씨를 심고 가꾸는 과정 자체가 수업이 된다.
카페 2층의 공유 서재. 마을의 중고책 서점, 출판사, 주민들과 함께 만들었다. ⓒ배선영 기자
“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그동안 자연에 허락도 구하지 않고 즐겼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공유정원 자원봉사자 고정임 씨(안젤라)는 “(공유정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마치 하느님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선교라고 부르지 않지만, 지역 속에 하느님의 뜻을 널리 펼치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위안을 주는 뿌듯함과 더불어, 좋아하는 꽃의 씨앗을 보며 저절로 겸손해진다.
최일심 수녀는 마을카페를 혼자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마련하신 ‘공동의 집’이기에 의미 있게 공간을 나누어” 쓰길 바란다. 그는 앞으로 마을카페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공유밥상이 열리길 소망한다.
가정 밖 청소년들 자립을 위한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마을카페에서 교육, 음악회, 전시회 등으로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도 모퉁이쉼터를 후원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을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우리 집이면 좋겠어요. 편안하고 좋아요’라고 할 때마다 그는 대답한다.
“집이라고 생각하세요. 숟가락 하나 올리시고, 뭐든 해 보세요.”
모퉁이쉼터 청소년의 자립 훈련을 위한 모퉁이돌 마을카페.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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