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LG TWINS는 분명히 나쁘다.
모든 전문가들이 올 시즌 우승후보나 2강으로 트윈스를 뽑았다. FA와 물량공세를 이용해 엄청난 스타들을 확보한 삼성 라이온즈 보다도 더 위의 평가를 받았다.
짜임새 있는 공격력과 수비력… 든든한 안방, 대폭 강화된 투수진, 트레이드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선, 8개 구단 최강을 자랑하는 벤치플레이어와 팜 시스템, 그야말로 물새틈이 없어 보였으며 팀 타율 3할도 가능할 듯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성적은 8개구단중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라이온즈나 베어스 처럼 뚜렷하게 장단점이 구분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전문 해설가나 언론, 각 스포츠 전문지 및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트윈스의 약진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별 것 아닌 듯 보였던 두가지 문제로 인하여 트윈스호는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트윈스 팬이라면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써 두차례나 벌어졌다.
5월 7일 두산전에서 10대 5로 앞서던 9회 2사후 동점을 허용하고 다음회에 역전패한 프로야구 19년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가 하면 6/2일 대 롯데전에서는 8회까지 8대 0으로 리드하다가 9대 8로 역전패했다. 1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을 한달에 한번씩 당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신임 감독의 역량부족이다. 아니다. 이것은 스타의식에 젖어있는 트윈스 선수들의 자만심의 결과다. 아니다. 마무리가 없는 걸 어쩌겠는가…?
모두 맞는 말이다.. 그래서 그러한 의견들을 하나하나 짚어볼까 한다.
우선은.. 뒤집기에 성공한 베어스나 자이언츠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패배가 굳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며 기적을 연출해 낸 두 팀의 선수들은 스포츠의 기본정신에 충실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트윈스의 두번의 대 역전패와 27승 23패라는 전적은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갸우뚱하게 만드는 면이 여러가지가 있다.
1. 마무리 문제
김용수 – 장문석 – 김민기 – 최향남 – 경헌호
이것은 트윈스의 선발 로테이션 5인방을 나타낸 것인가…?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이 멤버는 지난 두달(겨우 단 두달동안 벌어진 일이다.)동안 트윈스의 역대 -.-;; 마무리이다. 이들은 트윈스의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려도 좋을만큼 하나같이 빼어난 구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믿음부족, 경험부족, 부상등의 이유로 줄줄이 바뀌어 나가고 있다. 아무도 적응하지 못한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구단이나 감독이나 팬들이 기대하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 예전의 이상훈이나 임창용, 진필중, 구대성 수준의 마무리를 원하기에 자꾸 눈에 밟힐 뿐이다. 왜,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점점 퇴보하려 하는가..? 각 팀 감독들은 팀의 제 1선발급을 마무리로 돌리지 못해 안달이다.
롯데가 꾸준히 시행착오를 겪으며 강상수(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지만..)를 마무리로 고정시키는데 어느정도 성공하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시행착오이다. 자이언츠에는 강상수보다 뛰어난 구질의 투수가 얼마든지 있다. 문동환, 주형광, 기론, 손민한.. 4선발까지가 모두 강상수보다는 여러수 위이다. 하지만 이광은 감독은 승리에 대한 조바심으로 김민기와 최향남을 급하게 1군으로 올렸고, 시속 147Km/h를 던져대던 김민기는 140이 채 않나와 2군에서 훈련중이고, 최향남은 아예 팔도 못 들 정도의 부상이다. 충분한 휴식을 거쳐 최향남이 지금쯤 올라왔다면 트윈스에게 이런 시련은 없었을 것이다. 또, 김민기라는 히든카드도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을 것이다.
트윈스의 선발진은 예상외로 호투를 하고 있다. 이미, 장문석은 슈퍼 에이스로써 입지를 굳혀가고 있고, 한국의 매덕스 해리거는 어느 팀 1,2 선발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최향남이 3선발로 가세한다면, 어느팀과 붙어도 선발진에서 밀리지 않는다. 작년과 구위가 별 차이가 없는 김용수가 5선발까지 밀린점이 좋은 본보기이다. 원래 마무리인 김용수의 부진은 사실 차명석, 최창호에 기인한 바 크다. 홀드왕 0순위였던 차명석이 시즌 초반 극심한 난조를 보이자 김용수는 항상 불안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했고.. 개막 후 4번째 시합(대 라이온즈전)에서 9회 2사 투스트라이크에 동점타를 허용하며, 2000시즌 엘지 트윈스 = 언제든지 역전시킬 수 있는 만만한 팀 의 공식이 성립되어져 갔다.
2. 자만하는 선수들
트윈스의 팀 컬러가 ‘신바람 야구’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적과 상관없이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청룡시절부터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트윈스는 괜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만만한 팀’으로 여겨진다. 겨우 두 달 만에 모든 투수들이 마무리를 포기하는 상황(이제 남은건 해리거 뿐이다. 해리거도 마무리를 시킬 것인가..? 뭐.. 못할것도 없지만…)에 이르렀다. 이미 코칭스텝(이것은 이광은 감독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그리고, 그런 이유로 트윈스의 코칭스텝은 대대적인 개편을 겪었다.)의 지도력 부재와 조급증은 .540이라는 전력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나타난다.
또, 팀타율 .270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약한 타선과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수비의 불안감…
점수차가 벌어지면 공격템포가 빨라지는 타선… 위기에 몰리면 벤치부터 당황하는 상황..
이러한 ‘마인드 측면’까지가 모두 황당한 2패에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트윈스는 운도 없다. 모든 야구적 흐름이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데려온 용병들은 하나같이 애물단지(아닌 사람은 해리거 뿐이니…)이고, 지긋지긋하기 이를데 없는 ‘4번 징크스’는 천하의 양준혁마져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광은 감독의 결정적인 미스도 포함되어 있다.
3. 감독의 역량부족
짐 테이텀의 조기퇴출…
짐 테이텀은 훌륭한 타자이면서 평균이상의 3루수이다. 그는 일본야구를 통해 동양권 야구에 이미 적응기를 끝냈다. 그리고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고 부상등을 치료하면 더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퇴출의 결정적인 이유는 감독과의 갈등이었다.
감독은 절대적인 권위자이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를 내쫓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를 포용하고 다독거리는 것도, 그리고 팀을 하나로 융화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다. 왜 야구의 감독만이 유독 Head Coach가 아닌 Manager로 불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대목이다.
테이텀의 퇴출은 수비와 공격의 동시혼란으로 이어졌다. 외야수인 쿡슨을 데려오며 최익성이 지명타자로 돌고, 서용빈은 트레이드를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또, 비교적 수비부담이 적은 2루수에 최악의 공격력을 가진 이종열을 붙박이로 쓰고 있다. 어떠한 대안도 없이…
프로야구 역대 최다 삼진에 도전하는 쿡슨이 공격에서 테이텀의 몫을 해준다해도 수비에서 오는 포지션 중첩현상은 해결할 수 없다. 트윈스는 서용빈이나 안재만 같은 훌륭한 공격수만 잃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안상준이나 이종열 같은 평균(혹은 평균이하)의 공격수가 평균레벨의 수비력덕(이종열은 유틸리티 플레이어이며 뛰어난 3루 수비수이다. 하지만 평범한 2루수이기도 하다.)에 주전을 차고 있다. 또, 이제 박연수라는 재목을 키울일은 요원해 졌고, 최경환이라는 중고신인은 어디에 쓸려고 2차 1지명권을 낭비한것인가..?
이광은 감독의 투수교체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정확히 문제를 찍어 지목하자면 셋업맨의 교체에 있다. 차명석이 가장 않 좋을때엔 연투를 시키고, 그의 구위가 살아나자 등판시키지 않는다. 마무리가 누구건 상관없다. 트윈스의 패전은 항상 ‘부적절한 셋업맨’에 의해 그 원인이 발생하니까… 어제 경기도 안일한 대처에서 급하게 올린 경헌호는 눈물만 짓다 내려갔다. 투수 운영에는 원칙과 틀이 있어야 한다. 겨우 두달만에 팀의 공격과 수비를 전부 들었다 놓은 이광은 감독은 그러한 틀을 알까…? 클로져는 좋은 셋업맨이 있을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가장 잘 인식시켰던 팀이 아이러니하게도 엘지 트윈스이다. 파인 플레이가 많은 외야수는 결코 수비 잘하는 외야수가 아니듯(수비 잘하는 외야수는 빠른 판단과 위치선정으로 쉽게 쉽게 잡아낸다.), 좋은 마무리는 좋은 셋업맨에서 나온다. 단순한 투구수 조절만이 마무리 보호는 아니듯이...
P.S.: SK의 이승호가 선발, 마무리를 종횡무진 하는 모습에 이광은 감독은 묘한 라이벌 의식이라도 느끼는 것인지.. 왜 LG 이승호도 선발과 셋업, 마무리를 병행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