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은 심장의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고, 심장의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특히 추위로 인해 혈관이 쉽게 수축하는 겨울철에 발생할 위험이 높은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겨울보다는 환절기인 봄철에 발병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흉통이 나타난 경우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겨울보다 봄에 급성 심근경색 발병률 높아↑…급격한 운동 삼가야
서울아산병원 의학통계학과 윤성철 교수와 동아대병원 심장내과 김무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2005~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급성 심근경색 환자 19만 2,567명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계절 변화에 맞게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로 시기를 구분하고, 10년간 계절에 따른 급성 심근경색 발생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구 10만 명당 계절별 급성 심근경색 발병률은 △봄 63.1명 △겨울 61.3명 △가을 59.5명 △여름 57.1명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심근경색은 겨울철에만 주의하면 되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뒤집고, 봄에 발병 위험이 더욱 크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발병률을 월별로 분석했을 때는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인 3월에 64.4명으로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이후로는 12월 63.9명에 이어 역시 봄철인 5월 62.6명, 4월 62.3명 순이었다. 혹한기로 분류되는 1월과 2월은 각각 62.1명, 58.0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평균기온이 낮아지는 9월부터 점차 증가했으며, 날씨가 더워지는 6~8월에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일교차가 15℃ 이상으로 클 때에 비해서 8~10℃로 비교적 완만할 때 급성 심근경색 발병률이 최고조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한겨울에 야외 신체 활동을 줄였다가 날이 풀리고 일교차가 줄어드는 봄철에 운동 등의 야외 활동을 갑자기 늘리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고, 심근경색의 발병률이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흉통 있다면 급성 심근경색 의심…예방이 최우선
급성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흉통이다. 가슴 한가운데를 짓누르거나 조이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심장과 가까운 목과 턱, 어깨, 팔 등으로 통증이 이어지기도 하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 빠르게 병원을 찾지 못하고 병이 진행될 경우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흡곤란이 오고, 심한 부정맥이 생기다가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초기 사망률은 약 30%에 달하며,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병원 내 사망률이 5~1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따라서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는 불편한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할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데다, 치료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심장 근육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운 만큼 예방이 최우선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있거나 비만한 경우에는 동맥경화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할 위험이 높은 만큼 꾸준히 질환을 치료하고 체중을 감량하는 등의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할 때도 급격하게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은 좋지 않다. 예전에 운동을 했던 경우라도 겨울에 운동을 완전히 쉬었다면 운동을 재개하기 전 서서히 난도를 높이는 것이 권장된다. 처음부터 과격한 운동을 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심근경색이 찾아올 위험이 높아지고 각종 부상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운동을 하기 전, 후 5~10분 정도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통해 근육을 충분히 풀어 주고, 심박수가 급격하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 급성 심근경색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맞춰서 옷을 입는 것이 권장된다. 낮 시간대의 따뜻한 날씨에 맞게 이완됐던 혈관이 아침저녁의 추위로 인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심근경색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외투를 활용하거나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 더울 때는 벗고, 추울 때는 입는 등으로 체온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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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