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가 좋은 건 그 나라만의 향취에 온전히 취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지난 10월5일, 안동에서 스무 명의 외국인 인플루언서와 함께 안동으로 떠났습니다. 바로 K-관광마켓10선에 선정된 안동구시장에서 팸투어 ‘안동구시장 찜닭 바로 여기!(Andong MorketJimdok, Near mel)’가 진행됐기 때문인데요. 안동구시장은 K-관광마켓 10선에 선정된 전통시장입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유명 드라마촬영지와 한옥 카페 등을 유유히 거닐며 자연 풍경을 즐겼습니다. 바쁜 일상 속 여유가 필요했던 외국인 MZ들처럼 휴식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안동에서의 그날을 돌이켜 볼게요.
안동구시장 팸투어 ‘안동구시장 찜닭 바로 여기!’ 팸투어단
안동 팸투어 코스
① 핑크뮬리가 넘실대는 낙동강의 풍경, 그라스원
② 과거의 맛과 현재의 멋이 있는, 안동구시장 찜닭골목
③ 안동과 <미스터 션샤인>의 만남, 만휴정
④ 조선시대 정원에서 즐기는 티타임, 묵계서원
| 핑크뮬리가 아름다운 낙동강, 그라스원
가을을 맞이한 그라스원
가을을 맞이한 그라스원
분홍 물결이 일렁이는 낭만적인 풍경을 보고 싶다면 그라스원만 한 곳이 없어요. 그라스원은 안동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강변 부지에 있는 핑크뮬리 군락지예요. 원래 강변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길로 만들어졌는데, 몇 해 전에 다채로운 꽃과 식물이 심어지면서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죠. 하늘이 맑고 바람도 선선한 가을, 서울부터안동까지 먼 길 오느라 지친 팸투어단을 위해 여행의 첫 코스로 그라스원을 정한 건 좋은선택이었어요.
핑크뮬리 군락지를 거니는 팸투어단
가을맞이 단장이 완료된 핑크뮬리 속 팸 투어단
다들 핑크뮬리 덕분에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거든요. 핑크뮬리 사이의 산책로를 거닐기도하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니 그간의 피로가 가신 듯했어요. 팸투어단 모두 즐거워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에서 온 ‘리카’씨는 유독 들떠 보였는데,핑크뮬리를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색감에 반했대요. 저를 포함한 팸투어단은 모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동안 그라스원의 분홍빛 광경에 흠뻑 빠져있었어요.
그라스원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운흥동 300
- 문의: 054-840-5108(안동시청 수자원정책과 수변관리팀)
- 운영시간: 00:00~24:00, 연중무휴
| 안동의 명물, 안동구시장 찜닭골목
안동구시장 입구에서 촬영한 단체사진
안동구시장 거리 풍경
여행의 즐거움을 배로 느끼게 해주는 건 맛있는 음식 아닐까요? 팸투어단의 배꼽시계가 울릴 때쯤 안동 음식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찜닭을 맛보러 안동구시장으로 향했어요. 안동구시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안동에서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금은 찜닭골목으로 더 유명한 곳이에요. 찜닭 먹으러 왔다가 시장 구경하는 사람들로 항상 바글바글하죠.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데도 K-관광마켓 10선에 선정될 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은 시장이에요.
먹음직스러운 안동찜닭
찜닭 조리체험 중인 팸투어 단원
찜닭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직접 찜닭을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팸투어단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외국에선 보통 닭을 튀기거나 굽는 것에 익숙하잖아요. 반대로 안동찜닭은 닭고기만의 담백함을 살릴 수 있도록 닭을 쪄내고, 거기에 매콤달콤한 한국식 양념과 아삭한 야채,쫄깃한 당면까지 더했으니 모두 놀랄 수밖에요. 필리핀에서 온 ‘에롤’ 씨는 평소 한국의 치맥을 즐기지만 매콤하고 달콤한 안동찜닭도 색다른 별미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라고요.
전통시장 체험을 위해 지급한 온누리 상품권
자유롭게 안동구시장을 구경 중인 팸투어단
자유롭게 안동구시장을 구경 중인 팸투어단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안동구시장을 자유롭게 구경할 시간도 가졌어요. 팸투어단에게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을 나눠주자 다들 한 번 더 놀라워했죠. 카드나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제도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나 봐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활기찬 안동구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안동시장 찜닭골목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번영길 30(남문동)
- 문의: 054-858-9002(안동구시장 시장상인회)
- 운영시간: 09:00~22:00 상설시장
안동에서 찾은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만휴정
만휴정 외나무다리
만휴정 담벼락에서 촬영한 단체사진
한국에 왔는데 K-드라마 촬영지를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법. 아마 K-드라마 팬이라면 만휴정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바로 2018년에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하기 때문인데요. 유진 초이(이병헌 분)과 고애신(김태리 분)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라는 명대사를 나눈 곳으로도 유명해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속으로, 명대사 포토존
만휴정에 가려면 산속 깊숙한 계곡 길을 따라 걸어야 해요. 우거진 나무와 맑은 공기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외나무다리가 보이는데 그 너머에 만휴정이 있죠. 만휴정을 한자 그대로풀이하면 ‘만년(晩年)에 쉬는 정자’라는 뜻인데, 조선 전기 문신 김계행이 고향인 안동에 내려와 살기 위해 지은 누각이라 붙은 이름이에요. 아마 다들 이 광경을 직접 보면 노년을 만휴정에서 보내고 싶었던 늙은 문신의 마음이 이해될 거예요. 정말 자연의 멋이 오롯이 느껴지거든요.
인증샷은 필수
하나 아쉬운 점은 포토 스팟으로 유명해진 이후로 주말이나 휴일엔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이에요. 이날도 방문객이 많았는데, 많은 인파에도 다행히 투어단은즐거워했어요. 특히 몇몇 단원은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인 것을 알고 인증 샷을 찍기위해 긴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았죠. 기다림도 즐겁게 만드는 풍경이라니, 실제로 꼭 보고 싶지 않나요?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외다리나무 주변으로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거예요.사진을 찍다 보면 주변을 보기 힘들 테니 계곡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계곡 위 바위에서 바라본 외나무다리
조금 더 특별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꿀팁 하나 남길게요. 외나무다리를 건너지 말고 숲길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 보세요. 그러다 보면 큰 바위가 보이는데, 그곳에서만휴정과 외나무다리, 계곡이 한 컷에 한 번에 담기는 멋진 풍경 샷을 남길 수 있답니다.
만휴정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길 42
- 문의: 054-852-6800(경상북도 종합관광안내소)
- 운영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30~17:30
| 조선시대의 서원에서 즐기는 커피와 운치, 묵계서원
묵계서원
묵계서원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팸투어 단원들
오래 돌아다녀 목마르고 다리도 아플 팸투어 단원들을 위해 마지막 코스를 준비했어요. 바로 만휴정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묵계서원인데요. 묵계서원은 만휴정을 지은 김계행이옥고를 모시기 위해 세워진 서원으로, 한때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다시금 복원된곳이에요. 이렇게 오래된 서원의 한쪽에 묵묵히 ‘카페 만휴정’이 자리하고 있죠.
카페 만휴정 입구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 만휴정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 만휴정
원래 경북은 선비의 고장으로 불려 서원이 많은 지역이지만, 안동의 묵계서원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예요. 묵계서원을 관리하던 안동김씨 묵계종택 건물인 만휴정의 대청마루와 부엌을 카페 공간으로 만든 것이 ‘카페 만휴정’이니까요. 고택의 형태는 그대로 보존하되 서원의조용한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재탄생시킨 거죠.
모두 카페 만휴정의 장점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겠지만 여기는 맛도 훌륭해요. 아메리카노와 라테는 물론이고 배·도라지·생강·대추를 우려낸 전통차와 안동 풋사과로 만든 안동 사과빵, 참마를 이용한 약과와 찹쌀도넛 등 안동의 개성이 가득 담긴 색다른 디저트까지 아쉬운메뉴가 하나 없어요. 눈이 즐겁고 싶어서 들렸다가 입까지 만족하고 가는 곳이죠.
가을풍경이 기대되는 카페 만휴정
전통 건물을 카페로 활용한 점이 낯설어서일까요? 팸투어 단원들은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다가도 어느새 카페와 서원 주변을 둘러보는 데에 열심이더라고요. 사실 한옥카페는 우리에겐익숙한 풍경이지만, 아마 외국인의 시선에선 꽤 신기해 보일 거예요.
열심히 카페 만휴정을 둘러보는 팸투어 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어요. 지금은 오색 단풍으로 물든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기엔 이른 시기거든요. 하지만 뭐, 괜찮아요. 향긋한 안동의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끼기엔 충분한 하루였을 테니까요.
묵계서원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국만리길 72
- 문의: 054-840-5225(안동시 문화유산과)
- 운영시간: 카페 만휴정 09:30~17:40, 마지막 주문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