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비가내리더니 일요일은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점심을 먹다가 계획에 없던 남한산성옛길이 생각 났다. 동선이 잘 안나와서 절반만하고는 잠시 잊고 있던 스탬프북을 찾아 꺼내든다. 남한산성옛길 스탬프북은 두껍기도 하고 크기도 엄청 크다. 접혀있으니 한양도성길 스탬프 찍는 용지보다는 작지만......
이동거리도 멀고 시간이 조금 애매했지만 일단 집을 나선다. 적어도 북문구간(연자마/광주향교)만이라도 찍고 오자는 생각으로 마천역으로 간다. 전에 산악회를 따라 서문쪽으로 올랐던 기억을 더듬어 마천역1번 출구로 나간시간이 오후2시. 토성산성 안내판이 있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을 따라 도로를 걷는데 벌써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다행히 이 시간에 오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서문으로 오르는 길은 엄청 가팔랐던 기억을 더듬으며 각오를 단단히 하고 버스종점이 있는 만남의 장소를 지나 좁은 음식점 골목을 지나니 '여기서부터 하남시.'라는 팻말이 있다. 공사중인 고가도로 밑 학암천을 지나 전에 갔던 성불사쪽이 아닌 청운사를 들렸다가 계속 올라가니 등산복파는 곳이 있고 조금 더가면 오른편 담벼락에 서문구간 감이동 스탬프가 있다. 지난번엔 차가 세워져있어서 못보고 지난친 곳이다.
남한산성 옛길은 동선도 문제지만 힘들게 길을 찾아 간다해도 처음 걷는 사람은 스탬프가 찾기 쉽지않은 곳에 있어 놓치기 십상이다. 남문구간에서도 위례동 주민센터(하남/성남)을 찾아 한참 알바를 했는데 정작 스탬프는 엉뚱한 곳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잠시후 화장실과 먼지털이개가 있는 산행들머리가 나온다. 오늘은 서문쪽이 아닌 수어장대로 오르기로 한다. 이정표상 2.1Km로 서문방향보다 약 300m이상 더 길지만 새로운 길을 택한다. 서문방면 등로보다는 조금은 나은 길이다. 가파르기는 별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오른편에 졸졸졸 계곡 물소리도 들리고 이 쪽 길이 걷기엔 더 좋은 것같다.
엄청난 계단을 지나 마지막 능선사거리에 힘겹게 올라서 잠시 목을 축이고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여기서 무심코 직진하면 삼천포로 빠지니 좌측으로 좀 더 올라야 한다. 얼마 안가서 산성이 보이니 반갑다. 이정표에 좌측으로 가면 서문이라고 되어있고 우측이 수어장대란다. 성곽따라 우측으로 몇발자국 가니 매우 좁은 암문이 하나 있는데 성안으로 들어가보니 전에 몇번이나 지나쳤던 제6암문이다. 남한산성 오르는 새로운 길을 하나 더 알게된 뿌듯한 순간이다.
오늘은 가시거리가 엄청 좋다. 한강의 물줄기와 다리들, 남산의 서울타워까지 선명히 보이고 멀리 계양산도 보인다. 관악산, 청계산은 물론 북한산 주봉들도 깨끗하게 보인다. 모처럼 시원한 전망을 바라보며 성곽따라 조금 진행하니 수어장대가 있다. 급히 나오느라 충전을 못한 배터리 상태를 고려해 가급적 사진을 찍지 않고 지나간다.
북문으로 바로 갈까하다가 일단 국청사를 거쳐 종로로 내려선다. 세계문화유산센터에서 스탬프를 미리 찍고 스탬프북(남한산성옛길/성남누비길)과 지도를 몇개 얻어서 다시 돌아나오니 종로에서 북문은 그리 멀지 않다. 이제 연자마와 광주향교를 향해 내려간다. 길을 지그재그로 돌려놓아 서문보다는 좀 낫지만 이 곳도 경사가 만만치는 않다. 기나긴 데크길을 내려서서 덕풍천을 따라 마을길로 내려온다. 혹시나 길을 놓칠까 스탬프를 지나칠까 주의깊게 살펴가면서......
마침내 하비비란 공장을 지나니 전봇대위에 높이 걸린 이정표에 우측이 위례둘레길(연자마)로 되어있다. 이 삼거리에서 무심코 가다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연자마에서 스탬프를 찍고 나서 다시 돌아 내려와 한참을 더 내려가다가 샘골입구에서 우회전해서 덕풍천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 곳도 자칫 놓치기 쉽게 진행방향에서 이정표가 잘 안보이는 곳에 있다. 이제는 덕풍천만 따라가면 된다. 약 8Km를 하염없이 걷는다.
덕풍천 상류쪽은 특이하게 벚나무보다 매화나무가 쭉 심어져있고 매화꽃이 한창이다. 얼핏보면 비슷해서 가끔 헷갈리지만 줄기와 꽃을 잘 관찰하면 이젠 제법 매화와 벚꽃이 구분된다. 한참을 내려오니 '고골'이란 마을이 나오고 길가엔 온통 플랙카드 천지다. 하남교산신도시 건설에따른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다. 원주민들을 몰아내는 개발은 이제는 그만해야 되는데 이 곳마저도...... 아파트, 도시화 대신 그냥 옛마을로 잘 보존하는 방법은없는 걸까. 그동안 그린벨트로 지켜온 자연인데 이제와서 지자체의 경제논리에 다 훼손되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또 길도 놓치고 스탬프를 지나칠라. 정신차리고 가야지 ...... 아니나 다를까 덕풍천변 우측 길에서 다리건너 덕풍천 좌측 도로로 길이 바뀐다. 덕풍천을 낀 자전거 도로를 한참 걷다보니 마침내 왼편쪽으로 도로건너편에 광주향교로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저 앞쪽에 사거리가 있다. 여기서 반가운 마음에 광주향교로 들어섰다간 스탬프를 찾아 헤메기 십상이다. 스탬프는 사거리 다리옆 모퉁이 나무아래 덕풍천변에 놓여 있으니까.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마지막 스탬프를 찍고 도로 표지판을 보고 서울방향으로 조금 가니 '광주향교역' 버스정류장이다. 정류장 전광판 시계가 6시를 지나고 있으니 약 4시간 이상 걸은 것이다. 버스는 5호선 둔촌역까지 가는 마을버스 01번과 2호선 잠실역까지 가는 30-5번 둘 뿐이다. 먼저 도착한 30-5번을 타고 최근에 새로 연장 개통된 9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린다.
급행을 탔는데도 집에오니 8시가 다 되가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이렇게 남한산성옛길 스탬프 미션이 끝났다. 이제 다시 남한산성으로 가져가서 인증신청만 하면 된다. 최근엔 우편으로도 된다지만, 어차피 장경사, 망월사, 벌봉 등 남한산성 탐방코스중 유일하게 아직 못가본 3코스를 가봐야 하기에......
배터리로 인해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연자마까지 찍은 것도 다행이다. 덕풍천 길과 광주향교 사진은 없지만 스탬프는 놓치지않고 찍어왔으니 만족한다. 피곤하지만 속은 후련하다. 별것도 아닌 남한산성옛길을 이제라도 끝냈으니...... 현재 길동무와 함께하는 평화누리길과 두 코스만 남겨둔 성남누비길을 끝내고나면 고양누리길을 걸을 것이다. 그리고 시흥늠내길, 그 다음은......?
첫댓글 달그림자(M.L)님의 南漢山城 옛길 두번째 길나섬을 축하합니다.
서울 馬川역에서 하남시 감이동 쪽으로 올라 청운사(왼쪽의 성불사는 없어졌습니다) 西門 쪽 산행길을 남한산성 옛길 코스보다 약간 긴 '유일천'으로 우회해서 서문에 올랐군요. 4시간 넘은 북문(全勝門) 지나 나무 데크 계단길을 보니 지난 2월 17일 오른쪽 발목을 살짝 접질러서 달포 가량 고생했던 생각이 납니다. 일단 남한산성 옛길 스탬프 11개는 모두 날인했지만 또 3차 길나섬 하신다구요? 앞으로도 계속하여 멋진 트레킹 하시길 빕니다.
유일천길이 개인적으론 조금 더 좋아 보였습니다. 눈쌓인 데크길에서 삐끗하셨군요. 지금은 괜찮으신 거죠? 데크가 군데군데 낡아서 덜렁거리긴 하더군요. 성남누비길까지 마치면 날 잡아서 한번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
달그림자님 ! 제가 성남누비길을 빡세게 누비던 날에 남한산성 옛길의 보람찬 종주를 마치셨군요 ~
마천역에서 우익문을 거쳐 다시 전승문에서 연자마를 들리시고 광주향교까지의 발걸음을 즐감하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발걸음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방금 6구간 청계산길 끝냈습니다.^^
@달그림자(M.L) 흐린 날씨에 제6구간 청계산길 완주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다행히 비는 잘 피하신 것 같습니다~
푹 쉬시기 바랍니다 ~
@santajeon 예상보다는 걸을만 하더군요.
소수정예라 진행이 조금 빨라 비오기전에 마칠 수 있었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