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나면
"내 말을 듣는 이는 편안히 살고 불행해질 걱정 없이 평온히 지내리라."
(잠언 1.33)
'하룻밤 푹 자고나면 아침에 일어나면 괜찮아 질 것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곧 잘 하시던 말씀입니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정말 작
은 기적처럼 새 아침이 오고 아프던 머리가 또 쓰라린 발가락이 말끔하
게 나아 있습니다. 걱정 말아라. 걱정 말아라. 하룻밤만 자고나면 괜찮
아 질것이다. 그렇게 해서 많은 아침이 오고 또 오고 아팠던 일들은 앵
두나무 가지를 흔들고 지나기는 바람처럼 멀리 멀리 가 버립니다.
연필이 부러져 속상해 하거나 강아지가 죽어서 슬픈 일이 생길 때도
어머니는 말하십니다. '얘야,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아무렇지도 않
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 베개를 적셨던 눈물 자국이 마르듯이 밤사
이에 근심들은 다 날아가 버리고 새벽의 창가에는 흰 종이장 같은 아침
햇살이 펼쳐지곤 합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난 다음부터, 아침저녁으로 읽는 신문의 굵은 활
자와 도시의 우중충한 겨울 하늘을 덮는 자동차의 매연을 보고난 다음
부터 날마다 달음박질하는 사람들의 물결 속을 헤엄치고 난 다음부터,
다시는 그런 기적 같은 아침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또 다시 몸과 마음은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 갑니다. 그런데도
그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어도 숨막혀오는 무엇인가는 지워지지 않
습니다. 지금의 이 아픔이 이 괴로움이 그 옛날 어머니의 말씀처럼 하
룻밤만 자고나면 말끔하게 잊혀지는 것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