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殊常)
행동이나 사람이 좋지 않은 점에서 의심이 가는 상태에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殊 : 다를 수(歹/6)
常 : 항상 상(巾/8)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여파로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야 했던 발길은 서글펐을 테다. 그런 심정을 읊은 시조가 있다. 김상헌(金尙憲)의 작품이다.
한국사에서 절개와 지조의 한 상징이다. 그 상징은 숭명배청(崇明排淸)이다. 그가 삶은 조선시대의 가장 험난한 격동기다. 82년에 걸친 긴 생애동안 김상헌은 임진왜란(壬辰倭亂)과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모두 겪었다.
전쟁으로 목숨까지 잃은 수많은 사람들 보면서 그히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노령에 청의 심양(瀋陽)까지 압송된 것 등 여러 사실은 그가 적지 않은 육체적, 정신적 역경을 거쳤음을 알게 한다.
가노라 三角山아 다시 보쟈 漢江水야
故國山川을 떠나고쟈 하랴마난
時節이 하 殊常하니 올동말동하여라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동 말 동 하여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한 ‘수상(殊常)’이라는 단어는 한 때 많이 쓰였다. ‘수상한 사람은 간첩이니 신고하라’던 1960~1970년대 반공 포스터에서다. 따라서 이 말은 이상(異常)이라는 낱말과 맥락이 같다. 보통의 상태나 행위 등과는 다른 그것이다.
토대를 이루는 글자는 常(상)이다. 이 글자 초기 모습은 대개 치마를 비롯한 복장과 함께 등장한다. 보통은 치마를 일컬었다고 한다. 바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 무렵이라고 했다. 따라서 치마를 지칭하는 裳(상)과 같은 글자로 보기도 한다.
常(상)은 그로부터 평범함, 보통의 의미를 얻었다. 늘 입는 옷차림이라는 맥락에서다. 그로써 이뤄지는 단어는 매우 풍부하다.
먼저 일상(日常)이 그렇고, 범상(凡常), 평상(平常), 항상(恒常) 등이다. 심상(尋常)도 마찬가지다. 단지 尋(심)이라는 글자가 예전에는 길지 않은 길이, 크지 않은 면적을 가리키는 단위 개념이었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그 반대로 등장하는 단어 행렬도 제법이다. 우선 이 글의 제목인 수상(殊常)은 평범한 상태(常)와는 다른(殊) 모습 등을 가리킨다. 이상(異常)도 그렇고, 비상(非常)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괴상(怪常)이라고 적을 때도 있다. 모두 정상(正常)이 아니라는 뜻이다.
철학적인 덧붙임도 있다. 늘 변하지 않아 한결같은 그 무엇, 따라서 원칙과 정도(正道)의 뜻이다. 경상(經常)이라고 적을 때다. 이 글자는 여기서 경(經)과 함께 변치 않는 원칙, 바른길, 옳음, 진리의 의미다. 윤상(倫常)이라고 적어 사람이 지켜야 하는 도리를 나타내는 경우가 그렇다.
지켜야 할 그런 도리와 원칙을 쉽게 허물었다는 의심을 받아 대통령이 결국 탄핵의 절차에 접어들었다. 그로써 대통령을 중심으로 펼쳐져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정 전반이 수상(殊常)과 비상(非常), 이상(異常)의 상황에 봉착했다. 국가의 정상적인 운영에 여야 따로 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殊(다를 수)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죽을사변(歹=歺; 뼈, 죽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朱(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殊자는 ‘다르다’나 ‘뛰어나다’, ‘거의 죽다’, ‘유달리’와 같이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殊자는 歹(뼈 알)자와 朱(붉을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朱자는 속이 붉은 나무를 뜻하는 글자로 ‘붉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殊자는 본래 ‘참수(斬首)’나 ‘죽다’, ‘끊어지다’라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붉다’라는 뜻의 朱자와 ‘죽음’을 의미하는 歹자를 결합해 피를 흘리며 거의 죽어가는 사람을 뜻했었다. 그러나 후에 ‘거의 죽다’나 ‘다르다’라는 뜻이 파생되면서 지금은 ‘유달리’나 ‘특히’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殊(수)는 ①다르다 ②뛰어나다 ③거의 죽다 ④결심하다 ⑤끊어지다 ⑥죽이다 ⑦지나다 ⑧특히 ⑨유달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 다를 별(別), 다를 차(差), 다를 리(異)이다. 용례로는 행동이나 사람이 좋지 않은 점에서 의심이 가는 상태에 있음을 수상(殊常), 다른 나라를 수방(殊邦), 다른 곳을 수향(殊鄕), 익숙하여 솜씨가 좋음을 수련(殊鍊), 특별한 은혜를 수은(殊恩), 특출한 공로나 특별히 뛰어난 공훈을 수공(殊功), 뛰어난 힘을 수력(殊力), 유별나게 심함을 수심(殊甚), 남달리 뛰어나게 훌륭함을 수절(殊絶), 멀리 떨어진 지방을 수역(殊域), 특수한 공훈이나 빼어난 공훈을 수훈(殊勳), 특수하고 큼을 수무(殊懋), 특별한 보답을 수보(殊報), 특수한 인연을 수인(殊因), 특수한 은택을 수택(殊澤), 뛰어난 기술 또는 기능을 달리함을 수기(殊技), 목을 베어 죽임 또는 어떤 뜻을 이루기 위하여 죽음을 각오함을 수사(殊死), 여자들의 뛰어난 용모를 수색(殊色), 보통과 다른 특이한 풍속을 수속(殊俗), 특별히 뛰어남을 수승(殊勝), 특히 훌륭함을 수우(殊尤), 특별한 대우를 수우(殊遇), 가락이 특수한 음을 수음(殊音), 특별하게 색다름을 수이(殊異), 뛰어난 재주를 수재(殊才), 훌륭한 물품을 수품(殊品), 수상하고 괴이함을 수괴(殊怪), 딴 것과 다른 특수한 종류를 수류(殊類), 상서로운 조짐을 수상(殊祥), 빼어난 공적을 수적(殊績), 필사의 각오로 싸움을 수투(殊鬪), 오랑캐가 사는 먼 나라를 수황(殊荒), 특별히 권장하여 도움을 수장(殊奬), 특별히 귀여워함을 수총(殊寵), 특별히 다름 또는 그 모양을 특수(特殊), 특별히 뛰어남을 우수(優殊), 현격하게 다름을 현수(懸殊), 모든 것이 여러 가지로 다 다름을 만수(萬殊), 뛰어나게 훌륭함을 괴수(魁殊), 귀착점은 같으나 경로가 다름을 동귀수도(同歸殊塗) 등에 쓰인다.
▶️ 常(떳떳할 상/항상 상)은 ❶형성문자로 㦂(상)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건 건(巾; 옷감, 헝겊)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尙(상; 더하다)으로 이루어졌다. 아랫도리에 입는 속바지 위에 받쳐 입는 긴 치마라는 뜻에서 길다, 전(轉)하여 오래 계속하다, 항상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常자는 ‘항상’이나 ‘일정하다’, ‘변함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常자는 尙(오히려 상)자와 巾(수건 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常자는 본래는 ‘치마’를 뜻했던 글자였다. 그래서 常자는 집을 그린 尙자에 ‘천’이라는 뜻을 가진 巾자를 결합해 집에서 항시 두르고 있던 옷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집에서 항시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항상’이나 ‘변함없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은 尙자에 衣(옷 의)자가 더해진 裳(치마 상)자가 ‘치마’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常(상)은 ①떳떳하다 ②항구(恒久)하다, 영원(永遠)하다 ③일정하다 ④범상하다, 예사롭다, 평범하다 ⑤숭상(崇尙)하다 ⑥(변함없이)행하다 ⑦항상(恒常), 늘, 언제나 ⑧늘 ⑨일찍이(=嘗), 애초에 ⑩도리(道理) ⑪법도(法道), 규율(規律), 통례(通例) ⑫평소(平素), 평상시(平常時) ⑬범상(凡常) ⑭길이의 단위(單位) ⑮천자(天子)의 기(旗) ⑯나무의 이름 ⑰땅의 이름 ⑱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떳떳할 용(庸), 떳떳할 이(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나눌 반(班)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을 상임(常任), 항상 살고 있음을 상주(常住), 두루 많이 있는 일을 상례(常例), 늘 준비하여 둠을 상비(常備), 늘 고용하고 있음을 상용(常傭),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근무함을 상근(常勤), 보통 때의 모양이나 형편을 상태(常態), 임시가 아닌 관례대로의 보통 때를 상시(常時), 일반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보통의 지식을 상식(常識), 날마다 보는 업무나 보통 업무를 상무(常務), 떳떳하고 바른 길을 상궤(常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나 시설을 갖춤을 상설(常設), 늘 하는 버릇을 상습(常習),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 또는 맡은 사람을 상임(常任),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을 심상(尋常), 내내 변함없이나 언제나 또는 자주나 늘을 항상(恒常), 날마다 또는 늘이나 항상을 일상(日常), 예사롭지 않고 특별함을 비상(非常), 정상이 아닌 상태나 현상을 이상(異常), 특별한 변동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정상(正常), 특별하지 않고 예사임을 통상(通常), 계속하여 그치거나 변하지 않음을 경상(經常),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을 범상(凡常), 괴이하고 이상함을 괴상(怪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 또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인지상정(人之常情),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집에서 먹는 평소의 식사라는 뜻으로 일상사나 당연지사를 이르는 말을 가상다반(家常茶飯), 만년이나 오래도록 항상 푸르다는 뜻으로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말을 만고상청(萬古常靑), 덕을 닦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는 뜻으로 마주치는 환경이나 마주치는 사람 모두가 수행에 도움이 됨을 이르는 말을 덕무상사(德無常師), 언행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일정하지 않거나 일정한 주장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반복무상(反覆無常), 열에 아홉이란 뜻으로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이 된다는 뜻으로 거의 다 됨을 가리키는 말을 십상팔구(十常八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