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과 롯데 홍성흔의 타격왕 전쟁이 시즌 막판 불을 뿜고 있다. 이름하여 ‘리(厘)의 전쟁’. 15일 현재 박용택은 타율 0.381로 1위를 달리고 있고.홍성흔은 0.376으로 추격하고 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5리. 국내 프로야구에선 타격왕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진 시즌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타격왕 타이틀의 주인이 가려진 경우도 있었고.소속팀 선수의 타격왕 타이틀 획득을 돕기 위해 라이벌의 타격 기회를 고의4구로 원천 봉쇄한 감독도 있었다. 타율 관리를 위해 시즌 막판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타이틀을 손에 넣은 타자도 있었다.
◇1990년의 현미경 접전
가장 치열했던 타격왕 전쟁이 펼쳐진 시즌은 1990년. 타격왕을 차지한 해태 한대화(0.33493)와 빙그레 이강돈(0.33486)의 차이는 7사(絲) 차에 불과했다. 노찬엽도 시즌 막판까지 타격왕 경쟁의 한 축을 이뤘다. 자고나면 타격 선두가 바뀌는 숨막히는 접전이 계속됐다. 노찬엽이 먼저 경기를 마쳐 0.333을 기록.타이틀 획득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이강돈이 4타수 2안타를 기록해 타격 선두로 올라섰고.3위였던 한대화가 2경기에서 안타 4개를 때려 역전에 성공하며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고교선후배 선의의 경쟁
이어 1991년에는 대구상고 선·후배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타격왕 경쟁을 벌였다. 1위 빙그레 이정훈(0.348)과 2위 롯데 장효조(0.347)의 차이는 단 1리. 시즌 최종전으로 치러진 맞대결에서 빙그레 김영덕 감독은 장효조를 거푸 4구로 거르게 해 이정훈에게 타이틀을 안겨줬다. 김 감독은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철학(?)으로 이정훈의 타이틀 획득에 직접적으로 지원했다. 이로 인해 장효조는 개인통산 다섯번째 타격왕 등극할 기회를 눈앞에서 날렸다. ‘안타제조기’ 장효조는 이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얼룩진 대결
1984년 타격왕 결정 과정에도 김 감독이 깊숙히 개입했다. 당시 삼성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소속 선수 이만수와 롯데 홍문종이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벌이자 마지막 맞대결 2연전에서 투수들에게 홍문종을 고의4구로 거르도록 했다. 그래서 탄생한 기록이 9연속타석 고의4구. 이만수에게 타격 타이틀이 돌아가게 했다. 이만수는 덕분에 홈런.타점.타율 선두에 올라 사상 첫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이만수(0.340)와 홍문종(0.3388)의 타율 차는 1리2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만수는 롯데 최동원보다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도 최우수선수(MVP ) 선정 기자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KIA 이현곤(0.3377)과 삼성 양준혁(0.3371)의 2007년 타격왕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죄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6모 차로 타격왕 주인이 가려졌다. 2000년 현대 박종호(0.340)와 두산 김동주(0.3383).SK 브리또(0.3376)가 펼쳤던 수위타자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돼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박시정기자 char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