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믿는 사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믿는 사람들이다. 인간의 행위 중에 믿음만큼 매력적이고 강한 것은 없는 거 같다. 성인들이 남긴 업적과 목숨까지 내놓은 순교자들의 삶이 그것을 증언한다. 그러면서도 믿음만큼 공허한 것도 없는 거 같다. 믿음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성체성사 교리가 그중 하나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아무리 집중하고 온 마음을 끌어올려도 성체는 보잘것없는 작은 빵이고 성혈은 평범한 포도주다. 간혹 성체가 피가 흐르는 살덩어리로 변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게 속임수인지 그 사람의 초능력인지 나는 모른다. 게다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성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체는 끝까지, 그것이 부서져 내 위장으로 들어가서도 빵이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살과 피로 변하지 않아야 성체와 성혈이다. 성체와 성혈은 사제가 미사 중에 축성한 빵과 포도주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의 살과 피다. 미사 중에 사제가 축성하더라도 빵과 포도주의 외적인 모습은 그대로지만 그 실체는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한다. 그 빵과 포도주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의 살과 피라는 걸 증명할 길은 없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예수님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기 어렵거나 믿지 못했을 거다. 나라도 그랬을 거 같다. 하지만 그분이 일으키신 기적들을 보고 예언자들이 말한 메시아 시대가 되면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록을 기억한다면 그들은 그분을 알아봐야 했다. 앞 못 보는 이가 보고, 다리 저는 이가 온전해지고, 죽은 이가 되살아나면 메시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분의 얼굴과 차림새는 옛날 동네 꼬마 동네 친구였지만 그분은 구세주 메시아라고 믿어야 했다. 예수님은 우리와 다른 육체를 지니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은 남다른 믿음을 지니셨다. 죽을 정도로 아버지 하느님께 순종하시고 신뢰하셨다.
나는 믿는다. 내 믿음을 더 굳건하고 깊고 순순하게 해주시기를 청한다. 빵이 주님의 살로 변하고 포도주가 주님의 피로 변한다고 믿는다면, 원수까지 사랑하고 나를 괴롭히는 이를 위해 기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예수님의 직접적인 계명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나온 사회교리도 믿고 따른다.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을 믿는다.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사랑해야 하는지, 귀찮고 힘들어도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면서도 그렇게 하고 최소한 그러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수 있다. 나중에 하느님 앞에 서면 이 모든 게 다 환하게 밝혀진다. 입만 또는 발만 아니라 온몸과 마음이 그리고 온 삶이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란다.
예수님,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마르 9,24) 기적을 일으키는 믿음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주님의 현존을 알아보는 믿음을 청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믿고 더 가깝게 따르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