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예수) ‘잔인한 예수, 연약한 여인에게 돌 던지라고 사주’(언론)/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통일입니다’(김구) ‘김구, 통일에 눈멀어 민생과 경제 내팽개쳐’(언론)/ ‘신은 죽었다’(니체) ‘현 정권, 신이 죽도록 뭐 했나’(언론).”
우스갯소리였지만 “일본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며 비판 받고 있는 문창극 총리 후보가 떠올라 쓴웃음이 났다.
문 후보가 2011년 6월15일 서울 온누리교회 양재성전에서 했던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설교를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 고난을 허락하신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미신에 빠진 채 민중을 수탈했던 구한말 지도층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경고이자 공산주의 열강으로부터 이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한 원대한 계획 때문이었다.’
그는 외세의 침입에 맞서기보다
점쟁이의 말을 듣고 궁궐 밑에 솥을 묻었던 고종,
왕과 세자만 안전하다면 조선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명성황후,
경기도 양평에서 백성을 못살게 굴었던 이방 800명의 패악상 등을 조선후기 도덕적 타락의 예로 들었다.
하나님께선 구약에서 이스라엘 지도자와 민족이 방종하거나 우상을 숭배할 때 애굽, 앗수르, 바벨론, 블레셋 등 이방민족을 들어 징계를 내리셨다. 세계를 경영하시는 하나님께선 자기 민족이 죄를 향해 질주할 때마다 사랑의 ‘매’를 들으셨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교회는 이스라엘 민족의 수난사를 다룰 때 이방민족의 억압, 수탈, 식민지배, 식민사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하나님으로부터 마음이 떠났던 선민(選民) 이스라엘 민족의 패악과 회개,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본질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도 이런 취지에서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뜻이 ‘징계’가 아닌 ‘회복’ ‘희망’에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설교의 핵심은 “이스라엘 민족이 40년 광야 생활을 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갔듯 하나님께선 대한민국에 36년 고난을 거치게 한 뒤 독립을 허용하셨다”는 부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그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점은 이 땅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애달픈 사랑을 파악하고 동북아의 복잡한 지형 속에서 세계 일류국가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으론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영적 개념이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비판은 유튜브에 있는 설교 전체를 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종교부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