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인의 시 이야기]
유치환 시인의 시 <행복>을 읽고 나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하는 이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으려고 하지요. 그런데 유치환 시인은 사랑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내 사랑을 사랑하는 이에게 준다는 것은 나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내 사랑, 내 마음, 내 생각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니까요.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주면 더 큰 행복과 삶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는 이 시의 의미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이는 비단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은 아닙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었을 때 느끼는 행복 또한 매우 크지요. 봉사활동을 하거나 남을 도와주었을 때 느끼는 그 기분은 느껴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까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환해지며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기쁨이 뭉개구름처럼 솔솔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남에게 베푼 사랑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내가 베푸는 사랑은 곧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축복의 행위라는 것이지요.
사랑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이 시의 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또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사랑하고, 사랑을 베푸는 능동적인 삶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주십시오. 그것은 곧 자신을 위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