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잊은머리/1회용 교통카드를 아시나요?
‘내 잊은 머리좀 봐야, 내 또 잊은머리가...’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께서 깜박깜박 뭘 잊어먹으시고,소위 ‘치매’를 그렇게 말씀하셨다.
(2002 월드컵이 한창일때, 축구=공머리를 발로 톡톡차는 것이라 하시고, ‘골을 때려서 잠자게 하는 약’을 병원에서 주어서 지난밤에는 잘잤다고 말씀하셨다... 수면제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또는 몰라서일지....순우리말 활용을 이렇게 잘하시니, 한글협회에서 표창장 정도는 줘야하지 않을지...)
내가 요즘 부쩍 그 ‘잊은 머리’가 잦다.
얼마전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지갑이 없었다.
아침출근때, 옷을 갈아입으면서 지갑을 옮기는 것을 잊어먹은 것이었다.
지하철교통카드가 지갑속에 있는데 그날은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표를 사서 가야했다.
퀴즈 하나;
‘지하철역에는 매표소가 있다? 없다?’
‘1회용 교통카드는 버스환승이 된다? 안된다?’
가락시장역에서 남부터미널역까지는 요금이 얼마일까? 기본요금이면 될까? 1000원?
조금 여유있게 2000원만 가지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아무리 찾아도 매표소가 보이지 않았다.
직원을 찾아 매표소가 어디 있느냐 물었더니 1회용 교통카드발급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라고 하였다.
자동판매기에서 이르는 대로, 승차역에서 하차역까지 요금, 1250원을 넣었는데도, 승차권이 나오지 않았다.
뭣인가 잘못되었으려니 해서 하고 또하고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끝까지 표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직원을 찾아가 물었다.
직원;‘500원’을 추가로 넣으셔야 합니다‘
나; ‘500원? 왜?’
직원;‘일종의 보증금으로 내릴때 반납받으시면 됩니다’
나;@@@@???
교통카드발급기로 가서 다시 해보았다.
보증금으로 500원을 넣으라는 지시가 이미 떠있었고, 그에 따르니 1회용카드가 나왔다.
(어찌하여 그전에는 500원을 추가로 넣으라는 지시가 보이지 않았는지 지금도 알수가 없다. 이것이 나이들어간다 아니 이미 나이들었다는 확인일까?)
‘1회용교통카드 발급’ 대성공이었다.
무슨 어려운 시험합격만큼은 아니었지만, 되지 않던 일이 되었으니, 언뜻 야릇한 성취감같은 것이 들어왔다.
‘잊은머리’가 나이들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 가운데 하나이니, 집찾아가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결코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라더니 맞는 이야기다싶었다.
그래도...그래도...아무리 자연현상이라고는 해도, 역시 나도 나이들어가는구나싶어 마음한켠이 허전쓸쓸해졌다.
그런데...또 한편으로는....
지갑을 놓고 온 ‘잊은머리’가 없었다면 결코 만나지못할 새로운 일, 겪지못할 경험을 하였다 생각하니...세상일 참 재미있구나싶었다.
그 ‘잊은머리’때문에 또다른 세상과 만나게 되었으니 피장파장 쳐도 괜찮겠다싶었다.
천성이 우유부단한 나는 좌고우면하느라 새로운일을 저지르기 어려워하는데...그 ‘잊은머리’는 또다른 축복일 수 있으며 거기에 쏠쏠한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게되니 과히 나쁘지 않다는 것.
아니, 쎔쎔을 넘어서 오히려 남는 장사가 아니냐는 것.
'잊은머리'자주 찾아오는 꽃장년들이여, 홧팅!
그런데요...
그날 내릴때 보증금반환기에 그 카드 넣는 것을 또깜박 잊어먹어서 아직도 ‘500원’ 보증금을 반납받는 즐거운경험을 못해보고 잊고 살고 있다오.
나는 어쩔수 없이 확실하게 ‘잊은 머리’의 고수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좋아해야할지 아닐지요....
첫댓글 잊은 머리는 흰머리와 통하나? 가발을 새로 만들면 흰머리혼합비율을 많이 높일까 하는디....
"모임갔다 오는길에 금호아파트 들려서...." '오는길에 금호아파트!!'하고 외우며 종이쪽지에 써 놓았다. 모임갔다 오늘길에 당연히 사무실로 돌아왔다."다녀왔어?" "어딜?" "또 잊었어?" "당연하지잉..., 당신이 내 용량을 모르는구먼,그렇게 어려운 일을 시키면 워떡헌디야 " 방금 우리 부부가 나눈 대화이다. 이젠 아예 역으로 뻔순이가 되어간다.
그런데 1회용은 환승은 안 되겠네요? 해답이 없어서...
현재로서는, 1회용은 환승불가하지만(불편하였다)...다른 정액권등과 형평성문제 있으므로...환승가능토록 해야할 것 아닐까?(물론, 환승으로 인한 추가요금은 충분하게 적립시킨다면..) 500원 보증금은 언제든지 반환받을 수 있게 하면 되고...
너무 신경쓰지 말게나, 어렸을 때에도 그런 실수들이 가끔 있었을텐데.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