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배 허주님의 카톡에서]
약을 팔지 않으려는 약사
-빈배 허주-
골목 어귀에 약국이 있다. 몇 년 사이에 주인이 세 번쯤 바뀌었는데, 이번에 간판을 건 사람은 꽤 오래 하고 있었다.
먼저와는 달리, 어쩐 일인지 약국 안 의자에는 동네 아줌마들 여럿이 수다를 떨며 앉아 있었다.
안을 들어다보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수더분한 인상의 여주인 약사가 아줌마들과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약국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듯했다.
약국 여주인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따라 머리가 아파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고 오는 길이였다.
반갑게 맞아주는 약사에게 "두통약을 달라"고 했더니, 머리를 만져보고 "좀 쉬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찬 보리차를 머그컵에 따라주었다.
그러면서 "되도록 약은 먹지 말라"고 한다. 생각지도 않은 처방에 의아해서 나는 잠시 약사를 바라보았다.
약국을 나와 집으로 오는데, 더위 속에서 한 줄기 소나기를 만난 듯 심신이 상쾌해졌다. 그 후로 자연스럽게 약사와는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외출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면 그 약국을 지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유리창 안으로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약사의 차분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약만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힘든 일이나 기쁜 일이 있으면 약사에게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약사는 상담사는 아니다. 그저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이다.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약사, 약으로만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치유해 주니, 약국은 날로 번창하는 것 같다.
명의 편작(扁鵲)의 도량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살려 낸다는 위나라의 유명한 의사입니다. 두 형도 모두 의업에 종사했습니다.
왠일인지 삼형제 중 유독 편작만이 명의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편작에게 물었습니다. "그대 삼형제 가운데 누가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
편작이 대답을 했습니다. "큰 형님의 의술은 세상이 다 알아줍니다.
그리고 저의 의술은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형제 중에 가장 뒤떨어집니다."
명의로 이름난 자기 의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말에 임금은 그 이유가 궁금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편작! 자네 이름이 백성들 사이에서 더 알려져 있지 않느냐?"
편작은 바로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은 병이 깊은 환자들에게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저의 행동을 보고,
제가 자신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가 명의로 소문난 것입니다."
임금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형들은 왜 명의로 소문이 나지 않는 것이냐?" "
둘째 형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그것이 병임을 먼저 알고 치료해 줍니다.
환자는 형이 자신의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큰 형은 상대방의 얼굴빛을 보고,
장차 병이 들 것이라고 짐작하고 병의 원인을 미리 제거해 줍니다.
그러니까 아프지도 않은 사람을 치료해 주니,
그들은 큰 형이 자신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임금은 아하! 그렇구나!
백성에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편작의 형들처럼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야 훌륭한 사람이다.
유명한 사람과 훌륭한 사람은 다르구나!
.
내 그럴 줄 알았다.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삶의 곡절을 많이 겪었다고 해서 각별한 지혜가 생기는 건 아니다." 고 했지만, 이는 겸양이다.
오랜 세월 삶의 굽이와 바닥에서 길어 올린 인생의 지혜는 노년의 '특권'이다.
학력의 높고 낮음도 없다.
초등학교도 못 나온 100세 할머니에게 '역대 대통령 중 누가 가장 좋았냐?' 여쭸다가 핀잔을 들었다.
“한 이불서 자고 일어나는 서방 속도 모르는데 멀리서만 본 대통령 속을 내 어찌 아누."
“밤을 낮이라 하니 그렇지. 터널의 끝은 보이질 않는데 참모들은 '곧 끝난다.'며 현혹하니 빡구도 못하고 그저 달리는 수밖에."
요즘 대통령 얼굴빛이 어두워 보인다는 말에 동네 어르신의 촌평은 정곡을 찔렀다.
손혜원의 거짓말
근래의 압권은, 목포 만호동에 산다는 칠십 대 김치 상인의 일성이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받아 가족과 지인에게 건물 21채를 사게 했다는 검찰 발표 직후였다.
"내 그럴 줄 알았당께.“
그러고 보니 손 의원과 '장자연 사건 유일한 증언자'라는 윤지오씨 사이엔 닮은 점이 많다.
맷집이 우선 장부(丈夫)급이고, 후원금을 쓸어 모을 만큼 군중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재능을 지녔다.
언론 플레이에도 능하다. 자신과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매체와 손잡고 여론을 뒤흔드는가 하면
, 호통과 협박으로 언론을 기죽일 줄도 안다. 막강한 '호위무사'를 대동하는 능력도 비슷하다.
탈당 선언 자리에 손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의 호위를 받았고,
윤씨는 국회의원들을 병풍막으로 세우다 못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는 청와대 지시까지 받아냈다.
두 사람은 현재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만호동 노(老)상인만큼은 아니지만, 손 의원과 윤씨의 허언(虛言)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손 의원의 하청공으로 살다시피 한 나전칠기 장인을 인터뷰한 본지 기사가 파장을 일으키자
'조작이네' '고소하네' 펄펄 뛰던 손 의원 측은, 2시간 인터뷰의 전문(全文)이 있다는 사실에 잠잠해졌다.
윤지호의 거짓말
윤지오의 거짓말은 지상파의 돌려막기식 인터뷰를 통해 예고됐다.
장자연의 타살 가능성을 암시할 때 리스트에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이 있다.
상식 있는 국민은 그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손 의원과 윤씨가 이 프로그램들에 출연할 때부터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도 많다.
공정성이 생명인 지상파에서 권력을 일방으로 편들거나 거짓말을 확산시켜온 대표 방송들인 탓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고,
윤지오 경호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날아갔다.
"손혜원은 돈 아닌 문화에 미친 것" "윤지오의 의로운 싸움 지켜 줄 것"이라던 여당 의원들은
"우리는 그들을 모른다."며 숨어버렸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희생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은 아직도 큰소리치며 주위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고
개탄한 사람은 윤지오를 두 번이나 출연시키며
'눈물'을 닦아준 KBS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자 김제동씨다.
지난해 '헌법에세이'란 걸 펴내고 이렇게 썼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장
첫댓글 여러분의 댓글 [한마디]
글쓴이에게는 큰 위안과
보람입니다
어떠세요?
다음이 아니라
지금 바로부터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을다스려주는게 진짜 약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