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8편)
*모네타*
수술실에 들어간 작은 아버지는 12시간이
넘어서야 수술실에서 나와 중환자실로 직행했다
작은 어머니와 진석이가 환자를 볼려고 해도
저지하는 간호사들 때문에 하얀 시트에
가려진 창백한 얼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후에 간호사실에서 작은 어머니를 불러
환자의 상태가 아주 나빠 당분간은 누구도
면회를 할 수 없다고 하며
연락처를 적어놓고 집에 가서 기다리시면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연락하겠다고 한다
작은 어머니의 급한 마음에 환자의 상태를 물어도
그저 묵묵부답
현재로서는 무어라 드릴 말이 없단다
작은 아버지도 큰일이지만 작은 어머니도 걱정이다
저러다가 쓸어지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 진석이는 집으로 가서 기다리자고
권해보지만 작은 어머니는 중환자실 유리창으로
보이는 작은 아버지를 보며
조금 있다가 가겠다며 진석이 보고
공장을 챙기라며 가라고 한다
진석이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띠며
병원을 나선다
벌써 태양이 떠서 무척이나 덥다
병원에 올 때는 어두웠는데 병원 건물
외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르킨다
너무나 긴장했던지 온 몸이 나른해지고 더위에
땀까지 흘러내려 기진맥진해진다
근처 해장국집에서 해장국으로 아침겸 점심을 때운
진석이가 공장에 들어서니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있다
공장입구에서 들어온 자재를 검사하고 있던
영수가 진석이를 먼저 발견하고 공장밖으로
데리고 나가며 입에 손을 대며 아무 말 말라고 한다
영석이는 진석이를 데리고 근처 슈퍼 간이의자에
앉아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진석이의 말을 기다린다
한참 있다가 진석이는 짧게 요약해서 말을 한다
영석이도 굳어진 진석이의 표정을 보고
사장님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파악하고
더 이상 묻지 않고 유리컵에 따른 콜라만
한숨에 들이킨다
진석이는 궁금한 표정을 짓는 영석이에게 자세한
얘기는 공장일 끝나고 하자고 한다
진석이와 영석이, 영수를 제외한 모든 공장 식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하루의 작업을 서로의 인사로 마친다
공장옆에 마련한 샤워장에서 씻은 진석이와 영석이
영수는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호프집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며 경직되어 있고
조금 있으니 작은 아버지의 군대 후배인 체육관
관장이 달려온다
진석이는 알리지않고 자기들끼리만 해결할려고
했지만 영수의 제안으로 한 발 양보한 것이다
관장이 자리에 앉아 진석이 어제부터 오늘까지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조목조목 얘기한다
금시초문 이었던 관장님이 놀라고
암담했던지 하늘을 보고 한 숨을 짓는다
진석이는 모두에게 앞으로의 일을 말한다
‘사장님은 중환자실에 계셔서 언제 회복될런지
모르니 공장은 우리가 협력하여 운영해야 해
병이 회복되신다 해도 앞으로는 일하기가
어려울거야
다른 곳은 괜찮은데 가슴부위에 너무 깊게
칼을 맞은 것 같아‘
한숨을 짓던 영수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말한다
‘정말 큰 일이다
사장님이 있으실 적에도 공장사정이 점점
나빠만 갔는데 이젠 안 계시니.........‘
‘그래도 걱정만 하고 있으면 어떡해
주문 받은 물량이 반년 정도 있으니 그동안 우리가
나서 여기저기 알아봐야지
가만히 앉아 망할 수는 없잖아
사장님이 온갖 고생하면서 일으켜 세운 기업인데‘
영석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그래 잘 생각했다
우선은 주문 받은 물량으로 버티고 그다음은 천천히
생각하며 방법을 모색해 보자구나
그런데 형님이 빨리 쾌차해야 하는데...‘
관장님은 눈에 비친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오늘은 유난스럽게 날씨가 여름같지 않게
선선하다
파라솔 간이의자에 앉은 4명에게는 더위가 별로
심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할까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어두워지며 번개가 ‘번쩍’
소나기가 양동이로 퍼 붓듯 쏟아진다
4명은 얼른 파라솔을 나와 옆에 엉성하게 처진
비닐천막안 평상으로 옮겨 앉는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어?’
좀채로 화를 내지 않던 관장님이 진석이를 보고
성난 목소리로 묻는다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진석이가 굳은 얼굴로 말한다
‘관장님
관원들 중에는 이 지역 사람들도 있잖아요
또는 다른 공장 아이들도 있구요‘
영수가 도움을 구하며 간청하듯이 말한다
‘너희들이 말을 안 해도 나 나름대로 조사해볼려고
생각하고 있단다
시간은 얼마 걸릴지는 몰라도 알아낼 수 있을거야
내 생각에는 먼저 번 주문 온 사장님의
고향 후배가 도와준 물건
그것이 발단이 되지 않았을까?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 방향으로 조사해 볼려고
생각하고 있단다‘
관장님이 답답한 듯 앞에 놓인 사이다를
통째로 ‘벌컥벌컥’ 마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가 누구를 사주해서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밝혀주시고요
영석이와 영수는 공장식구들에게 말하면 안돼
사장님이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나
무조건 비밀이다‘
진석이가 다시 확인을 하자
영수와 영석이는 못 믿는 진석이가 불만이다
부르퉁한 얼굴로 고개만 까딱인다
작은 어머니는 매일 병원에서 사셨다
식사시간도 건너뛰고 중환자실밖에서 그냥
물끄러미 작은 아버지가 누워있는 희미한
모습을 바라보며 있었다
진석이가 다가가도 모른 채 멍한 표정으로
생을 잃은 사자의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안스러워 진석이가 병원을 찾을 때마다
근처에서 포장된 김밥이나 국밥 등을 권해보지만
아픈 작은 아버지를 놔두고 혼자만 먹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한다
점점 더 작은 어머니도 작은 아버지따라 야위워갔다
병원에 매일 병문안 오겠다는 영수와 영석이에게
작은 어머니는 오지말라며
공장을 지켜달라고 했다
진석이는 처음에는 매일 일 끝난 후
병원을 찾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먹기를 완고하게
거절하던 작은 어머니가 조금씩
곡기를 입에 대자 일주일에 3번만 면회를
왔다
사실 멀리서만 볼 수 있는 작은 아버지는 핑계
작은 어머니의 애쓰심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작은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계신 이후에도
여러 번 생사의 고비를 맞아
두 차례의 응급 수술을 더 받았다
나중에는 수술부위에 농이 생기고 칼에 찔린
심장부위의 장기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사랑하는 작은 어머니 딸 정란이
공장식구들을 보지 못한 채
가을 낙엽이 거리를 두껍게 덮을 때(만추)
하늘나라로 부모님과 진석이의 아버지를 찾아
돌아올 수 없는 긴 여행을 떠났다
얼마 안 되는 조문객을 뒤로 하고 화장한 뒤
진석이의 품에 안겨 남한강에 뿌려졌다
화장재가 뿌려지는 날
모두는 두견새처럼 밤이 새도록 슬피 울었다
돌아올 수 없는 분을 위하여
모두들 공장 기숙사로 돌아가고
진석이와 작은 어머니, 정란이만 미아리집에
앉아 있다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에 흰 비녀를 꼽은
사촌동생 정란이가 안쓰럽다
작은 어머니는 실성한 사람처럼 말이 없다
이젠 하도 울어 눈물도 안 나오는가보다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진석이가 말한다
‘작은 어머니
이젠 정란이를 위해서도 기운을 차리서야죠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는 다시 올 수 없잖아요‘
더 이상 집안 분위기를 놓아두었다가는 애궂은
작은 어머니마저 잃게 될까봐 한 말이다
작은 어머니는 아무런 말이 없고 천정만 본다
‘공장일은 걱정마세요
모두들 배가 곯더라도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관장님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했고요
생활비면 여러 가지 비용은 공장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제가 매달 드릴께요
정란아
너는 앞으로 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생기지 않든
무조건 일주일에 두 번이상 나에게 전화를 해야한다
그리고 돈이든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말해
안 그러면 혼날거야
오빠 화내면 알지?‘
진석이는 정란이를 단단히 욱박질러 항복을 받는다
‘알았어요
이젠 오빠밖에 믿을 사람 없으니...
오빠 엄마와 우리 버리지 마
알았지‘
정란이는 그 말이 서러워 눈물을 흘린다
울컥해진 진석이는
‘걱정마
오빠는 영원히 니 오빠이고 작은 어머니의 사랑스런
아들이야
저녁은 뭐라도 먹어야하잖아
어떡할거야‘
‘난 괜찮은데
우리 엄마는 무어라도 먹어야 해
장사내내 물밖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잖아‘
진석이는 밖에 나가 작은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신촌 초밥을 사와 강제로 작은 어머니에게
먹이고 작은 어머니가 잠이 들자
정란이에게 주머니에서 잡히는 대로 돈을
주며 생활비에 보태쓰라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겠다고 한다
정란이가 받던 피아노 레슨
다니던 언론정보 학원, 대학 등등
예전처럼 걱정말고 다니라고 한다
하루 일이 끝난 함박눈이 보송보송 내리던 날
진석이와 영수, 영석이, 관장님이 합의한
공장내 식구들 모임이 근처 돼지갈비집에서 있었다
모두들 자리에 앉아 숙연한 표정을 짓고
차려진 음식에는 누구 하나 먼저 손을
대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분위기가 경직되고 엄숙하다
상석에 관장님 영수 영석이와 함께 앉아 있던
진석이가 일어났다
‘으—음 너희돌 알겠지만 사장님은 불의의
변고를 당해 유언 한 마디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서 누가 왜 그런지도
누가 청부를 받아 한 짓인지도
알게 되었다
복수는 차후에 문제이고 우선 현안문제부터
해결하자
어제 작은 어머니를 찾아뵙고 상의를 했다
상의한 내용을 작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관장님과
영수와 영석이 그리고 우리 공장에서 맞형
규언이형과 상의도 했다
길게 얘기하면 너희들 배고플 때니 결론만
요약적으로 얘기하겠다
앞으로 우리 공장의 실질적인 주인은 사모님이지만
공장운영은 관장님과 규언이형이 해주기로
하였다
관장님이 사장님이 되시고 공장장은 규언이형이 맡고
나와 영석이 영수 춘규 청렬이는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우리 모두 한 식구들이니 처음처럼 변함없이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이어 일어선 관장님이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건배를 제안하고 모두들 기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음식이야 술이야 마음껏 먹는다
진석이와 영수, 영석이가 사건의 배후를
알고 난 후
복수할려고 준비를 하자
걱정된 관장님이 이들을 말렸다
쌍칼파는 조직이 커서 셋만의 힘으로 벅차고
현재의 무술 실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괜히 서불리 건드렸다가는
공장식구들 안전뿐만 아니라 운영도 어려우니
힘이 충족될 때까지 기달려야 한다고 했다
‘군자의 복수는 십년을 기다려도 늦지 않는
다는 속담을 말하면서‘
셋이는 그럼 언제까지 기달려야 하느냐고
목멘 항변을 했다
관장님은 한참 생각을 하다가 셋한테 특공무술의
달인이었던 HID 후배를 소개시켜준다
거기가서 일년이나 이년쯤 기예가 완성될 때까지
연마를 하라하면서 소개장을 건넨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후배의 성격이 괴팍하여 마음에 들기도
훈련하기도 어렵겠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며
꾹 참고배우라 한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하고
기라면 기는 시늉도 하라고 한다
단지 조심할 것은 대답이나 항변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건 후배가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묵묵부답’ 벙어리처럼 살라고 한다
자기는 서울에 남아 공장일도 챙기도 남은 아이들
훈련을 피나게 시키겠다고 한다
작은 어머니 문제는 진석이가 약속한 대로
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드리겠다고 한다
같은 또래인 5명은 2월초 진눈깨비가 종일토록
내리던 오후
차와 운전사까지 빌린 봉고차에 모든 짐을
실고 오대산으로 떠났다
진석이는 떠나기 하루 전
사촌동생 정란이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사정과
자신은 일이년쯤 일이 있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울며 묻는 정란이에게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조건 걱정말라고 달랬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관장님이 사장이
되었으니 전화를 하라고 했다
혹시 연락할 길이 있으면 중간에서도 하겠다고
전화를 끊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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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본 단편은 마치 죽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주인공과 일행이 굳은 결의 후
으로
장기간 피나는 훈련을 한 다음 돌아와서 악한들을 처벌하는
스토리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권선징악의 상투적 내용 이지만
요즘 침체된 국내 경기와 어둡고 답답한 사회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격정적이고 통쾌한 복수전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 시키는
좋은 효과가 기대되기에 본 단편 소설의 다음 편이 많이 기대됩니다.
작은 제안사항은, 물론 작가의 의중이 제일 중요하지만,
주인공은 이소령이나 이연걸 같은 무도의
재탄생 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네타 님 계속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길요
벙어리 여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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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제 8편
많은 공감가는
의미 있는
아름답고 고운
글향에
머물다 갑니다.*^^*
모네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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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행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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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동행하는
멋진 날 되시며
더더욱 건안하시며 건필하소서.*^^*
감사합니다
조은 시간 되시요
빠르게 올려 주시니 그저 감사하기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추운 날씨에 몸건강하시길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향필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시작되는 한 주
즐겁게 열어가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