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A씨는 10여년 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데 한달 보험료는 8만원 수준이다. 1년에 84만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지만 종종 병원 갈 일이 생겨도 실손보험금 청구는 잘 하지 않는다. 3만원 안팎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서류를 발급하고 또 버스를 타고 보험사에 접수하는 절차가 불편해서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보험금 청구는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렇게 청구하지 않는 보험금은 적게는 1년에 20~30만원 안팎. A씨는 "청구하지 못한 보험금이 아쉽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청구 절차가 번거롭고 사는 게 바쁘다보니 챙기기가 쉽지 않다"며 "종종 아들, 딸이 대신 청구를 해주면 그나마 보험금을 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지난 5월 치과진료 후 실손보험금 청구건이 생겼는데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 청구액이 3만원이 조금 넘는 소액인 데다 보험금 청구 절차가 불편해서다. A씨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하려면 치과에 방문해 서류를 발급하고, 또 보험금 청구 서류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프린터 후 작성하면 이를 팩스나 모바일로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며 "불편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류 발급비가 보험금 청구액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이런 일련의 불편한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로 인해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청구를 아예 포기하고 있다.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소비자단체들이 합동으로 올해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를 차지했다. 2명 중 1명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포기한 셈이다.
이렇게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015년 3월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 소액청구건이 95.2%였다. 이 설문조사는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보험에 가입한 1000명 대상으로 이뤄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