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처럼 조금 먹고
너처럼 조금 잠자되
노래는
슬프도록 여물어
사물(事物)과 사물(事物) 사이
정겹게 흐르며
제일 잘 놀고픈
부리 고운
햇살
내 마음의
들 창(窓) 하나.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7.20. -
시인은 몸집이 작은 새를 마주 본다. 작은 새는 식탐이 없어 적게 먹고, 잠에 대한 욕심도 버렸다. 그 대신 청아한 노래는 마치 곡식의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은 듯이 듣는 쪽을 흡족하게 매료시킨다. 그리고 그 노래는 모든 존재와 존재 사이를 흥겹게,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흐른다. 흘러서 존재와 존재가 교유하게 한다. 마치 존재들 사이에 햇살을 내리듯이, 존재들 사이에 자그맣게 만든 창(窓)을 내듯이 한다.
시인이 찬탄하는 것은 작은 새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아마도 이 생명세계에서의 모든 관계에 새의 노래와 같은 것이 흐르고, 또 울려 퍼지는 그런 광경일 것이다. 노래에 무슨 혐오와 악담과 괄시가 있겠는가. 노래에는 빛, 트이고 맑은 시야, 다정함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