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에 얽힌 이야기>
<영원의 디딤돌>이란 시집을 출간하고도 이름 앞에 시인이란 타이틀보다는 작사가로만 알려져 왔던 박건호씨. 그가 가사를 쓰고 이범희씨가 곡을 붙인 <잊혀진 계절>은 이용씨가 불러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가을 노래입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인 그가 소주 두 홉짜리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것은 어느 해 9월 보슬비가 내리는 밤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 동안 만났던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대화가 통했던 그녀와 헤어지기로 속마음을 다지고 나온 터였기에 그날 밤의 보슬비는 더욱 공허했다고 합니다.
만나면 항상 버릇처럼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오늘밤 그녀와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대취했다는 것입니다.
<이분 흑석동 종점에 내리게 해주세요...> 그녀는 취한 박건호씨를 버스에 태우며 안내양에게 이렇게 당부하더랍니다. 그러나 그는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버렸습니다.
<여긴 흑석동이 아니에요.> 안내양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는 버스가 오던 길로 내달렸습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말도 하지 않고 헤어진다는 것에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자책감도 들었다는군요.
동대문에서 창신동으로 꺾어지는 지점쯤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급하게 뛰어온 그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그녀 앞으로 달려가서 <마라톤 병사의 전령>처럼 외쳤습니다.
<정아 씨! 사랑해요>그 한마디를 던지고 오던 길로 다시 뛰었습니다. 왠지 쑥스러웠고, 그녀의 그 다음 말이 두려웠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쉬운 이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1982년 초가을 무렵, 박건호씨는 그날의
느낌을 새겨 넣은 가사를 이범희 씨에게 넘겼습니다. 그가 이 가사를 쓸 무렵은 마음이 몹시도 춥고 외로웠다고 합니다.
그에겐 차라리 잊고 싶은 계절이었습니다.
젊음의 열병과 사랑의 시련. 그리고 현실적인 장벽이 그의 섬세한 감성을 한없이 짓밟았던 것입니다.
이 노래는 당시 무명의 신인 가수였던 이용씨가 취입해 그를 부동의 스타로, 작사가였던 그에게는 그 해 KBS 가요대상(작사)과 가톨릭 가요대상(작사), MBC 최고인기상등 상을 모두 휩쓰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는 것입니다.
https://youtu.be/Mo_1_oVeKDc
lyrics
https://youtu.be/Dx9rsVPHqxc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잊을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첫댓글 6월이어도 항상 10월같은 노래..
나에게 가장 많은 눈물을
주었던 그 시절 그 노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언제 들어도
마음의 심금을 울리지요
가요계의 명곡으로 자리잡은
잊혀진 계절은 계절을 초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