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 기자 입력 2021.07.10 03:56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으로 친여 언론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을 추천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민언련 출신들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심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 방송 관련 주요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야당은 “언론 단체를 가장한 여당의 2중대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자신들이 언론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언론 감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언련의 비판 대상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국한됐고,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들이 언론 관련 요직에 기용되면서 정치 편향성을 자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한상혁 민언련 공동대표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에 임명됐고, 노무현 정부 땐 민언련 상임대표였던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이 차관급인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낙선한 최 전 의원은 현재도 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청와대가 방심위원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유진 코바코 비상임 이사도 민언련 사무처장을 지냈다. 박병석 국회의원이 방심위원으로 추천한 한겨레 기자 출신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역시 민언련 정책위원으로 활동했었다. 김유진 이사가 방심위원으로 가면서 코바코 비상임 이사에는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민언련 출신끼리 같은 자리를 세습했다는 비판이 언론 단체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대학교수인 윤성옥 코바코 비상임 이사를 방심위원으로 추천했다. 민언련 출신이 방송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방심위와 코바코 등을 오가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방통위 소관 공공기관인 코바코는 친여 인사가 장악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김기만 코바코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게임물등급위원장을, 문재인 정부에선 청와대 몫의 방심위원을 지냈다. 유민영 이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코바코 노조와 언론 노조 등은 여러 차례 “코바코가 방통위의 인사 적체 해우소인가” “청와대와 민주당이 또다시 이해 충돌과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인사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 성명을 냈었다. 정치권에서도 친여 성향 언론 단체 출신들이 방송 관련 기관들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방통위, 방심위, 코바코 등은 모두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주요 기관인데 정치적 성향을 갖는 인사들을 보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자리 나눠 먹기’ ‘돌려 막기’ 인사에 대한 걱정을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집권당이 방송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MBC, KBS의 이사진 구성을 바꾸기로 한 문 대통령의 방송 개혁 공약도 지키지 못했는데, 또 다른 편향성 지적이 이어지면 방송 장악 논란에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이뤄진 인사”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방심위가 방송 내용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보장하는 조직인데 정권의 나팔수이자 2중대인 민언련 출신들이 득세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당과 협의를 통해 공정하고 편향적이지 않은 방심위 구성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으나, 여당은 응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여당 몫인 6명 위원 체제의 방심위가 강행 출범할 경우, 야당 몫 위원 3명을 추천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노골적인 정권 편향 방심위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당위론과, ‘방심위의 폭주를 손 놓고 지켜볼 수 없으니 위원 3명이라도 합류시켜야 한다’는 현실론이 갈리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