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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현장노동자 설문조사…82% "무더위 시간대에도 작업중지 안해"
편협한 '고열 작업' 인정 기준…"고용노동부령을 개정해 폭염대책 법제화 해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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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령된 2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행정안전부는 연일 폭염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날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야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열작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고열작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정한 노동자 보호 조치들을 누릴 수 없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5도가 넘어가도 건설사는 작업 중지에 관심이 없다"며 폭염에 대비한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현장 증언에 나선 철근 노동자 장석문씨는 "철근 노동자들은 더위뿐 아니라 뜨거운 철근과 열이 올라오는 (작업공간의) 양철바닥하고도 싸워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데, 오후 2시~5시 사이에는 작업 중지가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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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가 이날 발표한 형틀 목수, 철근, 타설 등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3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 옥외 작업을 중지하도록 한 것과 관련한 사항이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1.7%가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같은 질문에 응답자의 58.5%가 '별도 중단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며 올해 작업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경보 발령 시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제공하고, 무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5시 사이 휴식을 부여해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실외 작업장뿐 아니라 외부 기온에 영향을 받는 실내 작업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건설노조에 따르면, 현장에서 이를 지켜 규칙적으로 쉰다는 응답은 25.4%에 그쳤다. 54.7%는 '재량껏 쉬고 있다'고 했고 19.9%는 '쉬지 않고 봄·가을처럼 일한다'고 답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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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작업 중단을 요구해 봤다는 응답자는 2424명 중 12.9%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은 △어차피 건설 일은 더워도 해야 해서(44.8%) △건설사에 요청해 봐야 안 되니까(27.4%) △더 힘들어질 동료들이 눈에 밟혀서(12.7%) 등을 이유로 작업중단 요구조차 하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의 '작업중지권'을 규정하고 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고온 등으로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사업주가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조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으로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고열 작업'의 범위에 건설현장의 야외 노동은 빠져 있다. 현행 안전보건규칙은 '고열 작업'을 실제로 고열에 노출되는 여부가 아니라 용광로 등 특정 '장소'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라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배달·농사·청소가 이뤄지는 야외(옥외) 작업장은 해당하지 않고,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보호 조치들을 노동자들은 누릴 수 없다.
건설노조는 "더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더 무서워 작업을 중단해 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고용노동부는 권고만 하지 말고 고용노동부령을 개정해 폭염 대책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상청 중기 예보에 따르면 이번 폭염은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기온은 이번 주말인 5~6일까지 최고 35도 안팎으로 유지되다가 12일부터 33도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