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쟁만을 위해 태어났지만, 나는 전쟁에서 밖에 삶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평화를 원해."
인간사를 통틀어서 언제나 전쟁 뒤에는 평화가 온다. 그리고 평화 뒤에 또 전쟁이 온다. 평화를 가지기 위해서 일어난 전쟁들도 많다.
"잠깐만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너스피어의 귀족 중 '풔(Faux)' 라는 가문은 없어요!"
구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웨런이 반박했다. 웨런은 제나스가 말해줬던 그의 과거 성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은 제나스의 어머니, 그러니까 아네라의 성이었다고 들었다. 웨런의 말에 구안은 소리내며 웃었다. 뭐가 재미있는지 그는 꽤 오랫동안 웃었다.
"아아아, 웨런...? 너는 몇 개의 언어를 할 줄 알지? 모른다고 해도 알만하지만. '풔'가 무슨 뜻인지 아나?"
"그건... '가짜'라는 뜻..."
웨런도 제나스도 멍해졌다. 그럼 아네라는 자신의 성을 바꾼 것이다.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고의적으로 바꾼 것이다.
"아네라의 어렸을 적의 성은 '슈발츠(Schwarz)'. 한때 아주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그 가문은..."
"그래. 몰락했어. 유일한 후계자는 행방불명... 이라고들 하지."
구안은 다시 그의 음료를 마셨다. 웨런은 약간 충격받았는지 입을 살짝 벌인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제나스였다. 귀족? 어머니가? 물론 어머니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강했다. 평범한 일을 할 때도 뭔가 강렬한 기운이 있었다. 이제 서야 그의 어머니의 그 특출함을 이해하게 됐다. 아니, 일부를 이해하게 됐다.
"아아아, 슈발츠 가문의 몰락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면서도 예상되는 일이었어. 그들은 가문의 힘은 없었지만 개개인의 힘은 있었거든."
"이너스피어에서 가문의 힘이 보장된 가문은 그 '다섯 가문'외에는 없으니... 그렇겠군요."
"영리한 아이구나. 제나스, 좋은 친구를 가지고 있군."
방금 웨런이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너스피어의 귀족은 웬만하면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로 더 이상의 존재이유가 없지 않는 한. 그 가문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은 가문이었으니 사라지는 것이 당연했다.
"아네라, 정말 괜찮은 거야?"
"오빠가 걱정이 너무 심한 거야. 나의 부모님은 원래 있으셔야 할 장소로 돌아가신 것뿐이야."
울상의 소년, 아니, 이제는 성장해 청년에 가까워졌다. 그는 담담한 표정의 소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녀, 아네라는 미약한 웃음을 지었다. 아네라의 부모님은 죽었다. 그들의 막대한 재산은 모두 아네라에게 상속되었다. 아네라는 영토와 저택같은 '바깥'으로 가지고 다닐 수없는 것들은 모두 처분했다. 소리소문없이 몇 십 년 전에 나타난 그 가문은 이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오빠. 그럼 나중에 만날 때가 되면 만나."
"네가 먼저 인가... 나도 지금의 그... 것이 끝나면 떠날 거니까 그럼 그 때 '바깥'에서 만나자."
아아아. 어째서 그렇게 담담한 걸까. 아네라는 미소를 지으며 '바깥'으로 가는 운송선에 탔다. 그녀는 아마도 과거를 따지지 않고 실력만으로 일어서는 그 곳으로 가겠지. 그리고 몇 년 뒤면 자신도 그녀를 따라갈 것이다. 둘이 서로 약속한 것이니. '안'을 떠나 '바깥'에서 만나자고.
"그게 아네라가 15살 때. 그리고 4년 뒤에 다시 만났지. 그 때는 전쟁이 아주 격렬하던 때지. 각 진영에는 매우 유명한 전시의 영웅들이 있었지. 제이드 호크의 스펙토로, 노틸러스III, 파 시어(Far Seer), 셰퍼드. 크림슨 울프의 다크 나이트, 워로드, 버닝 루나(Burning Luna), 엔디미온(Endymion). 스모크 재규어의 비록 양산형 메카를 쓰지만 다른 커스텀 메카들과의 차이를 극복할 정도로 뛰어남을 보여 주는 파일럿 루시아 위버. 그렇게들 뛰어난 전쟁영웅들의 전성기가 그 때였어. 아아아, 그 때 그녀는 전과 같이 아름답고 강했지. 전쟁중임에도 그녀는 뭔가 이세상 모든 인간이 죽기 전엔 안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났어."
구안의 설명 중간에 웨런은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없었다. 모두 현재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메카와 그 파일럿들. 그중 하나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다.
"아네라는 나를 반겼지. 그 때 그녀에게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는 유일하게 그녀의 과거와 다른 것들을 알고 있었거든."
"어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은 건가요?"
"글쎄... 아마도 상대방들은 아네라에게 물어보지를 않았겠지. 아네라는 물어보면 대답은 하거든.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말해주는 일은 거의 없어. 아아아, 그리고 두려웠겠지. 아네라는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가끔가다 나한테 와서 울었어."
말하면서 구안의 표정은 슬프게 변했다.
"저기요... 혹시 구안씨가 제 아ㅂ-"
"그딴 소리하지마!!"
제나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안이 말을 잘라 버렸다. 구안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화가 나있었다. 그는 음료를 병으로 벌컥벌컥 마셨다.
"뭘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아아아, 나는 억지로 만든 아들 외에는 자식을 둔적 없어. 확실히 여자 중에는 아네라가 가장 아름답고 멋지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건 동경에 가깝지 사랑은 아니야. 아네라를 이성으로 본 건 한번도 없다는 걸 맹세할 수있어. 그리고 너는 아네라가 나같은 사람을 사랑했을 거라 생각한 거야? 아아아, 제나스, 너 꽤 많이 들쑤시고 다니는 구나. 제발 부탁인데 아네라를 아는 사람이라고 무조건 붙잡아서 '당신이 내 아버지?'라고 묻지마."
제나스는 왠지 어색해졌다. 여태까지 이 질문은 처음 한 것이지만 어머니를 아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으니 구안이 말하는 것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구안이 왜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하는지는 약간 의문이었다. 아니면 아니지 이렇게 강한 부정은...
"저... 그럼 제 친아버지를 알-"
"아아아, 나는 알긴 알지만 말할 수없어. 말해도 되는 거라면 아네라는 너에게 이미 말해줬을 거야."
구안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장면에서 제나스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의 '아버지'라는 존재는 비밀로 되어있는 것일까? 에드워드도 구안도, 그리고 과거의 그의 어머니도, 모두 아버지에 관해서는 쉬쉬한다.
"늦었구나. 이제 돌아가야 할 때다."
이것은 축객령. 명백하게 들어났다. '아버지'에 관한 것은 금기이다. 제나스는 어쩔 수없이 구안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하지만 웨런은 제나스가 나간 뒤에도 남아있었다. 구안은 귀찮다는 듯 웨런을 흘겨보았다.
"구안씨. 할 얘기가 있습니다."
"뭐지?"
"당신은 제게 힘을 빌려 주실 수 있습니까? 현재는 아니지만 미래에 말입니다."
"힘이라..."
웨런의 말에 구안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거절하고 싶지만 승낙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상대는 없으니까 지금 이 아이에게 충성을 맹세해도 나쁠 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직...
"구안씨?"
"아아아, 그 때 제나스가 너의 편이라면 힘을 빌려 주는 것까지는 해주지. 하지만 네가 나의 '주군'이 되는 것이라면... 그 때까지 너의 두각을 보여 줘. 나는 지금 너의 가치는 내가 힘을 더하기엔 못 미친다고 생각하거든."
구안은 결정했다. 미래의 가능성을 기대하자고. 구안의 답에 웨런은 작은 미소를 띄었다. 이미 밖으로 나간 제나스가 빨리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가요... 오늘의 이야기,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방금한 이야기, 잊지 말아 주세요."
"아아아, 잘 가라."
웨런은 인사를 하고 구안의 숙소에서 나갔다. 저 멀리 제나스가 웨런에게 왜 이리 늦었느냐고 말하는 것이 들린다. 그리고 그 둘은 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이 행성으로는 아주 드물게 현 시각과 엇비슷하게 맞는 위치에 해가 떠있다. 저녁시간인 이때 해는 지평선 밑으로 가라앉아 연보라 빛으로 변해가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을 산호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구안은 솔직한 감상을 내렸다.
"당돌하군. 아네라의 피를 받은 건 제나스. 하지만 아네라의 의지를 받은 건 저 아이인가."
이번 편에는 에드워드와 발렌틴이 안나왔군요.
다음 편에는 에드워드와 발렌틴과 새로운 캐릭터가 나옵니다.
제나스와 웨런은 안나와요.
faux는 가짜, 거짓, 틀림이라는 뜻의 불어입니다.
쓰면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설정들과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하니 이건 SF라기 보단 퓨전이군요.
흠흠,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잘봣어요~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