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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 기록이 5년째 그대로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7억5000만원을 받은 심정수(전 삼성)의 기록은 올해도 깨지지 않았다.
해외 진출에 실패한 김동주(33)가 11일 연봉 7억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이로써 김동주는 양준혁(40·삼성)·손민한(34·롯데)과 함께 2009년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로 기록됐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최고 연봉 선수 자격이 있다. 그러나 이들과 소속 구단들은 지난해 은퇴한 심정수의 연봉 기록을 깨지 않기 위해 서로 조심하는 눈치다. 돈이 곧 자존심인 프로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프로야구에서 7억원이 연봉 상한선처럼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정수가 남긴 그늘=심정수는 삼성에서 뛴 4년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먹튀(먹고 튄다)’ 소리를 들었다. 심정수 계약은 몸값 거품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이후 선수와 구단 서로가 연봉 7억5000만원 이상의 계약을 꺼리고 있다. 연봉 7억원이 심리적 한계선이 된 셈이다. 대신 실속은 계약금과 옵션 등으로 채우는 추세다.
김동주는 1년 전에도 일본 진출을 시도하다 실패해 연봉 7억원, 인센티브 2억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지난해 타율 0.309, 18홈런, 104타점을 기록한 김동주가 실제 수령한 액수는 9억원. 그러나 그의 명목상 연봉은 7억원이었다. 김동주는 이번에도 지난해 이상의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을 테지만 발표는 ‘겸손하게’ 7억원을 넘어서지 않았다.
손민한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지난달 롯데와 총액 15억원에 계약했다. 약속이나 한 듯 연봉은 역시 7억원이었다. 손민한은 원 소속팀과 FA 계약을 했기에 계약금(8억원)을 공개했다. 양준혁도 1년 전 2년간 최대 24억원에 계약했지만 연봉은 7억원에 맞췄고, 나머지를 계약금 6억원과 옵션 4억원으로 채웠다.
◆복잡하고 은밀해지다= 2000년 FA 제도가 도입된 후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계약은 복잡해지고 은밀해졌다. 프로 스포츠 중 야구의 계약이 가장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변화를 겪고 있다. 발표 내용과 액수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예전엔 많은 연봉을 과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선수들 몸값이 대폭 올라간 뒤로 오히려 숨기려는 추세”라며 “김태균(한화)·이대호(롯데) 등 젊은 스타들이 FA 계약을 하더라도 명목상 최고 연봉 기록이 깨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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