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펀드(Hedge Fund)
금융에서 헤지(Hedge)라는 것은
파생상품을 통해 현재 자기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즉 위험)을 없애는 것을 뜻합니다.
이 헤지를 농산물을 예로 들자면
고추나 배추, 무 작물은 그 해의 작황에 따라 값이 10배까지 왔다 갔다 하는 투기성이 농후한 작물입니다.
그런데, 배추 농부가 이제 배추 농사를 시작하려는 때에 중간 상인이 와서 농부한테 수확할 때의 시세에 관계없이
무조건 밭뙈기 당 100만원씩 주겠다고 제의했고, 안정적인 수입에 만족한 농부는 여기에 OK했다고 합시다.
농부는 배추가 수확할 때 밭뙈기 당 50만원으로 떨어지건 200만원으로 오르건 무조건 100만원을 챙기는 반면,
중간 상인은 200만원으로 올라가면 대박 이지만 50만원으로 떨어지면 쪽박을 차죠.
이런 상황이 농부가 헤지를 한 겁니다.
즉,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일정한 대가를 받고 중간 상인이라는 투기자에게 넘긴 것이죠.
헤지 펀드도 원래는 이런 개념입니다.
이런 헤지를 위해 동원되는 금융 상품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주식, 채권, 예금 이런 것들은 기본이고 외환, 부동산에 각종 파생상품을 더해서 굉장히 복잡한 모델을 만들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이죠.
헤지 펀드는 근본적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금융상품일 뿐입니다.
그런데, 왜 헤지펀드가 비난을 받느냐하면,
먼저 헤지펀드 자체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헤지펀드는 파생상품 같은 각종 금융상품을 헤지의 목적으로만 운용했습니다만,
점점 운용기술이 발달하고 노하우가 쌓이다보니 투기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한, 헤지펀드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이용하는 외환이나 파생상품 같은 것이 근본적으로 도박의 속성을 가진
제로섬 게임입니다.
그리고 헤지펀드는 파생상품에 대한 깊은 노하우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무척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그들의 활동무대는 전 세계입니다.
또한, 상대방에 약점이 보이면 그걸 놓치지 않죠.
이런 속성 때문에 헤지펀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상대방의 상처를 놓치지 않고 계속 파고들어 충분히 치유할 수도 있었던 상처를 치명적으로 만들거든요.
한국 역시 IMF 시절 헤지펀드가 이런 짓을 해놨기 때문에 한국 역시 헤지펀드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안 좋습니다.
그런데, 꼭 헤지펀드가 나쁜 역할만을 하는 건 아닙니다.
가만 놓아두면 천천히 죽어갈 부실들을 신속히 박살냄으로서 완전히 시작할 틀을 잡아주기도 하거든요.
또한 헤지펀드와의 싸움에서 얻는 것도 무척 많죠. 일종의 구더기라고 할까요.
보기에도 징그럽고 해를 끼치지만, 세상이 쓰레기로 가득 차버리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