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시인의 시 이야기]
오래전 충청북도 단양을 지나던 중 붉게 지는 노을이 하도 예뻐 차를 길가에 세우고 밖으로 나와 한참을 바라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은 붉은 노을빛레 붉게 물들고, 강변엔 갈대들이 하얗게 흔들리고 있었지요. 바람이 부는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갈대들의 춤사위가 마치 어느 드라마에서 본 궁중의 무녀들 같았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요. 갈대는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습니다. 바람의 흐름에 따랄 흔들림으로써 바람을 이겨내기 때문이지요.
시인은 시에서 언젠가부터 갈대가 속으로 울고 있었고, 저를 흔드는 것이 조용한 ‘울음’인 줄 까맣게 몰랐다고 말하며, 이어 산다는 것은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시 <갈대>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속으로 울고 있다는 것과 그 울음을 흔들리면서 길을 가고 있다는 것과 울음을 욺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울음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슬픔이 아니라,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말하지요.
신경림 시인은 갈대의 속성을 시 <갈대>를 형상화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어떤 삶 앞에서도 우리는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울음을 울더라도 저마다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